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죽던 공룡들을 깨운 만루포 한방… 김휘집이 되새기는 다짐 “나 자신을 믿으며”

NC 김휘집이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더그아웃을 향해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조금은 울적했던 공룡들의 후반기, 반전을 마련할 소중한 분기점을 김휘집(NC)이 수놓았다.

 

이호준 신임 사령탑과 함께 시작한 프로야구 NC의 2025시즌 전반기, 만족스러운 4연승과 함께 승률 5할(40승5무40패) 마침표가 찍혔다. 재충전과 함께 나아갈 일만 남았던 것 같았지만, 세상 일은 역시 마음대로만 되지 않았다. 후반기 출발과 함께 4연패 터널이 찾아왔다. 안방에서 KT를 만나 시리즈 스윕을 내주며 풀이 크게 죽어버렸다.

 

계기가 필요한 순간, 김휘집이 움직였다. 25일 창원 키움전이었다. 지난해에 짐을 쌌던 친정을 상대로 중요한 한방을 때려냈다. 그의 무대는 팀이 3-4로 밀리던 4회말 무사 만루였다. 우완 선발 박주성을 상대로 5구째 슬라이더 시속 127㎞ 슬라이더가 복판에 몰린 걸 놓치지 않고 걷어 올렸다. 이 타구는 시원하게 하늘을 갈라 좌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으로 연결됐다.

 

김휘집의 시즌 11호포이자 첫 번째 그랜드슬램이었다. 커리어를 통틀어서는 3번째 만루포다. 또한 올해 키움을 상대로는 3번째 홈런을 수확하며 옛 팬들 앞에서 화끈한 무력 시위를 펼쳐놓게 됐다.

 

NC 김휘집이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알토란 같은 한방은 NC의 16-7 대승으로 연결됐다. 물론 그전에 한때 7-6까지 쫓기는 위기가 있긴 했다. 하지만 김휘집이 만들어낸 분위기가 기어코 지켜지면서 낙승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연패 탈출과 함께 본격적인 후반기 시동을 건 이호준 NC 감독은 “선수들이 더 이상의 연패는 없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이겨내려는 의지로 뛰어줬다”며 “김휘집의 만루 홈런으로 승리 분위기를 잡았다”고 흡족한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승리 일등공신이 된 김휘집도 “후반기 첫 승이 너무 오래 걸려 팬들께 죄송했다. 연패가 더 길어지기 전에 끊어서 다행이다. 오늘 승리가 반등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모처럼 부모님이 (창원) 야구장에 오셨는데, 만루홈런으로 기쁘게 해드린 것 같다”며 홈런에 담긴 특별한 의미를 덧붙이기도 했다.

 

굳은 다짐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는다. “최근에 스스로를 의심하면서 내 스윙을 돌리지 못했는데, 오늘은 나 자신을 믿었다. 내 타석에 몰입해서 내 스윙을 돌린 것이 주효했다”는 한마디에 자신감을 실어보내는 배경이다.

 

마지막까지도 마음에 걸린 건 씁쓸했던 연패였다. 그는 “팬들께서 우리가 후반기를 4연패로 시작해 많이 실망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기대하시는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선수들과 더욱 준비 잘하겠다”는 씩씩한 약속을 띄워 보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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