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쿠에바스가 달라졌어요.’
프로야구 KT가 그려 온 선발진 밑그림이 비로소 채워진다. 올 시즌 유독 빈자리가 느껴졌던 한 자리,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오랜 부침을 깨고 반등의 흐름을 탔다. KT의 선발진이 마침내 정상 궤도에 오른다.
KT는 올 시즌을 앞두고 검증된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상했다. KBO리그서만 7년 차를 보내고 있는 우완 쿠에바스를 재차 눌러 앉혔고, 지난해 키움서 13승을 거둔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의 손을 잡았다. 두 투수 모두 KBO리그에서 검증된 자원이었기에 기대치가 높았다.
특히 KT는 고영표와 소형준, 오원석으로 구성된 국내파 3인방 등 국내 선발 자원까지 탄탄했기 때문에, 원활하게 로테이션이 돌아간다면 KBO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진이 될 것이라고 평가받았다. KT가 상위권 후보로 거론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21년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견인한 ‘강심장’ 에이스 쿠에바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올 시즌까지 KBO리그 7시즌이나 그라운드를 밟았다. 고영표와 함께 선발진 리더 역할을 해줘야 했다.
그런데 예상한 대로 흐름이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5월까지 12경기에 나서 2승5패 평균자책점 6.12(64⅔이닝 44자책점)에 그쳤다. 피안타율은 3할(0.291)에 육박했다. 매 등판 위기가 반복됐고, 그가 마운드에 서는 날마다 팀 전체 흐름이 끊어질 때가 잦았다.
설상가상 순항하던 헤이수스마저 5월 한 달 2승3패 평균자책점 4.45(28⅓이닝 14자책점)로 휘청이면서 ‘KT 위기론’까지 떠올랐다. 실제 팀 순위가 7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강철 KT 감독의 믿음은 굳건했다. 에피소드가 있다. 쿠에바스가 한창 흔들릴 시기 훈련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던 그를 향해 이 감독이 “쿠에바스야! 제발, 잘 좀 해줘라”라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쿠에바스도 미소 지으며 눈빛을 번뜩였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결국 외국인 선수들이 잘하는 팀이 상위권에 간다”며 “다른 스포츠도 그렇지 않나. 그만큼 아직까진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두 선수가 올라와 주길 기대하고 있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믿음에 호응했다. 쿠에바스는 지난 22일 수원 NC전 7⅓이닝 2실점 호투를 포함, 최근 3경기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86(19⅓이닝 4자책점)을 기록했다.

구종 선택부터 이닝 소화, 위기관리 등 전반적인 내용이 모두 개선됐다. 기대했던 청사진의 윤곽이 조금씩 또렷해지고 있다. 헤이수스 역시 24일 수원 LG전에서 악천후에도 6이닝 무실점 괴력투를 펼쳐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믿고 보는’ 마법사 선발이다. 고영표와 소형준은 24일 기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0차례를 나란히 빚어내는 등 특유의 안정감을 자랑하고 있다. 토종 다승 공동 1위(8승)에 빛나는 오원석의 존재감도 두둑하다.
남은 시즌 키는 두 외국인 투수의 꾸준함에 달렸다는 분석이 뒤따르는 배경이다. 특히 부진을 털어낸 쿠에바스가 제 몫을 해준다면, KT는 다시 한번 탄탄한 마운드를 무기로 상위권 경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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