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올데이 프로젝트, ‘혼성그룹’ 한계 넘을까

 3일 더블랙레이블 소속 5인조 혼성 댄스그룹 올데이 프로젝트의 데뷔 타이틀곡 ‘Famous’가 엠넷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데뷔 10일 만에 음악방송 1위라는 놀라운 기록임에도 이변이란 입장은 존재하질 않는다. 지난달 23일 데뷔 이후 올데이 프로젝트는 짧은 기간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반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틀곡 ‘Famous’는 발매 3일 만에 멜론 톱100 차트 1위를 기록했고, 곧 일간차트 1위까지 거머쥐었다. 수록곡 ‘Wicked’도 5일 현재까지 멜론 톱100 9위, 일간 16위까지 오른 상태. 한편, 음원 발매 일주일 전 공개된 ‘Famous’ 뮤직비디오는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를 수없이 차지하며 6일 오전까지 2463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데뷔 팀의 음원 발매 10여일간 성과로선 가히 믿기 힘든 수준이다.

 

 올데이 프로젝트의 이 같은 ‘데뷔 즉시 성과’는 역시 혼성 댄스그룹이라는, 메인스트림 대중음악 신에선 극히 드문 콘셉트 탓에 얻어진 주목도 덕택이라 봐야 한다. 팀 멤버를 두고 벌어진 소위 ‘재벌 마케팅’ 등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대부분 오랜만의 혼성 댄스그룹에 대한 반가움과 신선감 쪽에 반응이 쏠린다. 그간 혼성밴드나 혼성 보컬그룹 등은 꾸준히 등장해 왔지만 메인스트림 신 혼성 댄스그룹은 카드(KARD) 이후 무려 8년 만이기 때문.

 

 그러다 보니 다수 언론미디어에서도 올데이 프로젝트를 놓고 국내 혼성 댄스그룹 역사와 왜 그 맥이 끊겼는지에 대해 주로 분석하고 있다. 골자는 단순하다. 2010년대 들어 메인스트림 대중 음악 시장의 중심으로 댄스 아이돌이 올라서게 됐고, 이들이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팬덤형으로 일제히 이동하며 산업 지형도를 뒤틀다 보니 혼성 댄스그룹 씨가 마르게 됐단 것. 어찌 됐든 댄스그룹은 시장 구조상 아이돌로서 기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이돌은 그 대표 속성으로 유사연애적 콘셉트가 섞여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사연애적 콘셉트는 아이돌 시장을 걸그룹과 보이그룹으로, 즉 단성(單性) 팀들로 엄격히 가르게 한다. 혼성 멤버들이 한 데 섞여 있는 모습만으로 팀 자체에 대한 맹렬한 유사연애적 충성도는 흐트러지고 팬덤 결집 열기도 식는단 것. 팬덤형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스포츠팀 느낌의 스토익한 자기 관리와 노력을 통한 극복, 건강한 야심 등의 테마가 약화한단 의견도 존재한다. 그럼 올데이 프로젝트의 ‘데뷔 즉시 1위’는 아이돌 상품 소비층에 있어 그간의 흐름을 깨는 새로운 단계를 암시하는 걸까. 사실 그렇진 않다. 적어도 아직까진 말이다.

 

 본래 혼성 댄스그룹은 디지털음원 차트가 상징하는 대중성 차원에선 늘 좋은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대중형 팀의 전형처럼 여겨진 역사도 길다. 1990년대 철이와 미애, 룰라, 쿨, 코요 태 등까지 모두 그랬다. 근래 프로젝트팀이었던 싹쓰리도 여기 포함시킬 수 있다. 애초 혼성 그룹은 대중 소비자들에 전달되는 감흥이 남달라 어느 때건 충분히 환영받을 만한 콘셉트가 맞기에 그렇다.

