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오디션 공화국] 0%대 시청률에도…훨훨 나는 오디션스타

 가수 허각이 우승을 차지한 슈퍼스타K 시즌2은 본격적인 오디션 예능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당시 20%에 육박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케이블 채널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슷한 포맷, 창궐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피로감을 가중시켰다. 결국 슈퍼스타K는 시즌5에서 1%대의 역대 최저 시청률을 거두며 시리즈의 막을 내려야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재미를 본 방송사들은 아이돌 장르로 눈을 돌렸다. 2016년 첫 선을 보인 ‘프로듀스101’ 아이돌 오디션의 시초가 됐다. 시즌1과 이듬해 방송된 시즌2는 4∼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다시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흥기를 열었지만, 2020년대 들어 선보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계속해서 부진한 모양새다. 그저 아이돌 문화를 향유하는 세대들의 ‘그들만의 리그’처럼 인식되는 현실이다.

 

 반면 성과는 뚜렷하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강력한 팬덤의 형성과 IP(지식재산권)의 확장, 글로벌 시장 진출의 가능성까지 고루 고려하고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이들 방송에서 시청률은 지극히 일부 지표일 뿐이다. 

 

 이제 콘텐츠 소비 양상이 바뀌었다.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만큼 TV 시청률보다 중요한 것이 온라인 콘텐츠 소비량이다. 실시간으로 TV를 시청하기 보다 방송 이후 재생산한 콘텐츠를 소비하며 응원하는 연습생에게 힘을 싣는다. 방송 장면을 1분 내외로 짧게 편집한 클립 영상이나 유튜브 콘텐츠 등을 기반으로 한 화제성 지수, 실시간 투표 등을 통한 영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방송사가 끊임 없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이유다.

 

 현재 방송 중인 ‘비 마이 보이즈’와 ‘보이즈2플래닛’도 0%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첫 방송된 ‘비 마이 보이즈(B:MY BOYZ)’는 SBS가 선보이는 글로벌 보이그룹 오디션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선발된 30명의 참가자가 경쟁을 통해 보이그룹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차별화 포인트는 ‘비기너(B:GINNER)’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참가자들을 현직 아이돌이 직접 평가한다는 점이다. 

 공중파 토요일 오후 편성 시간대와 NCT, 몬스타엑스 등 선배 아이돌 그룹의 빵빵한 지원사격도 있지만 성과는 미비하다. 시청률은 둘째 치고 지난달 14일로 예정된 첫 방송이 방송 당일에야 한 주 밀린다는 소식조차 화제가 되지 않았다.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리그'를 통해 올해 초 데뷔한 그룹 아홉. F&F엔터 제공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비 마이 보이즈’에 앞서 지난해 1월 ‘유니버스 티켓’으로 탄생한 걸그룹 유니스, 올 초 ‘유니버스 리그’로 탄생한 보이그룹 아홉은 데뷔 후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디션 방송 당시 두 방송 모두 0% 대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으나 데뷔 이후 유니스는 각종 시상식과 대학 축제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아홉은 초동(발매 일주일 후 판매량) 36만 장을 뛰어 넘으며 올해 신인 보이그룹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두 그룹은 F&F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최종 데뷔조 발탁 이후 소속사의 전방위적 서포트 속에 성공가도를 걷기 시작했다.

 시즌마다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는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조차 시청률은 기대할 수 없다. 5세대 대표 보이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제로베이스원을 탄생시킨 ‘보이즈 플래닛’은 2023년 방송된 당시 1%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시청률면에서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지만, 팀 결성 이후 데뷔 앨범 초동 180만장을 달성하고 이후 5연속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데뷔 9일만에 음악방송 1위, 각종 시상식 신인상도 휩쓰는 등 워너원에 버금가는 성적을 냈다. 시청률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강력한 팬덤의 지지를 받은 덕이다.  

 

 17일 첫 방송한 ‘보이즈2플래닛’(보플2)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2주간 K(한국)플래닛 방송분 시청률은 0.3%로 지난 시즌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경쟁률은 예년보다 치열했다. 선정된 출연진 160명도 역대 최다 인원으로 알려졌다. C(중화권)플래닛 설정으로 글로벌 화제 몰이도 일찌감치 성공한 만큼 향후 데뷔조도 무난한 데뷔 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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