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겸 유튜버 덱스(김진영)가 배우로서 첫 걸음을 뗐다.
덱스는 지난 21일 첫 방송한 ENA 월화드라마 ‘아이쇼핑’을 통해 연기자로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 웹예능 ‘가짜사나이’를 시작으로 MBC ‘피의 게임’, 넷플릭스 예능 ‘솔로지옥 2’,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리즈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던 덱스다. 웬만한 톱스타 못지않은 스케줄을 소화하며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던 덱스는 이제는 연기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아이쇼핑’에서 덱스는 SH 의료재단 대표 김세희(염정아 분)가 어둠 속에서 키워낸 인간병기이자, 불법 매매 입양 조직의 실질적인 운영자 정현 역을 맡았다. 정현은 세희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며 김아현(원진아 분)을 비롯해 ‘환불’되었지만 살아남은 아이들을 가차 없이 추격하는 냉혹한 인물이다.
그동안 예능과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보여줘 온 친근한 이미지와 달리 덱스는 드라마에서 진중하고 깊이 있는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어필했다. 덱스가 맡은 정현은 무표정하고 차가운 시선, 침착한 태도로 극 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빌런 포지션의 캐릭터다. 연기력은 물론이고 냉철한 액션, 말을 하지 않아도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묵직한 카리스마 등이 관건인 캐릭터다.
이런 점에서 덱스는 캐릭터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해군 특수전전단(UDT) 특전사 출신인 그는 전역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운동에 매진할 정도로 체력 단련과 몸 관리에 힘쓰고 있다. 실제 친한 지인들 사이에선 애교쟁이라 통하지만 남자다운 얼굴형과 높은 콧대를 가진 미남형 얼굴은 한편으로 차가운 이미지를 보이기도 한다. 액션과 카리스마가 필수 조건인 정현 역에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덱스가 연기에 나선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만큼 ‘아이쇼핑’에서 덱스는 주연 배우 못지않게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다만 첫 방송 직후 일부 시청자는 덱스의 어색한 연기를 지적했다. 기본적인 발성이나 표정 연기, 걸음걸이를 지적하는 반응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연기 도전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사실 ‘아이쇼핑’은 덱스에게 첫 작품이다. 이미 덱스는 지난해 공개된 U+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에서 단편극 ‘버려주세요’ 주인공을 맡았다. ‘아이쇼핑’은 그보다 먼저 촬영했지만 이제서야 공개가 됐다. 촬영일 기준으로만 보면 덱스의 연기 데뷔 이후 차기작은 이미 공개가 된 셈이다.
당시 덱스는 배달에 몰두하다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휩쓸리는 주인공을 연기했다. 공포 스릴러 작품인 만큼 기본적인 감정 연기가 받쳐줘야 했지만 덱스는 비교적 훌륭하게 배우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에 앞서 ‘아이쇼핑’ 촬영에 임하며 신인 배우로서 소중한 연기 경험을 쌓은 덕으로 보인다. 연기에 도전한 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성장세를 보여준 셈이다.
‘아이쇼핑’에서도 표정이나 발성 등이 지적받고 있지만 액션 장면은 덱스만이 가능해 보일 정도로 시원하고 경쾌하다. 이미 차기작에서의 연기 성장세가 공개된 만큼 극이 전개될수록 덱스는 신선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출을 맡은 오기환 감독 또한 “예능인 덱스는 잘 모르고, 배우 김진영만 알고, 배우로 미팅했고, 가능성이 있어서 캐스팅한 것”이라며 “처음 한 달과 마지막 김진영은 확연히 달랐다. 가능성이 큰 배우”라고 극찬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이 인정했을 정도로 덱스의 성장세가 크다는 뜻이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덱스는 “(최)영준 선배와 촬영할 때는 마음 놓고 힘을 줬다가 뇌에 산소가 들어가지 않아 잠깐 블랙아웃(의식을 잃음)을 경험했다”고 할 정도로 촬영에 열정적이었다. 그러면서 “훌륭한 제작진, 출연진 사이에서 제가 흠이 되지 않을까 죄책감을 갖고 임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끄집어내 작품에 임했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지난해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 제작발표회에서도 덱스는 “욕을 얼마나 먹을지 궁금하다”면서도 “평가가 두렵진 않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많은 분들 앞에서 일하는 만큼 쓴소리가 두렵다기보다 오히려 많이 해주시면 수정 보완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좋은 소리보다 쓴소리 많이 해주시면 달게 받고, 잘한 것 한 가지만 칭찬해 주시면 자신감을 갖고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배우로서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유튜브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누구보다 착실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덱스다. 연기자로서도 이제 막 첫발을 뗀 그는 배우라는 활동 영역에서도 특유의 성실함과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아직은 서툴고 미숙한 부분도 있지만 차근차근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가며 더 완성도 높은 연기를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자기관리, 변화와 발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는 앞으로 배우로서의 덱스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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