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백 개의 탄성 줄 위에 새겨진 예술 작품이 거리와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바뀐다. 디자인 가구가 함께 배치된 전시 공간은 다채로운 감각과 경험을 제공한다.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전시공간 무브먼트랩에서 현대미술가 홍성철 작가의 개인전 솔리드 벗 플루이드(Solid but Fluid) 개최 기념 간담회가 열렸다.
홍 작가는 “2인전만 하다가 개인전은 처음이다. 회사가 먼저 추천하고 무브먼트랩이라는 공간도 마음에 들어 개인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전시하게 됐다”고 개최 계기를 밝혔다.

전시는 오는 9월7일까지 무브먼트랩에서 열린다. 지하 2층과 지상 3층을 사용해 구성되며 총 19점이 전시됐다. 지하 2층에는 작가의 대표 시리즈와 최신 설치작이 전시되며, 이곳은 조형적 완성도와 감각적 몰입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중심 공간이다. 3층은 보다 열린 공간으로 전시의 사유를 확장하는 실험적 공간 구성으로 이뤄졌다.
홍 작가의 작업은 철제 프레임 사이에 수백 개의 탄성 줄을 연결하고, 그 위에 손과 같은 신체 이미지 등을 하나하나 전사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 줄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중첩되며 해체된다. 줄의 소재는 실이나 육각 나사 등으로,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독특하다.

전시 주제인 솔리드 벗 플루이드는 핵심적 철학을 함축한다. 육중한 구조 위에 실체 없는 이미지가 얹히고 수천 가닥의 줄과 픽셀화된 유닛들이 연결된다. 그러나 정작 형체는 끝내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존재론적 불완전성, 실존적 불안, 소통되지 않는 자아, 감각의 단절을 주요 개념으로 삼으며 이를 감각적이고 물리적인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홍 작가는 “처음부터 주로 손을 표현했다. 작가에게 손은 굉장히 중요하고 본인과 대화를 하는 또 다른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에는 구슬이나 천 같은 유동적인 소재로도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 작품은 몸으로 보는 작품이다. 관객이 몸으로 움직여 봐야 제대로 보인다. 작품을 보는 거리나 각도,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다”며 “작품과 관객의 소통을 원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중점적으로 봐달라”라고 강조했다.
홍 작가는 “처음엔 관객이 전시장에 와서 휙휙 지나가면서 미술을 보는 시간이 너무 짧은 게 아쉬웠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관객을 잡아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는 걸 느끼던 중에 실을 활용한 해외 미니멀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면서 ‘실도 하나의 조각 재료가 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작품 정체성의 시작점을 밝혔다.

작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2개월에서 길면 6개월이다. 홍 작가는 “줄이 수천개인데 버려지는 재료가 너무 많다. 더 입체적으로 보이기 위해 굉장히 많은 수량을 작업에 투입하고 이중 필요한 것들을 발췌해서 공간에 배치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 리빙·가구 편집샵 무브먼트랩이 함께 기획했다. 전시 공간 중 3층에는 홍 작가의 작품과 소파와 침대 등 여러 가구가 함께 배치됐다. 소속사인 프레인글로벌 측은 “예술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작품을 각자 개인의 삶 속에서 느껴보고 우리 삶과 어떻게 가까이 올 수 있는지, 가구들과 작품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등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했다”고 전시 공간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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