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기운 넘치는 V-EXX… “토종 스포츠브랜드 자존심 지킨다”

토종 스포츠 브랜드 브이엑스(V-EXX)는 삼성라이온즈, NC다이노스, FC안양, BNK썸 등 프로 스포츠 구단과 아시안게임, 동계올림픽 등 국가대표팀에 유니폼과 선수단복 등 의류와 굿즈를 납품하며 글로벌 유명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 스포츠 의류업계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이정규 브이엑스 대표는 “해외 유명 브랜드는 할 수 없는 세심함이 우리만의 강점”이라며 “현재 동남아 등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홍 기자

 

유니폼은 각 스포츠 구단의 얼굴이다.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 뿐 아니라 관중석의 팬도 유니폼을 입고 승리를 향한 마음을 모은다. 그런데 국내 프로 스포츠 팀들의 유니폼은 대부분 해외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졌다. 글로벌 유명 브랜드 사이에서 토종의 자존심을 지키는 곳이 있다. 프로야구 KBO리그, 프로축구 K리그, 여자프로농구 WKBL에 더해 E-스포츠 프로게임리그까지 다양한 스포츠팀들의 유니폼을 담당하는 브이엑스(V-EXX)가 주인공이다. 최근 서울 중랑구의 브이엑스 본사에서 만난 이정규 대표는 “해외 브랜드는 할 수 없는, 우리만의 특별하고 세심한 제조 및 피드백이 비결”이라고 자부했다.

 

◆8년차 신생 브랜드라고? 30년 전문가 대표인데!

 

브이엑스는 2018년 문을 연, 이제 8년차 신생 브랜드다. 그럼에도 스포츠 무대에서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현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K리그 FC안양, WKBL 부산 BNK썸, E-스포츠 농심레드포스의 유니폼과 훈련복, 각종 의류를 담당하고 있다. 프로팀 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의 선택도 받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무대의상 및 스태프복,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단복, 2020년 체조 국가대표 선수단복,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빙상 대표팀 선수단복, 2021년도 E-스포츠 국가대표팀 선수단복을 제작했다.

 

이처럼 브이엑스가 빠르고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건 30년 경력의 전문가 이 대표의 힘이 컸다. 그는 삼성물산에서 스포츠 의류 등 패션 분야를 담당하며 23년을 재직했다. 2016년 퇴사 후 브이엑스를 설립한 이 대표는 “그동안의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초창기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정규 브이엑스 대표가 해외 유명 브랜드와 경쟁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해외 브랜드 일색… 남다른 세심함으로 승부

 

국내 프로 스포츠팀들은 대부분 해외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국내 시장은 유명 글로벌 브랜드에 잠식된 상황”이라며 “국내 브랜드들은 대부분 중저가 시장에 몰려 있다. 제 살 깎기에 가까운 저가 경쟁도 펼쳐진다”고 안타까워했다.

 

브이엑스는 다른 길을 걷는다. 이 대표는 “글로벌 유명 브랜드들은 신경 쓰지 않는 세심한 부분까지 케어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며 “예를 들어 글로벌 브랜드는 사이즈(90~110)가 한정적이며 1년치 제품을 한 번에 전달하기 때문에 추가 주문이 어렵다. 우리는 130 사이즈까지 있고, 구단의 요청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한다”고 말했다.

 

실제 선수 트레이드 등으로 급하게 선수용 유니폼이 필요할 때면 브이엑스는 최대한 빠르게 제품을 준비해 구단에 전달한다. 팬들을 위한 유니폼이 매진돼 구단이 추가 수량을 요청하면 한 달 안에 제공이 가능하다.

 

이 같은 즉시 대응은 자체 생산 시스템이 구축된 덕분이다. 브이엑스는 서울 동대문과 중국 청도의 공장에서 직접 제품을 만든다. 구단을 통해 선수,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하는 데에도 열려있다. 이 대표는 “시즌이 끝나면 구단 의견을 청취하고 평소에도 경기가 열리는 현장을 찾아 팬들의 반응을 살핀다”며 “여자 선수들은 핏에 민감해서 시즌 중에도 유니폼을 교체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한 브이엑스는 유니폼 등 의류뿐 아니라 다양한 굿즈도 생산한다. 이 같은 강점은 구단의 전체 MD(Merchandiser)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어필이 된다. 이 대표는 “구단 상품의 A부터 Z까지 담당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자부했다.

