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K-콘텐츠의 혁명, 오징어게임 피날레]

경쟁 사회 현실 담은 '오겜'
캐릭터에 투영한 사회적 약자
미래 세대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

 오징어게임은 456억의 상금을 두고 456명의 참가자가 벌이는 게임을 시즌3까지 담았다. 딸의 생일 선물을 사줄 돈도 없어 엄마에게 돈을 빌리고, 그마저 경마장에 쓰고 마는 패배한 인생의 남자 성기훈(이정재)의 선택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황동혁 감독은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작품에 녹이고자 했다. 게임장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참가자들이 등장한다. 001번부터 456번까지 각자의 사정을 살펴보면 그리 낯설지 않다. 뉴스에서 볼 법한 사연의 주인공이자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약자들의 이야기다. 평범한 서민 성기훈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건 게임에 뛰어든다. 적나라한 인간의 민낯이 드러나는 경쟁이 벌어지지만, 게임을 만든 VIP들은 참가자를 체스판의 말보다 못한 존재로 여긴다. 이 또한 우리 사회 속 빈부 격차와 계급 간의 갈등으로 바라볼 수 있다.

 

 도태된 약자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탈북민, 외국인 노동자, 트랜스젠더 할 것 없이 허망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게임이 끝나도 달라지는 건 없다. 새로운 게임장을 만들어 또 다른 참가를 모으면 그뿐이다. 이들은 비단 한국 사회에 한정되는 문제는 아니다. 시즌3 말미 미국 한 골목길에서 딱지치기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모습이 그려졌다. 극한의 경쟁 사회에서 인간성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을까. 오징어게임 시리즈는 글로벌 시청자를 향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절망 속 한 줄기 희망…성기훈과 222번 아기

 

 성기훈은 구조조정으로 실직하고 도박에 빠진 평범한 중년 남성이다. 경제적 위기에 처한 서민 계층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성기훈은 게임 속에서 점차 무너져간다. 타인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게임을 벗어날 수조차 없다. 황 감독은 “대의와 이념이 사라진 시대지만 여전히 기훈 같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고 캐릭터 설정의 비하인드를 밝혔다 .

 

 더이상의 미래가 없다며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 세대로 인해 더 많은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오징어게임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보다 나은 미래를 그리며 엔딩을 맞는다. 시즌3에서 게임장에 태어나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은 222번 아기는 미래 세대를 의미한다. 죽음이 난무하는 게임장에서 태어난 새 생명이다. 황 감독은 자포자기하는 현시대의 젊은 세대를 향한 안타까움을 작품에 투영했다. 프론트맨(이병헌)조차 가장 믿을 만한 준호(위하준)에게 살아남은 아이를 보낸다. 작품은 아이를 지키려는 노력, 그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과 희생을 통해 우리가 가진 것을 조금 내려놓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세상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탈북민·외노자·독거노인…사회적 약자들

 

 강새벽(정호연)은 중국에 붙잡혀 북한으로 송환된 어머니를 재탈북시키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고자 게임에 참가한다. 남한 정착조차 쉽지 않은 탈북민의 현실을 반영한 캐릭터로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가족을 위한 희망을 잃지 않는 강인한 인물로 그려진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매치기 등 범법을 저질러야 하는 강새벽의 모습에서 실제 탈북민이 겪는 사회적 소외와 제도적 지원의 한계가 드러난다.

 

 이주노동자 알리 역시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돌아오는 건 임금 체불과 산재 노출 등 제도적 보호의 부재뿐이다.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언제든 강제 추방될 수 있기에 불만조차 내색하지 못한다. 모두 같은 상황에 놓인 게임장에서조차 인종차별과 무시를 당하면서 이타적인 자세로 게임에 임한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꼬집으면서도 인간적 가치와 존엄성을 고민하게 하는 캐릭터다.

 

 독거노인으로 위장한 오일남의 실체는 게임의 창시자이자 주최자였다. 정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병든 몸을 이끌고 홀로 외로이 살아가는 노인으로 비치며 한국 사회의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를 상징했다. 실제로는 돈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함을 관찰하며 쾌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부유층이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현실 반영 100%…주목받는 캐릭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투자 열풍이 불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암호 화폐와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반짝 수익을 실현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한순간 재산을 잃고 경제적 위기를 마주한 MZ세대들이 배달업 등으로 뛰어드는 사회적 현상이 일어났다. 타노스(탑)와 이명기(임시완)의 악연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했다.

 퇴물 래퍼 타노스는 유튜버 이명기가 추천한 코닝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입고 빚을 진 인물이다. 이를 갚기 위해 게임에 참가하는 타노스는 몰래 마약을 소지해 복용한다. 이명기도 코인 폭락으로 빚잔치를 하다 결국 오징어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젊은 세대의 마약복용과 전문성 없는 유튜버 등 두 인물을 통해 우리 사회가 마주한 20대의 뼈아픈 문제점들을 꼬집었다.

 또 하나의 소수자 캐릭터는 특수전사령부 중사 출신 트랜스젠더 현주(박성훈)다. 빗발치는 총격 속에서도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져 최후를 맞이하는 인물이다. 황 감독은 현주에 관해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 전역한 고 변희수 하사 사건을 모티브 삼았다”며 “아비규환의 세상에서 인간성을 지켜가는 가장 핍박받고 소외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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