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비하인드] 최고참 강민호가 팀 분위기를 띄우는 법 ‘원팀!’

사진=이혜진 기자

“팀이 어려울 때 힘이 돼주고 싶었어요.”

 

프로에 첫 발을 내디딘 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강산이 두 차례 바뀐 시간. 어느덧 팀 내 최고참이 됐지만 열정 하나만큼은 여전하다. 더그아웃서 그 누구보다 파이팅이 넘친다. 동료 선수들부터 감독, 코칭스태프, 프런트까지 살뜰하게 챙기는 것은 물론이다. “시끄러워 죽겠다”며 고개를 가로젓던 이들도 그의 이름 석 자에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포수 강민호(삼성)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응원도, 메시지도 많이 주려 한다”고 말했다.

 

베테랑의 존재감은 위기에 더 강한 면모를 드러낸다. 5월 들어 흐름이 한풀 꺾인 듯했던 삼성이다. 8연패에 빠지며 순위 역시 5월 중순 기준 8위까지 떨어졌다. 선수단 분위기도 조금은 침체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강민호는 고민했다. 강민호는 “다들 힘이 빠진 채 휴대폰만 보고 있는 게 싫었다. 좀 더 어울리고 교류했으면 싶더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장기판(바둑판)을 사왔다. 오목을 두며 하나가 됐다. 캡틴 구자욱부터 막내 배찬승까지 이어지는 매개체가 생겼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끝이 아니다. 강민호의 다음 시선은 홈런 세리머니로 향했다. 과거 삼성 타자들은 대포를 쏘아 올릴 때마다 굵직한 목걸이를 걸고 힙(hip)한 매력을 뽐냈다. 올해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팀 홈런 공동 1위(2일 기준)에 걸맞은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강민호는 “팀이 안 풀릴 때는 포인트가 필요하지 않나”면서 “처음엔 사자탈을 찾아봤는데 귀여운 것밖에 없더라. 좀 더 용맹스러운 걸 원했다. 아내가 해외 사이트에서 깃발을 발견해 주문했다”고 귀띔했다.

 

경기 외적인 부분만 신경 쓴 것이 아니다. 앞장서서 더 열심히 땀을 흘리고자 했다. 자발적으로 특타(특별타격훈련)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민호는 구자욱과 지난달 27일 롯데와의 원정 3연전을 앞두고 경기장에 일찍 도착해 강도 높은 훈련을 자처했다. 떨어진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박진만 삼성 감독은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기도 했다. 강민호는 “(배트) 스피드가 좀 떨어진 것 같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강민호의 방망이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29일 부산 롯데전서 3안타 3타점을 올리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선배의 활약에 후배들도 각성모드로 전환했다. 분위기 또한 덩달아 뜨거워졌다. 1일 잠실 LG전까지 7연승을 내달리며 신바람을 냈다. 삼성이 7연승을 질주한 것은 2015년(5월 29일 잠실 LG전~6월 5일 마산 NC전) 이후 10년 만이다. 올 시즌 정상을 노리는 사자군단, 중심에 강민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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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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