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수 신화 꿈꾸는 두산 신인 김한중… ‘롤모델’ 최지강 길 따라간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존경하는 롤모델과 같은 팀에서 뛸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한 사람의 걸음은 다른 이의 방향이 된다. 프로야구 육성선수로 시작해 1군 필승조로 자리 잡은 선배의 모습을 바라보며 꿈을 키웠다. 단순 동료를 넘어서 ‘나침반’에 가깝다. 두산의 신인 투수 김한중에게 있어 최지강은 그런 존재다.

 

신인 드래프트 미지명의 아픔을 이겨내고 1군 무대 데뷔까지 일궜다. 경기상고-여주대를 졸업, 올해 육성선수로 입단한 김한중은 퓨처스리그(2군) 16경기 모두 구원 등판, 1승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9(19⅔이닝 5자책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149㎞까지 나왔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의 이목도 끌었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직구 구속이 시속 150㎞에 육박했지만 변화구가 약했다. 때문에 육성선수로 계약했다”면서 “입단 직후부터 권명철 코치와 함께 변화구를 가다듬는 데 초점을 맞췄고, 지금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직구의 구위를 여전히 유지하는 가운데 변화구를 장착하며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7월 초 콜업 후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10일 사직 롯데전서 감격의 1군 첫 등판이 이뤄진 배경이다. 팀이 9점 차 우위(9-0)를 점한 9회 말 선발 투수 잭 로그 후속으로 마운드를 책임졌고, 1이닝 동안 7구만 던져 범타 3개를 끌어내며 삼자범퇴 이닝을 장식했다. 하루 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도 북부리그 두 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 무실점 활약을 펼쳤다. 

 

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짜릿한 데뷔 순간의 여운은 여전하다.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채로 마주한 그는 “잭 로그 선수가 완투에 도전해도 되는데, 양보해주셨다”며 “덕분에 큰 점수 차에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이어 “1군 콜업 때만 해도 버스 타고 올라오면서 많이 떨렸다. 하지만 어제 등판 자체는 긴장감보다는 자신감이 오히려 더 생기더라. 잘할 수 있겠다고 마음 먹고 던졌다”고 덧붙였다.

 

존경하는 롤모델이 두 명이다. 먼저 그의 모자 안 쪽에 새겨진 ‘맘바 멘탈리티’에서 엿볼 수 있듯 미국프로농구(NBA) 전설 고(故) 코비 브라이언트가 그 중 하나다.

 

“코비의 정신력을 본받고 싶다”고 운을 뗀 김한중은 “육성선수로 들어온 만큼 기량적인 발전도 중요하지만, 멘탈적으로도 성숙하고,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 항상 모자에 새긴 문구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설명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 번째는 팀 동료이자 선배인 최지강이다. 마찬가지로 육성선수로 입단한 이력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1군 필승조로 거듭나는 등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 드래프트 낙방의 아픔 속에도 최지강을 보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김한중은 “원래 두산에 오기 전부터 (최)지강이 형을 존경했다”며 “같은 팀에서 함께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미소 지었다.

 

아직까지는 멀리서 지켜보는 팬심(心)이다. 개막 전만 해도 캠프 기간 운동 방식에 대한 질문부터 가까워질 기회를 엿봤다. 다만 서로 1, 2군에 머무를 시기가 엇갈려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부족했다.

 

개의치 않는다. 해맑은 표정으로 ‘다음’을 기다릴 뿐이다. 김한중은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다부진 각오와 함께 후반기를 준비한다. 1군 엔트리 생존이 급선무다. 나아가 곰 군단의 뒷문을 책임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거듭나는 걸 목표로 한다. 김한중은 끝으로 “불펜 투수는 헌신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팀이 힘들 때 마운드에 올라 그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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