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생리통·배변통, 단순 통증일까? ‘자궁내막증’ 의심

매달 겪는 생리통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면 단순한 생리 증상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생리 주기와 맞물려 허리통증이나 배변 시 통증이 동반된다면 ‘자궁내막증’ 같은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민트병원 여성의학센터 의료진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봤다.

◆ 자궁 안이 아닌 자궁 밖에 생긴다?

 

자궁내막증은 이름과 달리 ‘자궁 밖’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보통 생리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할 자궁 내막 조직이, 복강 안쪽에 남아 난소나 골반강, 자궁 외벽 등으로 파고들며 염증을 유발한다.

 

민트병원 기경도 여성의학센터장(산부인과 전문의/의학박사)은 “정상적인 생리는 자궁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지만, 일부 생리혈이 나팔관을 거쳐 복강 안으로 역류하면서 자궁내막 조직이 다른 조직에 붙게 된다”며 “이로 인해 염증이 생기고, 반복적인 생리통·골반통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을 의학적으로 ‘월경혈 역류 가설’이라 하며, 자궁내막증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선근증·내막종·폐내막증… 다양하게 퍼진다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근육층 안으로 파고든 경우는 ‘자궁선근증’이라 부르며, 난소에 낭종 형태로 생기면 ‘난소내막종’이라 한다. 드물게는 흉부나 피부, 심지어 폐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폐자궁내막증’도 보고되고 있다.

 

기경도 센터장은 “최근에는 제왕절개 수술 흉터 부위에 내막 조직이 이식돼, 생리 시마다 통증과 함께 혹이 만져지는 ‘피부자궁내막증’ 환자도 늘고 있다”며 “재발 우려가 있으므로 경험 많은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초음파로도 안 보인다? 심부내막증일 가능성

 

자궁내막증 중 일부는 복강 내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신경을 누르며 통증을 유발하는 심부내막증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이 경우 단순한 생리통을 넘어 허리나 항문, 심부 골반까지 다양한 통증이 나타나며, 기존 초음파 검사로도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경도 센터장은 “심부내막증은 복막, 신경, 직장 주위 등 깊은 부위에 침투하기 때문에 일반 초음파 검사로는 진단이 어렵고 고해상도 MRI 검사가 도움이 된다”며 “통증의 원인을 애매하게 넘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수술만이 해답? 약물치료와 병행 필요

 

자궁내막증은 진행형 질환이다. 생리와 함께 내막 조직이 매달 증식하며 병이 악화되는 만큼, 조기에 병소를 제거하는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임기 여성의 경우 수술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민트병원 김하정 여성의학센터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의학박사)은 “20~30대 여성들은 향후 임신 계획 때문에 수술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약물 치료로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지만, 내막증의 본질적 해결은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아 있는 병을 억제하기 위해 약을 쓰는 것보다, 수술로 병소를 정리한 후 재발을 막기 위한 약물 치료가 훨씬 효과적”이라며 “현실적으로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약으로 병의 진행을 억제하며, 적절한 시점에 수술을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 재발 막기 위해선 약물치료와 ‘임신’

 

자궁내막증은 재발률이 높다. 따라서 치료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성근증이나 난소내막종처럼 호르몬과 관련된 질환은, 외부에서 투여하는 에스트로겐 제제나 특정 영양제 섭취도 주의해야 한다.

치료 후 결혼이나 임신 계획이 있는 경우, 가능한 한 빠르게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자궁내막증은 시간과의 싸움인 만큼 재발 전에 건강한 임신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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