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 그리고 10. 의미 있는 숫자 두 개를 동시에 아로새겼다.
더그아웃의 사령탑과 마운드 위 투수가 함께 웃었다. 프로야구 KT가 4일 잠실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리그 두산과의 맞대결을 6-3으로 승리했다.
이강철 KT 감독이 통산 500승 금자탑을 완성한 순간이다. 더불어 이날 선발 등판한 좌완 오원석은 6이닝 1실점 호투를 빚어내며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이 감독이 KT 지휘봉을 잡은 지도 7시즌째다. 지난 2019년 막내 구단 역사상 세 번째 사령탑으로 부임, 감독 커리어를 활짝 연 바 있다.
매 시즌 승수를 차곡차곡 쌓았다. 2019년 3월29일 수원 KIA전에서 수장 첫 승리를 품었고, 100승, 200승 모두 수원 삼성전서 나왔다. 전자는 이듬해 7월11일, 후자는 2021년 8월15일이다.
300승은 2022년 9월25일 창원 NC전에서 달성했다. 이어 지난해 5월4일 수원 키움전을 통해 통산 400승 고지를 밟기도 했다.

또 한 번 100승을 추가로 채웠다. 이 감독은 이번 승리를 통해 정규리그 통산 944경기 500승22무422패를 마크하게 됐다.
수장으로 거둔 500승은 KBO리그 역대 14번째이자, KT 구단 최초 500승 달성 감독이다. 59세1개월10일의 나이로, 염경엽 LG 감독이 보유한 종전 기록(56세1개월6일)을 넘어 ‘역대 최고령 500승 감독’ 타이틀까지 얻었다.
‘복덩이’가 힘을 보탠 하루였다. 지난겨울 트레이드(↔SSG)를 통해 KT에 새 둥지를 튼 오원석 얘기다. 이날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7구를 던지며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1자책점) 호투를 펼쳤다. 시즌 10승(3패)째를 수확하며 프로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라는 이정표를 우뚝 세웠다.
이적 후 곧장 커리어하이 시즌을 써 내려가고 있다. 오원석은 전반기 16경기서 평균자책점 2.78(90⅔이닝 28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9차례다. 귀하디귀한 왼손 선발 자원의 맹활약이다.

시즌 초부터 안정적인 ‘승리 요정’ 역할을 도맡았고, 올 시즌 국내 투수 중 가장 먼저 10승에 도달했다. 리그 전체로 보면 코디 폰세(한화)와 라일리 톰슨(NC)에 이어 세 번째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성장의 서사가 담겨 있다. 꼴찌에 머물렀던 팀을 부임 첫해 창단 최고 성적인 5할 승률을 포함, 정규리그 6위로 이끈 수장은 ‘꾸준한 강팀’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했다.
가을야구 단골팀은 물론, 한국시리즈(KS) 우승(2021년) 쾌거 등을 일군 건 두말하면 입 아프다. 합류 당시 ‘터닝포인트’를 외쳤던 이적생도 그 약속을 지켜 나간다. 기복은 줄이고, 매 등판 믿고 보는 활약을 뽐낼 정도다.
무엇보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 등 모든 구성원이 의기투합해 만든 성과다. 누구 한 명의 기록이 아닌, 모두가 함께 써 내려간 숫자. 그렇기에 더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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