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은 못 지켜…부담 지속

25% → 50%로 인상된 기존 관세율 지속
업계, 수출 경쟁력 약화·경영 부담 가중
“타국도 50% …가격·품질 경쟁력 확보해야”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 없이 협상을 타결지었다. 민감 품목을 방어해낸 성과이지만 철강·알루미늄 품목은 기존 관세가 유지돼 아쉬움을 남겼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을 통해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줄곧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과 쌀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정치적 민감성 등을 고려해 일단 이번 협상에서 이 시장을 양보하지 않았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선재공장에서 생산된 선재가 쌓여 있다. 포스코 제공

정부는 쌀과 소고기 시장을 지키는 데 협상의 주안점을 두고, 결국 추가 개방 없이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는 해당 품목들이 우리 측에 민감한 사안인 동시에, 미국 입장에서도 실익이 크지 않은 카드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에서 농업시장 추가 개방 없이 타결이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한미 FTA 이후 우리 농업의 99.7%가 이미 개방돼 있고, 남은 0.3%는 세계무역기구(WTO) 동의 없이 조정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이 작용했다. 한국은 이미 미국의 5대 농산물 수입국이며, 지난해 대미 농축산물 무역적자는 약 80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특히 쌀과 소고기 문제는 다른 국가들과의 통상 조건에도 얽혀 있어 우리 정부가 자의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쌀의 경우 일본은 미국 쌀 비중을 자율적으로 늘릴 수 있지만, 한국은 미국을 포함한 5개국에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개별 적용 중이어서 WTO의 동의 없이는 조정이 불가능하다.

소고기 또한 검역 규제를 해제할 경우 유럽연합(EU) 등과의 통상 마찰이 우려돼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사과나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와 같은 일부 품목은 이미 시장이 개방돼 있어 절차상 요건을 충족하면 수입이 가능하다.

농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농민·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쌀과 쇠고기 추가 개방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역대 어느 정권도 앞장서 막아내지 않았던 농업 개방 위협을 상당 부분 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 철강?알루미늄?구리 품목은 기존의 품목별 관세 인하에서 제외됐다. 미국이 지난달 4일 외국산 철강·알루미늄?구리 제품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올린 상태가 유지되는 셈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스트 벨트의 백인 남성 노동자 지지층을 공략하기 위해 철강 만큼은 관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기업은 관세로 인해 직접 수출 타격뿐만 아니라 산업경쟁력 약화 부담을 계속 안고 가게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향후 양국 철강관세 협상과 관련해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역시 이미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에서 미국 관세 여파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 회사는 충남 당진 사업장에서 생산한 냉연제품을 비롯해 차량용 강재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관세는 낮으면 낮을수록 좋지만 미국이 다른 나라에도 철강은 50%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결국 같은 환경에서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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