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증명한 흥행 DNA [K-콘텐츠의 혁명, 오징어게임 피날레]

'기생충' '킹덤' 이어 '오겜' 시리즈
한국적 문화에 공감 가능한 스토리 특징
'케데헌' 등 K-컬쳐 담은 작품 흥행
영화 '기생충' 스틸컷.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각본, 연출, 연기의 3박자를 기본으로 소재의 참신함이 필수다.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과 영화 기생충이 성공한 K-콘텐츠의 시작점이다. 킹덤은 조선을 배경으로 서구의 좀비 장르를 결합해 ‘한국식 좀비물’을 탄생시켰다. 기생충은 한국적 가족 구조와 공간을 활용하면서도, 글로벌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주제를 풀어내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후 오징어게임이 K-콘텐츠의 성공 기운을 이어받았다. 전작을 뛰어넘는 역대급 기록을 써내려가며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작품이다.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인간 본질에 관한 갈등과 고민을 풀어냈고, 확장 가능한 스토리까지 펼쳐냈다.

 

 이처럼 인기를 끈 작품들은 빈부 격차, 경제적 불평등, 계급 문제 등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를 흡인력 있게 풀어냈다.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서 입체적인 캐릭터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 완성도 높은 세트와 연출력이 곁들어졌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3'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딱지·달고나·무궁화…세계인이 열광한 K-전통게임

 

 오징어게임은 K-컬쳐의 집합체다. 지극히 한국적인 배경, 인물들의 상황과 더불어 상금을 위한 여정에 우리 전통문화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우리에겐 익숙한 게임이지만 글로벌 시청자에겐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참가자를 모집하는 순간부터 게임이 시작됐다. 미스터리한 딱지맨 공유부터 시즌3 말미 딱지우먼으로 등장한 케이트 블란쳇까지, 딱지치기는 오징어게임 시리즈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또 추억과 반전의 달고나 뽑기, 촌각을 다투는 줄다리기 외에도 세대별로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 등의 게임이 그려졌다.

 

 시즌1과 같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출발한 시즌2는 성기훈의 명대사 “얼음!”을 탄생시켰다. 황동혁 감독은 “한국의 전통놀이를 소개하고 싶었고, 최대한 모으면 팀도 생기고 니즈에도 맞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유대감을 만들면서도 잔인하게 배제하는 둥글게 둥글게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3'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시즌3에서는 발을 헛디디면 추락해 죽음을 맞이하는 줄넘기, 무장한 술래와 쫓기면서도 협심해 탈출해야 하는 이들의 숨바꼭질, 1명씩 밀어내 제거하는 하늘 오징어까지 우리의 놀이가 최후의 1인을 만들기 위한 피 말리는 장치로 사용됐다.

 

 프로모션 과정에서도 K-전통게임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2021년 시즌1 공개 당시 파리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서는 작품 속 게임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시즌2 공개에 앞서서는 규모를 키워 456명의 참가자가 팀을 나눠 게임에 참여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또 유럽 최대 코믹콘 행사인 이탈리아 루카 코믹스&게임즈 페스티벌(2024)에서 2만명의 참가자가 게임에 뛰어들었고 이외에도 네덜란드, 미국, 브라질, 영국, 호주 등 국가별 주요 도시에서 게임의 장을 열었다.

 

 다만 적용은 쉽지 않았다. 황 감독은 “모든 게임이 가능할 것 같은데 막상 하려고 하면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 탈락을 어떻게 시켜야 할 지도 문제지만, 여백이 있어야 인물의 스토리가 펼쳐질 수 있다”며 게임 선택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승패를 나누기가 어렵고, 가위바위보만 거듭하게 된다. ‘동대문을 열어라’는 우연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황 감독은 “드라마적 요소를 고민해봤는데 잘 나오지 않더라. 주체성이 떨어지면 게임화 시키기 만만치 않았다”고 돌아봤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그룹 헌트릭스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그룹 사자보이즈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K-콘텐츠 동시 공격…‘오겜’ 이어 ‘케데헌’ 열풍

 

 오징어게임 시즌3 흥행과 동시에 불어온 K-콘텐츠의 새 바람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쌍끌이 중이다. K-팝 아이돌을 본격적으로 다룬 해외 첫 애니메이션으로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라이벌 보이그룹인 사자 보이즈의 등장으로 위기를 의식하고 펼쳐가는 판타지물이다. 목소리로 세상을 지키는 퇴마사 헌트릭스와 악령 사자보이즈의 경쟁에 대한민국의 문화를 섬세하게 녹였다.

 

 헌트릭스는 조선 시대 무당의 후예로 음악과 춤으로 악귀로부터 팬을 지키고자 한다. 무대 위 퍼포먼스가 즉 퇴마의식이 되는 세계관이다. 도깨비, 저승사자 등 민화와 신화 속 존재들도 주요하게 다루고, 사자보이즈는 갓과 도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서울 시내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 K-팝 아이돌 문화 디테일을 살린 탁월한 연출도 감상 포인트다. 팬사인회, 시상식 등의 경쟁 구도는 K-팝 신의 특징적인 부분이다. 또한 헌트릭스 멤버들은 활동 스트레스를 국밥으로, 피로는 목욕탕에서 푼다. 김밥과 냉면, 호떡, 순대 등 K-푸드도 계속해서 등장한다. 농심은 덩달아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새우깡을 떠올리게 하는 ‘매운 감자칩’과 이름도 같은 ‘동심 신라면’의 등장 덕이다. 이처럼 한 번 볼 때는 미처 찾을 수 없었던 디테일을 찾는 재미를 제공한다.

 

 영화는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의 지휘하에 소니 픽처스가 제작에 나섰다. 배우 이병헌·안효섭·김윤진이 영어 더빙판 연기에, 트와이스 정연·지효·채영이 OST에 참여했다. 원타임 출신 더블랙레이블의 프로듀서 테디가 OST 작업을 지휘해 극 전체에 K-팝 바이브를 불어 넣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는 음악 시장으로 옮겨왔다. 아이돌 신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OST 작업에 공을 들였고, 7일 공개된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선 3위에 올랐다.

 오징어게임 시즌2 당시에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엑스오, 키티가 우리 문화를 향한 관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엑스오, 키티는 넷플릭스의 대표 하이틴물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가상의 한국 국제 학교를 배경으로 삼았다. 서울의 고궁과 남산, 명동 등 유명 관광지를 배경으로 에피소드가 펼쳐지고, 삼겹살 회식 등의 한국 문화를 담았다. 시즌제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시즌3 제작을 확정 짓고 촬영에 돌입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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