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는 도전의 아이콘, 고효준이 굵직한 역사를 적어냈다.
고효준이 두산 역사를 새로 썼다. 프로야구 출범부터 팀 전설로 남아있는 박철순이라는 레전드를 넘고 베어스 최고령 승리투수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27일 잠실 LG전에서 팀 3번째 투수로 나섰다. 팀이 6-5로 앞서다가 7회초 불펜 최원준이 동점을 헌납한 상황이었다.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한 고효준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 좌타 문성주에게 공 5개를 던져 깨끗한 2루 땅볼을 만들어내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행운이 따랐다. 7회말에 곧장 도망가는 1점이 나오면서 그의 구원승 요건이 채워진 것. 8회초 시작과 함께 이영하와 교체된 그였지만, 그대로 팀원들이 9-6 승리를 완성시켜주면서 그의 KBO리그 통산 48번째 승리 엔딩이 빚어졌다.
의미가 깊다. 지난 시즌 SSG에서 방출돼 헤매던 그를 품어준 두산에서 처음으로 빚어낸 승리이기 때문. 여기에 역사적인 이정표도 따라붙었다. 박철순이 1996년 9월4일 대전 한화전에서 세운 베어스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40세5개월23일)까지 넘어선 것. 1983년 2월8일생인 고효준은 이날 기준 42세5개월19일의 나이로 승리를 쟁취했다.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히는 기록이다. 이 부문 1위 기록은 한화 소속이던 송진우가 2009년 4월8일 대전 두산전에서 만든 43세1개월23일이다. 바로 뒤에 고효준이 2위로 이름을 올렸다. 3위는 최향남(전 KIA)이 2013년 8월28일 무등 롯데전에서 세운 42세5개월이다.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고 취재진과 만난 고효준은 “(승리투수를)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전부터 마음 속으로 기대할 수 있는 대기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팀에 도움이 되면 뭐든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던져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게 웃었다. “어렵게 팀에 들어와서 또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많이 나가고 있다.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마음에 많이 새겨진다. 그래서 더 뜻깊은 승리”라는 애틋한 한마디도 덧붙였다.
박철순을 넘어선 것에 대해서는 “너무 영광이다. 스스로를 채찍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제 다음 목표는 송진우 선배님의 기록이다. 정확한 시점이 언제여야 하는지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달려가 보겠다”는 기쁨의 소감도 전했다.
이어 “내 야구 인생에 있어서 지금은 보너스 인생이다. 많은 성적을 바라는 건 아니다. 그 보너스를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생각”이라고 노장의 단단한 마음가짐을 귀띔하기도 했다.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우는 건 역시 가족이다. 그는 “지금까지 야구할 수 있는 원동력은 가족밖에 없다. 특히 6살 딸이 제일 많이 응원을 해준다. (방출 이후에) 집에 있을 때는 TV 보면서 ‘아빠는 왜 야구장에 안 보여’라는 얘기도 했다. 그런 것들로 마음가짐이 많이 다져졌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해줬다.
마지막으로 그는 “마운드 올라갈 때마다 항상 속으로, 또는 입모양으로 ‘나도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되뇐다. 나와 같은 40대들에게도 ‘당신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꿋꿋이 버텨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는 유쾌한 미소를 띄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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