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한솔은 부지런한 배우다. 주연, 조연할 것 없이 맡은 배역에 늘 최선을 다하며, 작품의 크기와 상관없이 자신의 색을 묵묵히 채워가고 있다.
첫 사극이었던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KBS2)도 훌륭하게 마쳤다. 이 드라마는 평범한 여대생 K(서현)가 로맨스 소설 속 단역 차선책(서현)에 빙의돼 남주 경성군 이번(옥택연)과 하룻밤을 보내며 펼쳐지는 로맨스 판타지 극이다. 인기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기존 서양풍이었던 배경이 한국적인 정서에 맞는 사극풍으로 각색돼 만들어졌다.
권한솔은 로맨스 소설 속 청순가련 조은애를 맡았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출생 비하인드를 가진 인물로, 차선책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이번과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그러나 차선책의 등장으로 이번과 엇갈린다.
◆원작과 다른 캐릭터, 감독과 배경·과정 분석
권한솔은 17일 “오디션에 참여하면서 원작을 다 읽었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생동감이 있어 재미있게 봤다”며 “특히 은애의 서사가 원작과 달리 흑화된다고 해서 더 매력을 느꼈다. 원작에선 한결같이 단아하고 착한 인물이다. 드라마화되면서 감정이 복잡한 인물로 재창조됐다. 각색되면서 더 잘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이웅희 감독과 지속 소통하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조은애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우연히 거상 조병무의 목숨을 구한 일로 그의 수양딸이 됐다. 극 초반엔 어려운 이를 돕고, 받은 은혜를 베풀 줄 아는 모습의 인물로 보였으나 양아버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점차 어두운 선택을 하게 되는 인물로 변해갔다.

권한솔은 “은애가 흑화됨에 있어 결핍이라는 키워드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흑화가 그 배경에서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며 “주변인들에게 보이는 은애가 사실 겉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중간중간 자극이 필요했다. 은애가 어떤 면에서 자극을 받을까를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이번이 은애의 이름을 도화선으로 잘못 불렀을 때도 그렇고, 다홍회에서 화선이 ‘양아버지가 사실 미래의 지아비가 아니냐’는 등 안 좋은 얘기를 할 때에도 과하게 발끈하는 모습이 있다. 그런 포인트들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첫 사극이지만 대사 톤부터 한복의 움직임까지 누구보다 착 붙는 연기를 펼쳤다. 극의 특성을 세심하게 분석한 노력의 결실이다.
권한솔은 “발랄한 느낌이 가미된 판타지 극이기에 너무 무거운 사극 톤은 자제했다. 감독님께서 현대적인 느낌을 줘도 된다고 많이 풀어주셨다”며 “한복의 태는 기존 사극들도 참고했지만, 추가로 판소리하는 분들의 영상을 많이 봤다. 한복이 생활화된 사람들에게 나오는 제스처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복의 멋은 물론 은애의 변화 과정을 자세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다. 흑화하기 전에는 자세를 곱게 사용했다면 그 후부터는 문턱을 넘을 때 치마를 잡지 않고 그냥 걷는다든지, 걸을 때 속치마가 보이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든지 이런 지점에서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TV·영화 꾸준한 연기 활동…차기작은 태풍상사
2016년 데뷔한 권한솔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열심히 쌓아가고 있다. 올해만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를 비롯해 러닝메이트(티빙), 나인 퍼즐(디즈니+), 마녀(채널A), 영화 태양의 노래에 출연했다. 러닝메이트에서는 핵인싸 반장 조한별, 마녀에선 고등학교 시절 주인공인 미정을 마녀로 몰고 간 서다은, 태양의 노래에서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엉뚱한 매력을 지닌 주인공의 절친 옥경으로 등장해 눈도장을 찍었다.
권한솔은 자신의 필모에 대해 “오디션 볼 때마다 프로필이 채워져 있는 것을 보면 매우 뿌듯하다. 한창 힘들 때 1년에 한 작품이라도 하면 다음 해까지 연기할 힘이 났다. 그렇게 한 작품, 한 작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참 끈기 있게 잘 했구나 칭찬해 주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다양한 작품의 오디션을 본 권한솔이 가장 많이 들은 칭찬은 눈빛이다. 상대의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눈빛이 계속해서 기회를 만들었다. 그는 “눈빛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번 드라마 오디션을 보고 나서도 감독님이 ‘순해 보이는 페이스지만 눈빛이 강렬했다’고 칭찬해주셨다”며 “올해 출연한 작품들에서 여러 얼굴을 봤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역할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도 나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옷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떤 역을 맡든지 ‘이거 못해’ 보다 ‘이건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라는 즐거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의 연기는 오는 10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 태풍상사(tvN)에서 이어진다. 김민하가 맡은 오미선의 동생인 오미호로 등장한다. 그는 “IMF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다. 오미호는 새침하면서도 발랄한 친구다. 여러 가지 끼를 방출하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저 역시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에 대해선 “액션도 도전해보고 싶다. 헬스는 기본으로 수영, 승마, 태권도 등 평소 운동을 취미 삼아 하고 있다. 몸을 사용할 때 에너지를 더 받는 것 같다. 액션을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런 캐릭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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