 

 일단 혼성 보컬그룹에서도 드러나듯 남녀의 서로 다른 음역대와 음의 질감이 다양하게 전달돼 사운드적으로 풍성한 쾌를 준다. 여기서 댄스그룹의 경우는 또 다르다. 고도로 절제된 아크로 바트 느낌의 단성 팀과 달리 혼성팀은 그 자체로 특유의 밝고 건강하며 자연스러운 느낌부터 성숙하고 센슈얼한 느낌까지 폭넓게 전달할 수 있다. 이렇듯 장점이 워낙 뚜렷하다 보니 아무리 시장구조와 산업 생리에 맞지 않아도 명맥 자체는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혼성 댄스그룹은 언급했듯 팬덤형으로 이동이 거의 불가능해 산업적으로 도태됐을 뿐이다.

 

 중형과 달리 팬덤형은 일단 팬덤이 성립되면 피지컬 음반을 비롯해 수많은 굿즈와 공연 상품, 커뮤니케이션 상품 등을 연쇄적으로 팔 수 있다. 나아가 캐릭터 산업까지도 진출 가능했다. 그렇게 수익적 측면에서 둘은 서로 비교조차 힘들 정도이니 혼성 댄스그룹은 대중적으론 늘 반응이 좋은 데도 2010년대 들어 뜸해지다 결국 사멸 단계에 이르렀던 셈이다.

 여기서 올데이 프로젝트 데뷔 성과를 다시 살펴보면, 적어도 현 데뷔 단계만큼은, 역시 이전의 혼성 댄스그룹들 노선처럼 전형적인 대중형 팀으로서 여겨지게 된다. 그러니 팬덤형과 대중형의 벽을 허물며 아이돌 시장 흐름을 깨는 새로운 경지란 주장과는 거리가 있단 얘기다.

 

 일단 경천동지의 디지털음원 차트 성과에 비해 팬덤 생성의 잣대로 여겨지는 피지컬 음반 판매는 29일 마감된 초동 집계에서 4만8400여장에 머물렀다. 2020년대 기준 중소기획사 걸그룹 데뷔 성적 정도, 보이그룹은 그보다 훨씬 높은 데뷔 성적을 보인 중소기획사 팀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 중소기획사 팀들은 디지털음원 차트 1위는커녕 100위 내 차트인조차 못 해본 경우가 절대다수다. 대중 화제를 독식하며 ‘차트 1위’ 홍보 효과까지 톡톡히 본 올데이프로젝 트로선 가히 의외라 할 수 있는 심심한 결과다. 향후 팬덤이 어느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을진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이대로 계속 대중형 한계에 머무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인 만큼 이제 올데이 프로젝트를 둘러싼 관전평들도 조금 다른 방향을 포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껏 ‘돌아온 혼성그룹 유행’이라느니 ‘팬덤 논리를 뛰어넘었다’느니 하는 해석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부턴 과연 대중형 모델로서 어디까지 K팝 신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찰과 전망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더 정확히는, K팝 신의 팬덤형 ‘올인’ 분위기에 과연 어느 정도 새로운 수익 모델들을 개발해 대안으로서 역할 할 수 있을지 차원.

 

 어찌 됐든 바로 올데이 프로젝트 같은 지점들을 포착하고 반영하는 게 비단 대중음악계뿐 아니라 모든 업계 중소기업들 몫이란 점은 분명하다. 어차피 모든 업계는 수익성을 향해 달려가는 불의 전차란 입장에서, 대기업들이 보다 수익적 파이가 큰 콘셉트로 블록버스터 상품들을 내놓는 성격이라면, 중소기업들은 수요 자체는 분명 존재하지만 기회비용 등 문제로 대기업들이 ‘하지 않는’ 지점들을 반영해 시장의 빈틈을 채우고 파이를 키워나가는 역할이다.

 

 대중형 모델에서 QWER이나 올데이 프로젝트 등이 그런 차원이라면, 오히려 대기업 상품들보 다도 진입장벽 높은 극단적 팬덤형으로 승부한 게 트리플에스다. 예시들로도 알 수 있듯 이처럼 대범한 시도들이 근 1~2년 새 늘어가고 있단 점에서 시장 미래에 대한 기대도 크다. 건강한 시장이란 결국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다양한 상품들이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시장이란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