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망이 적극적으로 내는 타자는 투수가 못 이깁니다. (안현민도) 그렇게 가야죠.”
이강철 KT 감독의 이 한마디에는 팀 내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다. 소속팀을 넘어 프로야구의 온 이목을 끌고 있는 신예 외야수 안현민이 그 주인공이다.
안현민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27경기 출전, 타율 0.333 및 9홈런 29타점으로 KT 타선을 이끌었다. 반짝 활약에 그치지 않고 기세를 이어간다. 6월 들어서도 그의 배트는 여전히 뜨겁다. 10일 기준, 6월에만 8경기에 나서 타율 0.385, 1홈런, 6타점을 작성했다.
직전 10경기로 범위를 넓혀봐도 타율은 0.344에 달한다. 단순 큼지막한 한두 방이 아니라, 경기 흐름을 바꾸는 클러치 능력과 출루와 장타를 겸비한 꾸준함이 동반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타구의 질이다. 안현민의 경우 매 타석 임팩트가 강렬하다. 벼락같은 타구 스피드는 이제 전매특허가 됐다. 팀 동료이자 ‘천재 타자’로 불리는 강백호에 견줘도 손색없다. 어느덧 100타석을 넘겼다. 올 시즌 37경기 동안 홈런 10개, OPS(출루율+장타율) 1.090을 기록 중이다. 멀티히트 경기도 벌써 12차례에 달한다.
무작정 저돌적인 접근을 취하는 타자는 아니다. 타석에서 투수와 수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심심찮게 나온다. 좋은 컨택 비중을 유지하면서도 낙차 큰 변화구에도 곧잘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최근 우완 정동윤(SSG)과 박세웅(롯데)의 커브를 순간적으로 공략하는 노련함까지 보여준 바 있다. 갖고 있는 파워에만 의존하지 않고, 선구안과 대응 능력이 갖춰진 타자라는 점이 그를 더욱 위협적인 존재로 만든다.

수장도 안현민의 타이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감독은 6월 초 취재진과 만나 안현민에 대한 칭찬을 하던 중 “초반엔 빠르게 방망이를 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공을 너무 고르려 들다 보니 타이밍이 늦어졌다”고 짚었다.
이어 “2스트라이크 3볼 상황에서 아쉬운 결과가 꽤 있었다. 삼진을 피하려다 더 늦게 보게 되는 거다. 조금씩 그걸 이겨내는 것 같더라. 자기 존을 믿고 방망이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감독이 지적한 모습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키움과 두산, KIA와의 시리즈에서 나왔을 확률이 크다. 이 시기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는 4타석에 불과했고 안타도 나오지 않았다.
6월 들어 본연의 감각을 되찾은 모양새다. 안현민은 6월 풀카운트 승부 5타석에서 2안타 1볼넷을 기록했고, 그중 2루타 1개, 홈런 1개를 뽑아냈다. 이 감독은 안현민을 두고 “지금 같은 컨디션이라면 투수가 쉽게 이기기 어려운 타자”라고 평가한다.
리그 전체가 주시하는 타자로 진화 중이다. 한 차례 휘청이면 다음 경기에서 재차 흐름을 회복하는, 신예답지 않은 면모도 뽐낼 정도다. 이제야 시작점이라면 그 끝은 어디일까. 안현민이라는 이름 석 자에 점점 더 많은 시선이 멈춰 서고 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