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에서 정해진 주인은 없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경쟁의 연속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자리를 확신하기 어렵다. 주전급이라고 해도 언제 어떻게 밀려날지 아무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실력이다. 화려한 이름값도, 경험치도 그 앞에선 작아진다. 특히 최근 KBO리그에선 예년보다 좀 더 즉각적인 움직임이 눈에 띈다. 아무리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카드라 할지라도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면 가차 없이 2군행을 지시한다. 선수단 전체에게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최근 1군 엔트리에 가장 큰 변화를 준 구단은 두산이다. 지난 3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엔트리 변동을 단행했다. 내야수 양석환, 강승호, 외야수 조수행 등이 2군으로 내려갔다. 이승엽 전 감독이 물러난 직후였다. 세 선수 모두 지난해엔 단 한 차례 말소 없이 완주했다. 지휘봉을 건네받은 조성환 감독대행은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기회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겼으면 하는 바람을 넣었다. 대신 신인급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 올리며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다.

메이저리거도 예외는 아니다. 두산은 지난달 30일 외인 투수 콜 어빈을 1군서 제외했다. 영입 당시부터 큰 기대를 받았던 자원이다. MLB 통산 134경기서 28승40패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볼티모어, 미네소타 등 빅리그를 누볐다. 신규 외인 연봉 상한선인 100만 달러를 꽉꽉 채운 배경이다. 아쉽게도 경기를 치를수록 제구 불안, 태도 논란 등이 불거졌고 열흘간의 시간을 부여했다. 복귀전이었던 10일 대전 한화전서 6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다.
롯데의 주전포수 유강남도 마찬가지.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특별히 아픈 곳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재정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무릎 부상을 당한 뒤 전체적인 수비, 블로킹 등에서 무뎌진 부분이 보인다는 것. 롯데는 2023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80억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유강남을 품었다. 현재 롯데는 촘촘한 순위경쟁에 한창이다. 그럼에도 사령탑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더 멀리 내다보기 위함이다.
LG의 주전 유격수 오지환도 한 템포 쉬어가게 됐다. 지난 9일 1군 엔트리서 말소됐다. 오지환은 2023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을 정도로 존재감이 큰 자원이다. 시즌 개막 후 1군 전력에서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올 시즌 페이스가 좋지 않다. (1군 기준) 6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8, 6홈런 6타점 등을 기록 중이다. 최근 10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타율이 0.138까지 떨어진다. 살얼음판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지만 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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