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무기력한 ‘1승’ 그친 女 배구, 꼴찌로 VNL 쓸쓸한 퇴장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국제배구연맹(FIVB) 공식 홈페이지

 

김연경 없이 표류하던 한국 여자배구가 붙잡고 있던 마지막 자존심, 그것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강등됐다.

 

지난달부터 브라질·튀르키예·일본 등을 거치며 12경기를 치러 1승11패, 승점5 수확에 그쳤다. 2주 차 첫 경기였던 캐나다전에서 거둔 승리가 유일한 기쁨이었다. 18개 참가국 중 꼴찌를 기록한 한국은 다음 해부터는 상위랭킹 국가들이 경쟁하는 VNL 무대를 누빌 수 없다.

 

지난 13일 프랑스와의 최종전마저 완패한 한국은 당초 꼴찌가 아닌 17위에 위치했다. 하지만 같은 승점 5를 찍으며 최하위를 다투던 태국이 14일 캐나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3 패배로 승점1을 추가해버렸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본 한국의 강등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경기 전 국기를 향해 경례하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국제배구연맹(FIVB) 공식 홈페이지 

 

VNL 복귀까지는 고난길이 예고됐다. 지난해까지는 하부리그격인 챌린저컵으로 향한 후, 그 대회에서 우승하면 VNL로 다시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챌린저컵은 지난해를 끝으로 중단됐다. 매년 최하위가 강등되는 VNL의 한자리는 직전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국가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팀이 차지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따라서 한국은 2027 VNL 복귀를 노려야 한다. 하지만 이미 세계랭킹이 37위(14일 기준)까지 추락했다. 앞으로 꾸준히 랭킹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FIVB 챌린저컵은 지난해를 끝으로 중단됐다. 아직 그 대회의 재개나, 대체 대회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고 들었다”며 “내년의 여자배구팀은 올해 VNL처럼 확실하게 참가하는 국제대회가 당장은 없다고 봐야 한다. 아시아선수권 등 한정된 대회에서 포인트를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캐나다전에서 유일한 승리를 거두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국제배구연맹(FIVB) 공식 홈페이지

 

한국 여자배구의 위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차가운 현실이다. 국민들이 기억하는 런던·도쿄 올림픽 4강 신화는 과거의 영광이 돼버렸다. ‘배구여제’ 김연경을 필두로 한 양효진, 김수지 등 황금세대들이 태극마크를 내려두면서 스타플레이어 부재에 신음하고 있다. 터전이 될 유소년 배구도 갈수록 활기를 잃으면서 V리그 경쟁력도 갈수록 저하되는 실정이다.

 

VNL에서도 비상등은 일찌감치 켜졌다. 2022·2023년 대회 12전 전패를 포함해 지난해까지 30연패 수모를 겪었다. 이미 강등이 됐어도 이상하지 않을 성적이지만, 2018년 VNL 출범 당시 세계랭킹 10위로 얻었던 ‘코어 국가’ 자격 덕분에 그간 강등이 보호됐다. 지난해의 경우 태국·프랑스에 2승을 따내며 겨우 꼴찌를 피했지만, 올해는 결국 불안하게 붙잡고 있던 밧줄을 놓치고 말았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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