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꼴찌 탈출도 요원한데, 반갑지 않은 일정까지 치러야 한다. K리그1 끝자락에 서 있는 대구FC의 얘기다.
대구는 오는 8월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FC바르셀로나와 친선전을 벌인다.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비상 대책을 꾸리기에도 급한 시점에 이벤트 경기에 나서야 한다.
대구는 30일 현재 승점 14(3승5무16패)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압도적인 꼴찌다. 바로 위인 11위 수원FC(승점 25·6승7무10패)와도 승점 11점이 차이 난다. 최소 4연승을 해야 순위를 뒤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승리가 요원하다. 벌써 이기지 못한 기간이 석 달이 다 돼 간다. 대구의 마지막 승리는 지난 5월3일 제주SK FC전이다. 최근 13경기에서 4무9패로 허덕이고 있다.

바르셀로나전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자 대구 구단주가 대선 출마로 인한 사퇴 전 유치한 것으로, 마지막 간부 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9위였던 대구는 이후 추락을 거듭했다.
감독 교체 효과도 나오지 않는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창현 감독의 후임으로 지난 5월 사령탑에 오른 김병수 감독은 아직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부임 후 8경기에서 3무5패에 그치고 있다.
바르셀로나전이 대구의 향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일단 다른 팀에 비해 휴식 시간이 짧다.
현재 K리그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홋스퍼(이상 잉글랜드)가 참가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와 바르셀로나 친선전 등으로 약 열흘 간의 휴식기에 돌입했다. 문제는 대구가 나흘 뒤인 8월7일 FC서울과의 원정 경기가 있다는 점이다. 찜통더위 속에 경기를 치른 뒤 선수단이 재정비할 시간은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는다. 심지어 서울전 이후에는 리그 선두 전북 현대와의 원정 경기에 나서야 한다. 산 넘어 산이다.
그렇다고 바르셀로나전에 주전 멤버들을 총출동시키지 않을 수도 없다. 명문 팀과의 맞대결에서 자칫 후보 선수들을 대거 내보냈다가는 이벤트 경기의 흥미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다. 선수단은 물론 팬들의 자존심마저 떨어질 수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적당히 배분해서 경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바로셀로나전을 앞두고도 분위기가 좋을 수 없다. 31일에는 조광래 대구 구단 대표이사 겸 단장, 김 감독이 직접 팬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분노한 팬들을 달래고 향후 대책 등을 얘기하는 시간이지만 문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무릎 부상에서 돌아온 골잡이 세징야가 최근 4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3골로 분전하고 있지만 부담을 덜어줄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대구의 분위기는 예매와도 이어진다. 30일 오후 1시 기준 대구와 바르셀로나전은 매진까지 약 1만8000석가량 남아 있다. 이날 서울과 바르셀로나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40분 만에 매진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6만6000여석의 대구스타디움과 서울월드컵경기장과 비슷한 규모다. 수도권이 아니라는 한계도 있지만 대구의 저조한 성적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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