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오디션 공화국] 바람잘 날 없는 논란 릴레이

경찰이 2019년 7월 '프로듀스X101'의 투표조작 의혹으로 CJ ENM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의 모습. 뉴시스 제공.

어느샌가 ‘오디션’하면 ‘논란’이라는 단어가 따라온다.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자는 제작진이 편집해 공개한 영상을 보고 ‘원픽’을 택해 응원한다. 제작진과 출연자, 시청자가 합심해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각자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문제는 이제 논란이 없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 논란으로 시작해 논란으로 끝맺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디션 명가’ 휘청…논란의 엠넷

 

 첫 번째는 순위 조작 논란이다. 조작 논란 직격타를 맞은 건 ‘프로듀스X101’으로 탄생한 엑스원(X1)이다. 제작진이 내정된 데뷔 멤버의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순위권 내에 있던 연습생을 탈락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결승에서 유료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데뷔 조는 2019년 8월 데뷔해 약 4개월간 활동했으나, 조작 전말이 밝혀진 후 사실상 활동을 중단, 이듬해 1월 공식 해체됐다. 

 

 어른들의 욕심에 애꿎은 청춘들의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인 시청자 투표 관리가 신뢰를 잃은 후 ‘조작 방송’이라는 오점을 안게 된 엠넷은 이후 공정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했다. 관계사가 아닌 외부 어플로 투표를 진행하는 등 제작진이 투표 결과에 직접 개입할 수 없도록 구조를 바꿨다. 

 

 또한 투표 검증을 위한 외부 자문을 선정해 투표 집계 및 산출 전 과정을 독립적으로 검증하기 시작했다. 만일 발생할 불상사에 대비해 원본 데이터 보존과 소명에 대해서도 준비한다. 엠넷의 투표 조작이 발각된 이후 방송사마다 중복투표, 비정상 접속, 직접 조작 등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며 신뢰 회복에 나섰지만 ‘조작’ 이미지는 쉽게 벗을 수 없었다. 

방영 중인 엠넷 '보이즈2플래닛'에 출연 중인 김건우(왼쪽)과 강우진 연습생. 엠넷 제공

 일반인 출연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인성 논란은 오디션도 예외가 아니다. 제작진은 최선을 다해 검증한다고 약속하지만, 때마다 각종 논란이 고개를 든다. 과오는 잊고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출연자의 잘못된 판단은 과거의 상처를 안고 폭로를 결심한 피해자, 프로젝트를 기획한 제작진, 그리고 데뷔를 응원하던 팬의 마음에도 커다란 상처를 낸다. 진위가 불분명한 폭로 글이라 해도 프로그램과 출연자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셀 수 없이 많다. 자극적으로 연출하는 일명 악마의 편집과 특정 소속사(연습생) 밀어주기로 인한 공정성 논란도 지겨울 만큼 반복된다. 지난 17일 첫 방송 된 ‘보이즈2플래닛’의 출연자 김건우는 인성 논란과 공정성 논란이 동시에 터져 찬물을 끼얹었다. 

 

 첫 방송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보이즈2플래닛’ 김신영 CP는 “(밀어주기는) 시청자도 다 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며 공정한 방송을 약속했다. 그러나 불과 2주 방송에서 벌써 두 번이나 논란 해명에 나서야 했다. 

 

 ‘보이즈2플래닛’의 출연진은 소속을 밝히고 경연에 나선다. 소속사가 없을 경우 개인 연습생으로 출연하는 것이 원칙이나 김건우와 강우진이 웨이크원 소속 연습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소속을 속인 것도 문제지만 웨이크원이 엠넷의 모기업 CJ ENM 산하 레이블이라는 것이 논란을 키웠다.

 

웨이크원 측은 “연습생 계약 전 지원을 마쳐 개인 연습생으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지만, 조작 논란이 일었던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을 경험한 시청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작진의 편집이 연습생의 흥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만큼 관계사 소속 연습생을 두고 ‘팔이 안으로 굽는’ 편집이 없을 것이란 보장도, 시청자의 믿음도 없다. 뒤늦게 두 연습생과의 계약 종료를 알렸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다. 

 

 소속 논란에 앞서 김건우를 둘러싼 인성 논란도 불거졌다. K그룹 센터로 일찌감치 주목받은 김건우에 관한 폭로 글이 올라온 것. 지난 17일 SNS상에 김건우가 타 연습생에게 폭언과 인신공격을 했다며 자신 역시 피해자라는 익명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김건우는 21일 자필 사과문을 올려 “이유를 막론하고 사과한다.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고 이점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고개 숙였다. 

 

 나아가 방송 이후 제작진의 편집에 불만을 표출하는 시청자 의견이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실력 있는 연습생들이 편집되고 일부 연습생을 대상으로 제작진의 티 나는 ‘밀어주기’가 보인다는 것. 스타 크리에이터의 투표를 전제로 한 방송이지만 시작부터 단단히 꼬였다.

올 초 MBN 방송 예정이던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 홍보물. MBN 제공

◆경쟁에 내몰린 10대

 

 출연자 대부분이 미성년자인 만큼 이와 관련한 논란도 발생한다. 올 초 방송 예정이던 MBN ‘언더피프틴’은 미성년자 상품화 논란에 방송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언더피프틴’은 만 K-팝 신동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로 15세 이하를 출연 조건으로 걸었다. 방송을 앞두고 공개한 홍보물에는 참가자들의 출생연도와 국적, 그리고 각자의 바코드가 포함됐다. 이를 두고 참가자 상품화 논란이 일었고, 미성년 참가자들이 성인 아이돌 연습생과 마찬가지로 과한 노출 차림의 의상을 입고 표정 연기를 선보여 논란이 심화했다. 제작진은 성 상품화 의혹에 전면 반박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았고 결국 출연자 보호와 재정비를 이유로 편성을 철회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계약서상 불공정한 내용이 있다 할지라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염려가 있다. 또한 장기간 합숙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획일화된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친 시청자에게 피로감을 준다. 더는 새롭지 않은 포맷에 바닥 치는 시청률은 제작진이 떠안아야 할 문제다. 이보다 중요한 건 어린 참가자들의 보호할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꿈을 이루고 싶은 순수한 마음을 악용해 어른들의 욕심만을 채우고 있는 건 아닐까. 어린 참가자들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한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