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방망이 잘 친다.”
특유의 시원시원한 스윙에 산전수전 다 겪어본 베테랑 타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프로야구서 ‘타격기계’로 정평이 난 외야수 김현수가 팀 동료이자 2006년생 신인 박관우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앳된 얼굴에 작은 체구(174㎝·82㎏), 그럼에도 7월 한 달 사이 벌써 광활한 잠실 담장을 두 차례나 넘겼을 정도다.
박관우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리그 KT와의 맞대결에 6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 활약을 뽐내며 팀의 5-0 대승을 견인했다. 6회에만 호수비와 쐐기 투런포를 모두 보여준 장면은 단연 백미였다.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바꿨다.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고, 순식간에 승기를 굳힌 것. 먼저 수비에서 몸을 날렸다. 1-0으로 앞선 6회 초 2사 1루, 좌중간으로 향하는 까다로운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막아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이제 갓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딘 신예가 유격수와 중견수, 좌익수가 교차되는, 이른바 ‘삼각지대’에서 공을 낚아챘다. 이어진 6회 말, 그는 KT 불펜 투수 이상동의 시속 143㎞ 직구를 공략,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3-0)을 터뜨렸다. 지난 10일 잠실 키움전 당시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아치였다.

경기 뒤 더그아웃에서 만난 박관우는 상기된 얼굴로 활짝 웃으며 “데뷔 첫 홈런 때보다 더 짜릿했다. 솔직히 오늘은 홈런을 쳐서 ‘수훈선수 인터뷰를 할 수도 있겠다’고 조금은 생각했다. 중요한 순간에 결과를 만들 수 있어 정말 기쁘다”는 솔직한 속마음을 밝혔다.
7회 초 시작과 함께 대수비 최원영이 투입되며 이날 경기 출전을 마쳤다. 당시를 떠올린 그는 “홈런 치고 나니 코치님들이 수비 안 나가도 된다고 말씀 주셨다. 딱 좋을 때 빼주셨다. 수비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는데 긴장된 게 확 풀렸다”고 전했다.
중국 삼국지 영웅 ‘관우’와 이름이 같다. 이름값을 하고 있다. 박관우는 “6회 말 홈런을 치고 돌아온 뒤 (김)현수 선배님이 내 이름을 보고 ‘관우답다’며 ‘스윙이 시원시원하다’고 해주셨다. ‘방망이 항상 잘 치고 있다’고 해주셔서 힘이 됐다”고 했다.

앞서 나온 호수비는 홈런의 징검다리였다. 그는 “그동안 수비로 안 좋은 모습을 보여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거 하나로 만회한 느낌도 든다. 덕분에 (공수교대 후) 타석에 들어설 때 부담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1군 타구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타자들의 파워가 퓨처스리그(2군)와는 다르고, 관중들도 많다. 마음이 붕 뜨고, 몸도 무겁더라. 그런데 (박)해민 선배님이 첫발 스타트와 타구 판단을 많이 알려주셔서 많이 새겨듣고 있다. 수비가 점점 좋아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1군서 대타로 나와 7타수 4안타(타율 0.571)를 기록, 심지어 이번엔 선발로도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다. “선발 체질”이라고 미소 지은 박관우는 “타석에선 항상 자신이 있다. 방망이 치는 게 가장 재밌다. 그래서 대타로 나오더라도 큰 부담은 없다”고 설명했다.
후반기 들어 치열한 순위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LG는 57승2무40패로 리그 2위다. 그 와중 신인 외야수가 기회를 받는다는 건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다. 바늘구멍을 뚫어낸 격에 가깝다.
매 경기 간절한 마음으로 임한다. 박관우는 끝으로 “1위(한화·58승3무37패), 3위(롯데·54승3무43패)와의 격차가 크지 않은데도, 염경엽 감독님께서 나를 믿고 기용 중이시다.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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