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시리즈는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K-콘텐츠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콘텐츠 산업 전반에 새로운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던졌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7일 “오징어게임은 비영어권 작품도 글로벌 흥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해줬다”고 흥행의 긍정적 효과를 짚었다.
이 교수는 “다음 세대에 좋은 기회를 줬다”며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시장의 범위에 대한 상상 자체를 바꿨다. 아시아에 한정돼 있지 않은 전 세계에 우리 팬이 있을 수 있다는 감각이 창의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적 요소가 가진 매력을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의미있다”면서 “비영어권 작품은 글로벌에서 흥행할 수 없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줬기 때문에 우리가 그 뒤를 이어나갈 여러 시도를 할 여지가 생겼다는 점은 완전히 질적으로 도약한 부분이 있다”고 부연했다.
오징어게임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를 타면서 공개 직후 빠르게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었다. 국내 시장에 한정된 방송사나 OTT 플랫폼에서 공개됐다면 지금과 같은 흥행몰이는 쉽지 않다.
이 교수는 “서바이벌 배틀로얄 장르는 잔혹한 수위 때문에 제작도 힘들고, 크게 확장되기 어려운 장르다. 보편성을 갖도록 넷플릭스가 확장해준 측면이 있다”며 “과거에는 인기의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확산을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데,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서비스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신드롬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징어게임은 콘텐츠적으로도 한국적인 매력을 잘 살려 팬덤이 파고들 만한 요소가 있고 장르물의 쾌감도 있다. 과거에도 이런 요소를 갖춘 콘텐츠가 있었겠지만 마케팅과 글로벌 확산력을 동시에 발휘하면서 확장하는 경우가 없었다. 오징어게임은 그 두 가지가 섞인 게 주요했다”고 분석했다.
우려스러운 점도 짚었다. 이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 한국 제작 시장이 편입되면서 생기는 양극화의 문제는 고민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프로젝트는 훨씬 대형화돼 국내 시장에서 감당이 불가능하다. 글로벌 프로젝트가 아닌 나머지는 오히려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한국의 영상 산업을 지탱하던 구조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크리에이티브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남은 숙제”라고 전망했다.
과거 안정적인 영화 시장과 방송 시장을 토대로 성장해 왔던 한국 영상 콘텐츠 시장은 이제 글로벌 OTT라는 단일 매체에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이 교수는 “홍콩 영화도 중국이라는 본토 산업이 성장하면서 거기에 빨려 들어가 무너졌다. 중화권이나 영어권 국가는 항상 하던 고민”이라며 “한국도 이런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 넷플릭스 덕분에 기회를 얻고 있지만 결국은 대형 시장의 인력으로 흡수될 확률이 있으니 적정 규모의 국내 생태계를 지키는 제도적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옛날의 관성으로만 설계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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