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시장 상황이 악화일로다.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는 가운데 주택 공급 지표가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규모는 11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공급절벽 현실화... 인허가·착공·분양 트리플 마이너스
국토교통부가 30일 발표한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5월 주택 공급 지표는 일제히 꺾였다.
주택 인허가는 2만424가구로 지난해 동기보다 13.1% 줄었다. 무엇보다 지방(-14.6%)의 인허가 감소 폭이 수도권(-10.8%)보다 컸다. 착공은 1만521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줄었다. 역시 수도권(-9.3%)보다 지방(-16.5%)의 착공 감소 폭이 크다. 반면 서울의 5월 착공(3692가구)은 지난해 동기보다 58.7% 늘었다.
분양(1만1297가구) 역시 전월보다 44.1%,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44.0% 줄었다. 인천에서는 지난 1월에 이어 5월 분양 물량도 제로(0)였다. 준공(입주)은 2만635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 감소했다. 수도권 준공이 22.4% 늘었으나 지방에서 36.9% 감소했다.
공급 부족 우려는 새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 등과 함께 서울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꼽힌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서울 집값이 1주 전보다 0.43% 오르며 다시 6년9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에 정부는 서울집값과 가계부채를 잡고자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쯤 첫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과 개발이익 환수를 강하게 주장해온 이상경 도시계획조경학부 교수를 최근 국토교통부 1차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불꺼진 새집 계속 늘어난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지방을 중심으로 계속 쌓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7013가구로 전월보다 2.2%(591가구) 늘었다. 이는 2013년 6월(2만7194가구) 이후 11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악성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일반 미분양 주택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 6만6678가구를 기록해 전월보다 1.6%(1115가구) 줄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의 83%(2만2397가구)는 지방에 몰려 있다. 대구가 3844가구로 가장 많다. 5월에는 전북(312가구)에서 악성 미분양이 대거 신규로 발생했다.
지방 악성 미분양 적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악성 미분양이 늘면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악성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올해 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미분양 주택을 직접 사들이기로 결정했지만,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건설업계는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미분양 주택 매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방 미분양 취득세 50% 경감, 5년간 양도세 전액 감면, 미분양 아파트 매입 규모와 면적 확대 및 매입 가격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은 악성 미분양까지 겹쳐 새로운 주택 건설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방 악성 미분양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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