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핑보이 소년이, 우상의 동료로’ 변준형 “김종규 형과 54경기 다 뛰고파”…힘들었던 지난 시즌 지운다

정관장 변준형이 새 시즌 다른 모습을 약속하며 비시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최서진 기자

농구 선수를 꿈꾸던 고등학생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AG) 농구 코트를 닦는 마핑보이로 코트를 밟았다.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우상들이 코트에 몸을 던지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지켜봤다. 연신 코트 바닥을 닦으면서도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이 꿈같은 시간을 보냈던 선수는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 어엿한 프로팀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바로 변준형(정관장)이다.

 

 지난 시즌 중반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다.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바로 김종규다. 지난 1월 김종규가 트레이드로 정관장 유니폼을 입으면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두 선수 모두 부상 탓에 고작 6경기만 함께 뛰었다. 그래서 다가올 시즌이 더 반갑다.

정관장 변준형이 새 시즌 다른 모습을 약속하며 비시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KBL 제공

 두 사람의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 AG 당시 마핑보이였던 변준형은 코트를 누비던 김종규의 플레이를 곁에서 지켜봤다. 변준형은 “(김)종규 형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걸 봤고, 이후 활약도 지켜봤다. 이제는 동료로 함께 뛸 시간이 기대된다”고 미소 지었다.

 

 둘의 만남은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AG에서 같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함께 땀을 흘렸다. 변준형은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종규 형과 농구 스타일이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야간 운동 때 같이 슈팅도 쏘곤 했다. 형도 당시에 ‘너랑 나랑은 스타일이 맞는 것 같다’고 해줬던 기억이 있다”며 “같은 팀이 되니까 정말 좋았다. 새 시즌엔 나도 종규 형도 다치지 않고 함께 54경기를 다 뛰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변준형은 비시즌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김종규는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대표팀에 발탁돼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각자 다른 위치에 있지만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변준형은 “형이 통화하면 ‘너랑 나랑은 다치지 않는 게 우선순위니까. 몸 관리 같이 잘하자’는 얘기를 자주 한다”며 “그래서 지금 열심히 관리하면서 훈련하는 중”이라고 웃었다.

정관장 변준형이 새 시즌 다른 모습을 약속하며 비시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KBL 제공

 고난과 역경은 발판으로 삼는다. 지난 시즌 변준형은 중반 합류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주축으로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시즌(2020~2021, 2022~2023)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았다. 시그니처 무브인 스텝백 3점슛도 보기 어려웠다. 몸과 함께 마음도 지쳐만 간 배경이다. 

 

 “부상이 이어지고 컨디션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다 보니 솔직히 정말 막막했다. 극단적으론 ‘이 위기를 헤쳐나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변준형은 “동료들이 ‘건강하면 잘할 수 있다’고 독려를 많이 해준다. 올 시즌엔 처음부터 몸을 잘 만들어서 다른 모습 보여 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관장 변준형이 새 시즌 다른 모습을 약속하며 비시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KBL 제공

 동기부여는 또 있다. 새 시즌 변준형의 연봉 인상률은 약 100%(96.4%)다. 2억8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연봉 4억원+인센티브 1억5000만원)으로 대폭 올랐다. 지난 시즌 아쉬웠던 기록(평균 6.5점)을 따져보면 높은 인상률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입대 직전(2022~2023시즌·평균 14.1점)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으로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는 사실, 지난 시즌 연봉은 군 제대 시즌이라 협상 없이 입대 전과 똑같이 받았다는 점이다. 

정관장 변준형이 새 시즌 다른 모습을 약속하며 비시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최서진 기자

 정관장 관계자는 “입대 전 우승 기여도와 새 시즌 기대감을 반영했다. 입대 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중심이었다. 지분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다”며 “지난 시즌은 군 복무 후 중간에 합류했고, 부상까지 겹쳤다. 연봉 협상에 중심을 둘 부분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제대로 준비하는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동기부여다. 변준형은 “고액 연봉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팀에 필요한 존재라는 뜻이고, 활약에 따라 팀 성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반대로 생각하면 이 모든 게 동기부여다. 프로 선수의 가치는 연봉으로 나타나지 않나. 하면 된다”고 다짐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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