[BS인터뷰] 요즘 대세, 안효섭

안효섭 "회의감 컸던 시기, 김독자에서 나를 봤다"
순애보·성장·판타지, 종횡무진 '찐대세'
사진 설명=배우 안효섭이 데뷔 10년 만에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연을 맡았다. 작품은 뉴욕 아시안 영화제,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독일 판타지 필름페스트 등 주요 장르 영화제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으며 화제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2023)에서 순애보를, 낭만닥터 김사부(2020, 2023) 시리즈에서는 성장을 연기하던 배우 안효섭. 이번에는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겼다.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영화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작품은 지난 5일 누적 100만 1689명 관객을 기록하며,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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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독시와 운명 같은 만남…나와 닮은 김독자

 

데뷔 후 10년 만에 스크린 데뷔다. 6일 안효섭은 “영화를 일부러 안 했던 건 아니다. 저는 제 마음이 끌려야 출연을 결심하는 사람인데, 마침 전독시 제안을 받게 됐다”면서 “2년 반 전에 대본을 받았고, 촬영도 1년 전에 끝났다. 오래 기다린 만큼 설레고 기대도 된다”라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이어 “동명의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이 어떻게 실사화가 될지 궁금했다. 그리고 김독자라는 역할에 끌렸다. 그때 저는 이리저리 치이며 회의감이 컸던 시기였다. 연속으로 작품을 하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싶던 때. 그런 제 모습과 딱 닮아있던 게 김독자였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평범한 인물이다. 독자의 그런 모습에서 저를 봤다”고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캐릭터의 외형과 성격이 극 초반 완벽히 설명된다. 군중 속 안효섭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아버지 옷을 빌려 입은 듯한 정장, 퀭한 눈으로 꽃미남 외형을 가렸다. 손을 뗄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고맙다 말해주는 사람 하나 없는 출입문을 잡고 있고, 지하철에서 뒷사람이 불편할까 봐 백팩을 앞으로 매고 있는 모습까지. 왠지 어디 어디선가 봤을 법한 착하고 순박한 인물이다.

 

“학창시절을 캐나다에서 보냈다. 사실 친구가 많지는 않았다”면서 “학교 다녀와서 집에서 유튜브 보며 좋아하는 과자 먹는 것이 인생의 낙이었다. 독자는 소설을 읽는 게 살아가는 힘이다. 그런 공통점을 찾아서 최대한 확장했다”라고 공통점을 찾았다.

 

이어 “저 친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상상하며 디테일을 쌓았다”며 “드라마 현장과는 다르게 조금 더 작품에 할애할 시간이 있더라. 디테일을 안 놓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질문이 꽤 많았는데 그때마다 감독님과 대화가 굉장히 잘 통하더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잘 맞았다”라고 돌아봤다.

 

◆VFX 촬영 현장 경험…자기 반성이 만든 성장

 

전체 컷의 80% 이상이 시각특수효과(VFX) 컷이다. 빌딩 크기의 어룡과 화염 속 날아오르는 화룡, 얼굴이 촉수처럼 갈라지는 땅강아지, 거대 사마귀, 들개와 아르마딜로를 합쳐 공격과 갑옷 방어가 가능한 크리처가 등장해 관객을 놀라게 한다. 

 

하지만 촬영장에서는 테니스공이 달린 막대기 하나를 바라보고 싸워야 한다. 안효섭은 “감독님이 자세한 설명을 많이 해주셨다. 괴수가 이렇게 덤빌 거고, 갑옷이 얼마나 단단해서 얼마나 깊게 찔러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라며 “처음엔 블루스크린 앞에서 현타가 오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그렇게 느낀 내가 너무 창피하더라. 내가 믿지 못하면 어떻게 관객을 설득하겠나. 진짜로 세계가 멸망한다고 생각하고 임했다. 이후부터는 몰입도가 확 높아졌다”라고 집중력을 끌어올린 계기를 말했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

 

영화는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는 충격적인 순간을 그리며, 소설의 유일한 독자인 김독자의 여정을 따라간다. 세계의 운명을 바꿀 인물이 되어가며 스스로 서사의 주체가 된다.

 

극 중 가장 공감한 장면에 대해서는 그린존 장면을 언급한다.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는 김독자가 그린존의 자리를 차지하면 자신은 살 수 있지만, 함께 싸운 동료들은 사지로 내몰린다. 영화를 보는 관객도 ‘나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고민케 하는 순간이다. 

 

안효섭은 “‘진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내 목숨을 희생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이 장면 찍을 때 땀을 엄청 흘렸다. 실제로 연기하면서 수치스럽고 답답한 감정으로 가득했다”며 “보시는 분들도 이런 감정의 흐름을 공유하셨으면 했다”고 언급했다. 

 

수많은 아포칼립스물 중 전독시 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잠깐 고민하더니 “휘둘리는 게 아니라 계속 고민하고 자신이 선택하며 스스로 길을 만들어간다. 그 여정 속에서 현실적인 고민을 심는 게 제 숙제였다”며 “‘이게 진짜 현실이라면 어떻게 할까.’ 관객과 같이 고민하고 관객과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전독시의 장점 아닐까”라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릴 때부터 영화, 스크린 안에 있는 제 모습을 상상하며 자랐다. 이번 작업을 통해 영화라는 작업이 재미있고, 앞으로 설레게 일할 수 있겠다는 것을 깨우칠 수 있었다. 앞으로 제 10년이 더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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