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결과 봤어요.”
좌완 투수 알렉 감보아(롯데)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6월 최우수선수(MVP)로 반짝 빛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감보아가 6월 월간 MVP에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롯데 소속 선수가 월간 MVP를 받은 것은 2023년 4월 나균안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시즌 중반 합류한 외국인 투수로는 2023년 8월 윌리암 쿠에바스(KT)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감보아는 “정말 기분 좋다. 영광이다”라면서 “이렇게 뽑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기분 좋은 소감을 전했다.
특히 기자단 투표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35표 중 30표(85.7%)를 홀로 독식했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의미일 터. 팬 투표에서도 42만9664표 중 10만5152표(24.5%)를 획득, 총점 55.09점을 받았다. 전체 2위 전상현(KIA·총점 26.05점)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3위는 팀 동료 빅터 레이예스(9.65점)였다. 감보아는 “레이예스도 굉장히 좋은 한 달을 보냈다”면서 “상금(300만원)을 어떻게 쓸지 고민 중인데, 팀 동료들을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감보아는 지난 5월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어깨 부상을 당한 찰리 반즈의 공백을 메우는 것을 넘어, 1선발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전 소속팀 LA다저스에 이적료(10만 달러)까지 지불하며 영입한 배경이다. 실제로 짙은 존재감을 자랑했다. 7경기서 6승1패 평균자책점 2.11를 기록했다. 데뷔전이었던 5월 27일 대구 삼성전(4⅔이닝 4실점)을 제외하고 등판한 6경기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6월로 한정하면 5경기(31⅓이닝) 5승 평균자책점 1.72의 위력을 자랑했다.
감보아에게도 중요한 시점이다. 그토록 바라던 선발투수 기회를 얻었다. 미국에서도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밟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서 고정된 보직 없이, 그날그날 즉흥적으로 주어지는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비시즌이면 세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감보아는 “이렇게 제대로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것이 처음이다. 확실하게 루틴대로 준비할 수 있어서 좋다. 세차 알바는 금전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좋아하는 일”이라고 끄덕였다.
적응은 끝났다. 첫 경기 때만 하더라도 독특한 투구 폼으로 삼중 도루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빠르게 교정했다. 감보아는 “원래 적응력이 좋은 편”이라면서 “(KBO리그) 공인구가 손에 잘 맞아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 한국 문화에도 스며들고 있다. 캡틴 전준우에게 한국말로 “수고 하셨습니다”라고 말할 정도. 경기장 밖에서 알아보는 팬들도 많아졌다. 감보아는 “미국서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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