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후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순위에서 5일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영화는 K-팝 걸그룹이 무대 뒤에서 악귀를 사냥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공개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한국 전통 요소와 K-팝, 슈퍼히어로라는 독창적인 조합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무엇보다 한국의 정체성을 생생히 녹여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화제작의 연출을 맡은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은 26일 “한국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장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의 반응에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웃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매기 강은 5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건너갔다. 초등학교 때는 방학마다 한국을 찾아 사촌들과 어울렸다. 한국 TV와 음악을 접하며 성장했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대중문화를 깊이 이해하게 됐다. 매기 강은 “처음부터 K-팝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 문화에 대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온다면 너무 멋있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스토리를 구상하다가 이상하게도 악귀 디자인이 굉장히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이돌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저승사자, 도깨비, 물귀신과 같은 이미지들은 해외에서 만드는 프로젝트에서는 나올 수 없는 이미지”라며 “요즘 많이 나오는 슈퍼히어로 이야기에 어떻게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데몬 헌터로 활동하는 주인공 아이돌 걸그룹은 조선시대 무당의 후예다. 매기 강은 “굿이라는 건 음악과 춤으로 요괴들을 물리치는 것이다 보니 영화의 콘셉트와 딱 맞을 것 같았다.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나라의 무당은 거의 다 여성이기 때문에 좀 더 연결이 잘 되는 부분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굿이 최초의 콘서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구상 당시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음악 작업 역시 치밀하게 진행됐다. 매기 강은 “진정한 K-팝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한국의 K-팝 레이블과 함께 협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다고 판단했다”며 “개인적으로 원타임 시절 테디의 팬이었기 때문에 더블랙레이블과 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 K-팝 가수를 데뷔시키는 작곡 작업 이상의 노력을 들였다. 매기 강은 “작곡가들이 곡을 쓰는 과정에서 7∼8번까지 수정을 거치고 다시 쓰는 과정을 겪었다. 중간에 갑자기 이야기가 바뀐다든가 음악 자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됐을 때 곧바로 수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그동안 작곡을 해오신 분들에게는 조금은 어렵고 생소한 과정이었을 수 있다”고 음악 작업을 돌아봤다.

영화에는 캐릭터의 의상과 더불어 장소, 행동 패턴 등 다양한 지점에서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다. 매기 강은 “최대한 한국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다. 그렇게 하기 위한 방식은 모든 장면, 모든 디자인에 한국적 요소를 가미하자는 것이었다”며 “헌트릭스 멤버들의 모든 옷, 모든 장면마다 내가 생각한 한국적 요소를 다 반영했다”고 밝혔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과제다. 모든 영역에는 많은 한국인의 손길이 닿았다. 매기 강은 “모든 분들이 이렇게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담긴 작품을 만든다는 것 자체를 너무나 기뻐했다. 오랫동안 이런 작품을 기다려왔던 분들이기 때문에 미술, 애니메이션 같은 요소에 있어서 한국적인 디테일을 가미하는 것에 흔쾌히 동의했고 함께했다”고 스태프에게 감사를 전했다.

영화에서 표현된 한국 고유의 문화 대부분은 매기 강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나왔다. 실제로 좋아했고 애니메이션에서 보고 싶었던 음식들이 대거 추가됐다. 팀원들과 함께 한국을 여행하며 현지의 디테일을 작품에 녹였다. 매기 강은 “민속촌도 가보고, 명동 거리의 벽돌이나 길 디자인은 어떻게 생겼나 살펴보고, 느낌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진도 찍었다. 제작진이 모든 콘셉트, 애니메이션에 한국적인 요소를 모두 녹여줬다”고 말했다.
더빙에는 이병헌·김윤진·안효섭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참여했다. 특히 이병헌과의 작업은 큰 영광이었다. 그는 “이병헌에게 이 이야기에 대해 피칭하던 때가 기억이 난다. 정말 많은 질문을 했고, 저희가 구상하고 있는 콘셉트에 대해 너무 멋지고 좋다고 동의해 줬다. 그 결과 성우로 참여해주기로 결정했다”고 팬심을 드러냈다.

특히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전 세계에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는 “저는 문화적으로는 한국인이지만, 북미에서 자랐기 때문에 양쪽 세계에 다 발을 딛고 있다. 그 두 세계를 화합해야 했다”고 말했다. 영어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게 자신에게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한 이유다.
그는 “영어로 한국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독특하거나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문화적으로 온전히 한국적인 영화가 미국 회사에 의해서 제작된다는 사실은 한국 문화가 가진 강력한 힘을 나타내주는 증거”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국 문화가 얼마나 많이 발전해 왔는지, 한국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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