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기 드라마는 단순한 상상력이 아닌 현장의 경험에서 비롯된 리얼리티가 살아 숨 쉰다. 전문직 출신 작가가 직접 대본을 쓰는 드라마가 방송가의 새로운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변호사, 의사 등 각계 전문직 종사자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드라마 대본을 집필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기존의 상상력이나 취재 위주 각본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장에서 체득한 생생한 디테일과 현실성이 녹아든 작품이 시청자 공감과 몰입을 이끌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서초동’(tvN)은 최근 방송 시청률이 전국 가구 평균 5.8%, 최고 7%를 기록하는 등 입소문을 타며 상승세를 만끽하고 있다. 변호사로 분한 주연 배우 이종석·문가영의 열연과 케미스트리도 인기 요인이지만 무엇보다 법조타운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들의 리얼한 일상을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본을 쓴 이승현 작가는 현직 변호사로서 법조계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집필했다. 법조계 현실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는 만큼 현실감 넘치는 직장인 변호사의 희로애락을 그려냈다. 작가의 실제 현장 경험은 작품 속 에피소드와 캐릭터 설정, 대사, 사건 전개로 고스란히 녹아들어 깊은 신뢰감과 몰입도를 선사했다. 생생한 대본을 바탕으로 서초동은 법률 드라마 특유의 무거움 대신 변호사들의 현실적 고충과 인간적인 성장을 섬세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이 작가는 “변호사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 그러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들었던 생각들이 저도 모르게 쌓였다. 변호사의 삶이라는 조금은 낯선 세계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이야기로 채우고자 했다. 그 이야기는 영화보다 드라마로 푸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기를 끈 배우 장나라 주연 드라마 ‘굿파트너’(SBS)는 18년 차 경력의 최유나 이혼 전문 변호사가 직접 집필을 맡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최 작가는 이혼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딜레마를 담은 웹툰을 SNS에 연재해왔고 웹툰을 본 드라마 제작사의 제안으로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굿파트너는 6년간 준비 끝에 완성한 최 작가의 첫 드라마 대본으로 자신이 겪은 다양한 이혼 소송 사례와 현실을 바탕으로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세계를 그렸다.

현장감 넘치는 대사와 생생한 사건이 호평받으며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17.7%를 기록하는 등 2024년 최고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장나라는 SBS 연기대상 대상의 영예를 품에 안았고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는 시즌2 제작에 착수했다.

올해 초 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필명 한산이가) 작가가 쓴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 작가는 실제 의사였던 자신의 경험과 현장감을 이용해 실제 외상센터의 과중한 업무, 예산 부족, 내부 갈등 등 대한민국 의료계의 현실적 문제를 진솔하게 그려냈다. 대본을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원작자 자문 형태로 드라마 세계관과 의학적 리얼리티 등에 지속적으로 자문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작가의 실제 직업적 경험이 담긴 작품 열기는 계속된다. 올해 방영 예정인 드라마 ‘프로보노’(tvN) 또한 판사 경력을 가진 법조계 출신 문유석 작가가 대본을 집필했다. 과거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악마판사 등을 집필한 문 작가는 2020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관생활을 마치고 아예 전업 작가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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