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 여름 폭염, 더울수록 시원한 웃음이 필요하다

요즘 날씨, 누가 에어프라이어 돌려놓은 거 아닌가?

 

출근길 아스팔트 위에 발을 딛는 순간 내가 걷는 게 아니라 튀겨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얼마 전엔 진짜로 양복바지 뒷주머니에서 치킨너깃 꺼내 먹는 꿈을 꿨다. 꿈인데도 살짝 바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엔 이런 사람 꼭 한 명씩 있다. “기후 위기? 에이~ 여름엔 원래 더웠어”라고 말하다가도 겨울엔 또 “지구온난화라며 왜 이렇게 춥냐”라고 한다. 그런 말 할 시간에 선풍기 줄이나 잡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입을 여는 순간 입김이 나올까 봐 조심한다.

 

그래도 정말 의문은 든다. 지금 이 폭염이 단순한 여름의 감정 과잉인지, 아니면 정말 지구가 화가 난 건지. 나 같은 사람이야 상상력이 밥줄이지만 요즘은 뉴스가 더 황당하다. 프랑스 포도밭이 사막이 되고 지구의 반이 바다에 잠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얼마 전엔 기상청이 “기록적인 폭염입니다”라고 발표하더니 그다음 날은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했다. 아예 폭염 시즌1, 시즌2 나누자는 거지? 마치 드라마처럼. 결말은 인류 멸망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파일럿 에피소드 같으니 좀 더 웃어보자.

 

나는 진지하게 상상해 본다. 혹시 우리 인간들이 만든 플라스틱 빨대들이 모여서 지구 중심까지 파고들었고, 그게 화산을 자극해서 기온이 오른 건 아닐까? 아니면 소들이 내뿜는 메탄가스가 너무 쌓여서 어느 날 갑자기 전 지구가 거대한 ‘방귀 돔’ 안에 갇힌 건 아닐까? 이건 약간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 메탄가스는 실제 온난화에 영향이 있다. 진짜다.

 

정말 기후 위기가 실화라면 우린 진짜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서 에어컨을 끄고, 텀블러를 챙기고, 일회용품 좀 줄이고, 자전거도 타고. 그런데 이런 노력을 다 해도 옆집 아저씨가 석유 보일러 풀가동하면 아무 소용 없다는 게 이 위기의 허무함이다. 이쯤 되면 우리가 필요한 건 기술도, 제도도 아닌 유머 감각이 아닐까 싶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우린 더 시원한 농담을 던져야 한다. 물론 에어컨 바람은 못 되겠지만 최소한 헛웃음에 덥다는 생각은 좀 줄 수 있지 않겠나.

 

결론? 기후 위기, 진짜다. 내가 이렇게 더우니까. 하지만 우리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이 지구 아직 버틸 수 있다고 믿는다. 아니면 최소한 바삭한 치킨너깃은 꿈에서만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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