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F1: 더 무비’의 역주행 기세가 매섭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F1: 더 무비’는 지난 21일 5만92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192만4630명을 기록,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뒤 약 한 달여 만에 2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게 됐다.
영화는 지난 주말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3주 만에 탈환하기도 했다.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그 뒤로 2주간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노이즈’·‘슈퍼맨’ 등에 밀린 바 있다. 앞으로의 흥행 가도도 청신호다. 관객의 관심도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좌석판매율에서도 ‘F1: 더 무비’는 압도적인 1위를 달성하고 있다.

영화는 최고가 되지 못한 베테랑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가 최하위 팀에 합류해 천재적인 신예 드라이버와 함께 일생일대의 레이스를 펼치는 이야기다. 포뮬러1(F1)이라는 세계 최고의 레이싱 무대에서 펼쳐지는 속도와 전략, 팀워크를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올림픽·월드컵에 이어 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히는 포뮬러 1은 지난 시즌에만 전 세계 15억명 이상이 경기를 시청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스포츠지만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의 이례적인 역주행 흐름은 단연 관객의 입소문이다. 실제로 영화 커뮤니티 등에서는 영화를 향한 호평과 후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보편화와 티켓값 인상 등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은 줄었지만 ‘F1: 더 무비’에는 N차 관람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영화 소비층 사이에선 팬데믹을 계기로 ‘어차피 나중에 OTT로 볼 수 있는데 굳이 비싼 돈을 내고 영화관에 갈 필요가 없다’는 심리가 퍼져있다. 이같은 심리를 깨는 작품이 F1: 더 무비다. 일반 상영관이 아니라 4DX·아이맥스·돌비 애트모스 등 특별 상영관에서 영화를 본다면 재미는 배가 된다.

실제 F1 경기장에서 현역 드라이버와 팀들이 참여해 촬영한 실감 나는 장면은 특별관의 대형 스크린과 만나 압도적인 현장감을 준다. 일반 상영관보다 훨씬 넓은 시야각과 선명한 화질은 차량의 미세한 움직임, 트랙 위의 스피드감을 더 사실적으로 감상할 수 있어 영화 속 F1 레이스의 박진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F1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엔진 소리와 타이어 마찰음은 특별관의 서라운드 입체 음향을 통해 더욱 생생해진다. 레이싱 엔진의 강렬한 배기음, 타이어 마찰음, 관중의 함성까지 입체적으로 들려와 영화 속에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전달한다.
영화는 제작 때부터 특별관 중심 상영 체험을 분명한 목표로 삼고 기획·제작됐다. F1 현역 팀·드라이버들이 실사 촬영에 직접 참여했고 F1의 엔진음, 질주 장면, 카메라 앵글 등 모든 영화적 요소를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최고로 구현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순 제작비 또한 2억5000만달러(3421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개봉 첫 10일간 전 세계 약 3억 달러(4170억원) 수익 중 20% 이상이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발생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아이맥스 상영이 전체 영화 티켓 판매의 25%를 차지했다. 전 세계 영화 스크린 중 아이맥스 비율은 1% 미만임에도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다.
또 CGV 자회사 CJ 4DPLEX에 따르면 북미 시장에서 4DX로만 첫 주말 200만 달러(27억원) 수익과 함께 평균 56% 이상의 객석률을 달성했다. 단 65개 4DX 상영관에서 개봉주차 북미 전체 박스오피스 수익의 3.5%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F1: 더 무비는 4DX 좌석판매율이 최근 87%를 기록하며 엔데믹 이후 최고 수치를 경신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압도적인 체험감을 선사하는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의 4DX 상영관은 명당 자리는 꿈에 꾸기도 힘들 정도로 현재까지도 예매 경쟁이 치열하다.

특별 상영관이 아니더라도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걸맞은 재미를 선사한다. 오랜만에 텐트폴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한 브래드 피트의 매력이 극대화됐다. 실제 서킷에서 시속 300km를 넘는 고속 주행을 직접 소화하며 레이싱 액션의 생동감과 리얼리티를 살렸다. 나이를 잊게 만드는 존재감과 설득력 있는 연기로 레이싱 액션과 드라마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탑건: 매버릭’(2022)에서 보여준 몰입형 액션 연출을 이번에도 강력하게 발휘했다. CG나 세트에 의존하는 대신 실제 F1 경기 현장에서 현역 드라이버와 협력하며 촬영을 진행했다. 큰 화면에서 볼 때 현장에 있는 듯한 박진감을 느끼도록 하는 연출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감독의 장점이 돋보인다.
아울러 베테랑 주인공과 신입 루키를 중심으로 한 서사 구조는 ‘탑건: 매버릭’과 마찬가지로 팀워크와 쌍방향 성장을 핵심 주제로 삼으며 관객에게 익숙하면서도 공감 가는 스포츠 드라마를 선사한다.

‘탑건: 매버릭’에 이어 이번에도 조셉 코신스키 감독 작품에 참여한 할리우드 거장 음악 감독 한스 짐머의 음악적 완성도도 명불허전이다. 그는 오케스트라와 전자 음악을 접목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레이싱의 역동성과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 디자인이 영화의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스 짐머는 다시 한 번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작품에서 음악적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며 관객에게 뛰어난 청각적 경험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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