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의 회식은 정말….’
지난 15일. 올스타 휴식기로 경기가 없던 날이었다. 삼성 선수단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 고깃집에서 단체 회식을 진행했다. 형식적으로 밥 한 끼 같이 먹는 이벤트가 아니었다. ‘주장’ 구자욱과 ‘베테랑’ 강민호, 류지혁 등이 의기투합해 만든 자리였다. “뭐라고 해보자” “분위기라도 한 번 살려보자”는 취지였다. 사뭇 결연했다. 고참급 자원들이 테이블을 돌며 때로는 용기를 불어넣기도, 때로는 날카로운 쓴 소리를 건넸다. “달라져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공유했다.
이유가 있다. 전반기를 8위로 마쳤다. 당시 4연패였다. 마지막 시리즈였던 NC와의 3연전을 모두 내준 부분이 뼈아팠다. 5할 승률도 깨졌다. 충격이 컸다. 삼성은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은 팀이다. 개막 전 우승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몇몇 선수들이 나섰다. “이렇게 끝나면 정말로 그냥 그런 팀이 된다. 지난 시즌 했던 게 운이었던, 잠깐 반짝했던 팀으로 끝난다. 우리는 8위할 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열심히 하자’는 다짐이 아니었다. 좀 더 간절하게,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순간이었다. 원태인은 “형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후회 없이 한 번 해보자’고 하더라. 우리 팀이 관중 수도 1등 아닌가. 선수들 모두가 많이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양도근 역시 “좋은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진짜 다치면 안 되지만, 다쳐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임하자’는 말이 와 닿았다. 정신을 차리게 됐다”고 끄덕였다.
진심을 전했던 시간, 울림은 컸다. 다시 한 번 ‘하나의 팀’이 되는 계기가 됐다. 후반기 시작 후 3연승을 내달리면 포효했다. 이 기간 방망이가 42안타, 7홈런, 31득점, 29타점 폭발했다. 첫 경기였던 20일 대구 키움전에선 홈런 7개를 몰아치기도 했다. 원태인은 “키움전이 큰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주전부터 백업까지 모두가 뜨겁게 한 마음 한 뜻으로 파이팅 했다. (중간에) 위기가 있었지만 뒤집으면서 분위기가 살아났다. 어린 동생들도 잘 따라와 줬다”고 귀띔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