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 속에서도 찍혀있던 물음표, 어느새 확실한 느낌표로 바뀌었다.
프로야구 LG의 좌완 선발 송승기는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7탈삼진 3사사구 무실점 피칭을 수놓았다. 팀의 7-2 쾌승을 이끌며 최하위 키움 상대 시리즈 스윕패 위기를 지운 일등공신으로 거듭났다.
올해 등판한 12번째 경기에서 빚은 7번째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번째 퀄리티스타트플러스(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다. 올해 첫 등판이었던 지난 3월27일 잠실 한화전(7이닝 무실점)이후 73일 만에 맛본 QS+다.
평균자책점은 2.30(70⅓이닝 18자책점)까지 낮아졌다. 아직 타 팀이 이날 경기를 마치지 않은 가운데, 종전 5위에서 코디 폰세(한화·1.80), 드류 앤더슨(SSG·2.28)을 잇는 3위까지 도약했다. 국내 투수 1위로 올라서 소형준(KT·2.43)과 자존심 싸움을 이어간다.

2025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에 빛나는 정현우(키움)와의 선발 맞대결, 한국 야구 미래를 이끌 좌완 영건 빅뱅으로 관심이 모아졌다. 자칫 부담감이 있을 수 있었지만, LG 선발진 ‘믿을맨’ 송승기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다.
초반부터 위용을 뽐냈다. 1회말 선두타자 송성문을 야수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이후 4회말 2아웃까지 11타자 연속 아웃을 잡았다. 임지열에게 첫 안타를 내주며 노히트 행진이 깨졌지만, 아랑곳 않는 피칭으로 2루조차 허용하지 않은 채 이닝을 닫았다.
첫 위기는 6회말이 돼서야 나왔다. 2아웃을 잡고 이주형에게 몸 맞는 공, 임지열에게 볼넷을 내준 것. 그러나 이어진 김건희를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침착하게 돌려세우며 실점을 피했다. 득점 지원 속에 7-0 리드를 안은 그는 7회말도 마운드에 올랐다. 원성준에게 경기 2번째 피안타가 나왔지만, 이후 세 타자를 깔끔히 정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총 97구를 뿌렸다. 58구를 택한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시속 148㎞이 찍혔다. 슬라이더(14구), 체인지업(13구)에 커브(8구), 포크(4구)가 고루 섞였다. 스트라이크 63개, 볼 34개로 만족스러운 스트라이크-볼 비율까지 써냈다.

경기를 마친 송승기는 “내가 등판할 때 항상 팀이 연패가 걸려있는 날이 많았다. 형들이 장난식으로 ‘오늘 승기너가 해줘야 된다’고 하더라”며 “그런 걸로 부담 갖지는 않는다. 그냥 내 할 일을 하려고 했고, 결과가 좋게 나와 팀이 이길 수 있었다”는 등판 소감을 전했다.
이어 “처음에 선발 로테이션을 돌 때는 정신이 없어서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데 이제 몇 경기 하다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묵묵하게 신경을 안 쓰게 됐다. 항상 ‘나만 잘하면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는 한마디도 덧붙였다.
화제에 오를 수밖에 없는 평균자책점에 대해서도 물었다. ‘2.30까지 떨어졌다’는 취재진의 전언에 눈을 동그랗그 뜨며 “진짜요?”라고 반문한 그는 “아직은 시즌 중반도 끝나지 않았다. 이렇게 끝까지 유지하면 좋겠지만, 한 번 이렇게 찍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순위표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활짝 웃었다.
나아갈 일만 남았다. 2021 KBO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 전체 87순위로 지명된 그는 프로 입단 후에도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했다가 2023년 상무(국군체육부대) 입대로 전환점을 맞았다. 구속 증가와 함께 지난 시즌 20경기(19선발) 11승4패, 평균자책점 2.41(104⅔이닝 28자책점)로 날아올랐다. 퓨처스리그 투수 3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으로 기량이 만개했고, 올해 5선발로 낙점됐다. 시즌 절반을 향해가는 지금의 위상은 사실상 에이스급으로 치솟기까지 했다.
이대로 신인왕을 바라본다. 입단한 지 5년이 되지 않았고, 지난해까지 1군에서 소화한 이닝(9⅓이닝)도 30이닝에 달하지 않아 신인왕 자격은 충분히 갖췄다. 지금 기세로만 달려간다면, 김건우(1986년), 이용철(1988년), 김동수(1990년), 류지현(1994년), 이병규(1997년), 정우영(2019년)을 잇는 LG 7번째 신인왕 영예를 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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