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마운드를 지켜오던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가 고별식을 끝으로 수원 팬들에게 진짜 작별을 고했다.
2019년부터 7년의 시간을 함께해 온 쿠에바스가 정들었던 수원을 떠났다.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구단이 마련한 고별식에 참석한 그는 홈 팬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피할 수 없는 이별이었다. 올해 마주한 부진으로 끊임없는 교체설이 나돌았고 결국 올스타 브레이크였던 지난 11일, KT로부터 웨이버 공시됐다. 동시에 그를 대체할 패트릭 머피의 영입도 공식 발표됐다.
어느 정도 예고된 이별이지만, 그의 빈 자리는 KT가 결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었다. 2019년 KBO리그에 입성해 7시즌을 뛴 장수 외인이다. 2022시즌에 부상으로 인한 헤어짐이 있었지만, 1년 만에 회복해 돌아왔고 지금까지 동행을 이어왔다. 2021시즌 KT가 빚은 구단 유일 통합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등 숱한 여정을 함께 해온 가족 같은 사이다.

쿠에바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는 “지금 기분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방출된 적이 없는데 한국에서만 두 번째”라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정말 긴 7년의 세월 동안 좋았던 기억이 너무 많다. 모든 선수단을 형제이자 가족으로 생각했다. 좋았던 이야기를 꺼내라면 1시간도 넘게 걸릴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별이 아쉽지는 않을까. 그는 “팀은 승리를 이끌어낼 투수를 구하는 게 당연하다. (방출은) 비즈니스의 일종이다. 모든 선수가 미래에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담담히 받아들였다. 올 시즌의 아쉬운 퍼포먼스가 마음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18경기 3승10패 평균자책점 5.40에 그쳤다. 그는 “유연성이나 파워도 떨어지지 않는 등 몸 상태는 좋았다. 하지만 팀의 기대와 스스로 갖고 있던 기대가 모두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서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 원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털어놨다.
굵직한 발자국을 남겼음은 부정할 수 없다. KT 소속으로 통산 149경기 55승 45패 평균자책점 3.93(872⅓이닝 381자책점) 704탈삼진 등을 남겼다. 가을만 되면 더 빛났다. 포스트시즌 통산 8경기(41⅓이닝) 4승1패 평균자책점 2.83을 남기며 리그 대표 빅게임 피처로 이름을 날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묻자 그는 “모두가 생각하듯 (2021년) 타이브레이크를 뽑겠다”는 예상된 답변을 내놨다. 당시 쿠에바스는 KT와 삼성이 정규시즌 성적 타이를 이루면서 1위 자리를 걸고 벌인 타이브레이크에 선발 출전해 7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의 극적인 우승을 견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이틀 정도만 쉬고 나가기도 했고, (던질 수 있는) 선발이 나밖에 없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국시리즈(KS) 직행이 걸렸던 경기라 당연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그 외에도 KT의 가을야구 경기가 떠오른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경기, KS에서의 첫 승리를 거둔 기억도 난다. 중요했던 모든 경기들이 소중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 그는 “나는 은퇴하는 게 아니고 선수 커리어를 이어나간다. KBO 팀에서 내년에 불러준다면 100% 복귀 의향이 있다”며 국내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지금은 대만이나 멕시코, 미국 팀들과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어떤 계약이 가장 좋은 기회일지 생각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시 한번 팬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가족들도 7년을 함께 하며 우리가 받은 사랑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국은 우리에게 제2의 고향이고, 특히 수원이라는 도시에 정이 많이 들었다. 아내가 최근 2주동안 우울해하고 가족들 모두 슬퍼한다”며 “꼭 다시 팬들을 보고 싶다. KBO리그 다른 팀이든, 혹은 꼭 선수가 아닐지라도 언젠가 팬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이 있기를 바란다”는 애틋한 작별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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