 

◆탁월한 우승 기운 화제… “덕분에 듣보 브랜드 탈출”

 

브이엑스라는 브랜드명은 ‘승리(Victory)를 향한 급행 서비스(Express)’라는 의미를 담았다. 그 덕분일까. 브이엑스는 남다른 승리 기운을 자랑한다. NC다이노스는 브이엑스와 처음 손을 잡은 2020년 구단 최초의 KBO리그 통합 우승(정규리그+한국시리즈)을 달성했고, FC안양은 지난해 K리그2(2부) 우승으로 창단 첫 K리그1(1부) 승격을 일궜다. BNK썸도 2024~2025시즌 WKBL 챔피언에 오르며 창단 6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WKBL 2020~2021시즌 정규리그 4위팀 최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및 구단 15년만의 우승을 차지한 삼성생명의 유니폼에도 브이엑스가 새겨져 있었다.

 

이정규 브이엑스 대표가 FC안양 유니폼을 든채로 웃고 있다. FC안양은 브이엑스 유니폼을 입고 구단 역사상 첫 K리그1 승격을 달성했다. 이 대표는 유니폼의 경우 각 구단이 디자인을 하지만, 나머지 훈련복 등 의류는 직접 디자인한다고 덧붙였다. 김두홍 기자 

 

이 대표는 “신기하게도 우리 브랜드와 계약한 팀은 성적이 좋다. 팀 창단부터 함께한 울산시민축구단도 K4리그에서 K3리그로 승격했고,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때 빙상 대표팀도 좋은 성적을 냈다”며 “스포츠는 ‘기승전성적’이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성적에 민감한 세계인데 우리 브랜드가 좋은 기운을 품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소위 ‘듣보(듣도 보도 못한의 준말)’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계약팀들이 좋은 성적을 낸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했다. 덕분에 듣보 브랜드에서 탈출한 것 같다”며 웃었다.

 

◆ “트렌드 좇으려 항상 현장… 해외 진출 목표!”

 

브이엑스는 오래도록 함께하는 구단이 많다. 삼성 라이온즈와는 2018년부터, 울산시민구단과는 2019년부터, FC안양과는 2022년부터, BNK썸과는 2023년부터 연을 맺고 있다. NC 다이노스도 2020~2021년에 이어 올해 다시 손을 잡았다. 그 비결에 대해 이 대표는 “그동안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인 덕분이 아닐까”라며 “시즌을 치를수록 구단의 컴플레인이 줄어드는데 그게 곧 만족도 상승이라고 받아들인다”고 자부했다.

 

이정규 브이엑스 대표가 그동안 여러 프로팀과 국가대표팀의 굿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그래도 만족은 없다. 이 대표는 “스포츠 브랜드 업계는 안주하면 성공할 수 없는 곳이다. 매일 공부하며 트렌드를 좇아야 하는 분야”라며 “평일엔 스포츠 중계를 챙기고 주말엔 현장을 향한다. 대신 보통 팬들과는 보는 게 조금 다르다. 경기 자체보다는 선수들이 유니폼을 불편해하지는 않는지, 팬들이 많이 착용한 유니폼과 굿즈는 무엇인지 살핀다. 경기장 내 용품숍에서 팬들의 반응도 유심히 본다”고 말했다. 매년 미국과 일본의 스포츠 현장도 찾는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한 구단 용품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야구와 축구를 위주로 팬이 많이 늘었다. 특히 젊은 여성팬이 급증하면서 그들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이 늘고 있다”며 “우리도 전체적으로 매출이 오른 가운데 경기가 있는 날 뿐 아니라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의류 등으로 여성팬들을 공략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KBO(한국야구위원회)와 함께하는 팝업스토어 준비에 한창인 브이엑스는 K리그1 구단, 남자프로농구 KBL 구단 등과 신규 계약을 논의 중이다. 이 대표는 “많은 구단과 단체에서 관심을 보여 감사하다”며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먼저 거론되는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다. 현재 동남아 지역 진출도 추진 단계로, 언젠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브이엑스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스포츠 직관하며 젊은 열기 느껴… 비인기종목 아마추어 응원”

 

어릴 적부터 스포츠를 매우 좋아했다는 이 대표는 지금도 사회인 야구팀과 탁구 동아리에 소속돼 게임을 즐긴다. E-스포츠에도 관심이 많다. 이 대표는 “젊었을 적 스타크래프트를 자주 했다”며 “사실 요즘 게임은 잘 모르지만 젊은 세대들이 향유하는 분야인 만큼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종종 현장에 방문해 직관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농심 레드포스와 인연을 맺었고 올시즌 재계약도 했다. 공식 용품 파트너로서 유니폼 및 팀 의류는 물론 팬들을 위한 카라티, 후드 집업, 맨투맨 등 생활 의류도 출시했다.

 

비인기 종목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는다. 브이엑스는 그간 체조, 비치발리볼, 리틀야구, 여자축구, 컬링, 봅슬레이, 씨름 등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운동 중인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다. 이 대표는 “선수들을 위한 응원인 동시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고품질 유니폼을 입고 호성적을 내며 성장한다면 우리 회사도 같이 성장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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