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거운 마음을 안고 위기의 두산을 이끌 ‘임시선장’ 조성환 감독대행이 묵직한 첫발을 내디딘다.
프로야구 두산이 2025시즌의 큼지막한 변곡점을 마주했다. 팀을 이끌던 이승엽 감독이 지난 2일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고 팀을 떠났다. 두산은 2일까지 23승3무32패(승률 0.418), 리그 9위의 초라한 성적표를 적어내는 중이다.
전반기도 마치지 못한 채 피치 못할 리더십 공백을 마주한다. 갑작스러운 위기, 일단 두산은 조성환 1군 퀄리티컨트롤(QC) 코치에게 감독대행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긴다. 조 감독대행은 혼돈과 격변 속에서 3일 잠실 KIA전부터 팀을 이끈다.
엔트리에도 큰 변화를 줬다. 주축 멤버인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을 말소하고 곽빈, 김민혁, 김동준, 이선우를 퓨처스에서 콜업했다. 코치진 개편도 가득하다. 박석민 타격코치와는 계약해지로 작별을 고했고, 박정배 1군 투수코치, 이영수 1군 타격코치가 모두 퓨처스로 내려간다.
이에 따라 이날 KIA전에는 조성환 감독대행을 필두로 고토 고지 수석 겸 타격코치, 조중근 타격보조코치, 김지용·가득염 투수코치, 조인성 배터리코치, 김동한 수비코치, 임재현 주루(3루)코치, 김재현 작전(1루)코치 등이 선수단을 이끈다.
경기 전 만난 조성환 감독대행의 표정은 밝을 수 없었다. 그는 “이승엽 전 감독님이 큰 책임을 지셨다. 그 책임을 스태프도 같이 져야 하는데, 남아있는 많은 시즌을 정상화하는 것도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의미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나도 용기를 냈다. 선수들에게도 전 감독님께 미안한 마음을 잊지 않고 남은 시즌 잘 치르자고 이야기했다”고 입을 떼며 분위기 쇄신을 향한 의지를 피력했다.

다음은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과의 일문일답.
Q. 선수단, 코치진과 미팅을 좀 나눴는지.
“하고 왔다. 이승엽 전 감독님이 큰 책임을 지셨다. 그 책임을 스태프도 같이 져야 하는데, 남아있는 많은 시즌을 정상화하는 것도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의미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나도 용기를 냈다. 다른 스태프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 선수들에게도 전 감독님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을 잊지 않고 남은 시즌 잘 치르자고 이야기했다.”
Q. 엔트리 변동 배경은.
“제안은 내가 했다. 주전으로서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정했다. 선수들이 준비 됐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이곳에서 다시 뛸 것이다. 그때는 내가 눈으로 직접 확인하든지, 2군에서 올라온 보고를 듣고 판단하겠다.”
Q. 이승엽 전 감독과 연락을 나눴나.
“오늘(3일) 아침에 통화했다.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렸다. 계속 서로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끊었던 것 같다. 감독님이 두산에 계시면서 팀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기셨다. 팀을 잘 부탁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Q. 코치진 변동도 있었다.
“변화를 많이 줬다. 이대로 일단 유지한다. 개편 과정에서 구단과 상의했다. 고토 코치님은 수석 코치 역할을 계속하셨고, 타격에서도 선수들과 세심한 스킨십이 있으신 분이라 계속 그걸 맡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저도 했고 구단도 했다. 투수 및 타격 파트에서는 요새 침체된 여러 분위기가 반영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를 이참에 한번 바꿔보자는 의미에서 상의 끝에 결정했다.”
Q. 이승엽 전 감독이 올 시즌 목표를 한국시리즈 진출이라고 했다. 감독대행의 목표는.
“그 목표를 함께 설정하고 출발한 건 맞다. 지금 당장 한국시리즈를 갈 수 있는지는 선뜻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이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선수들한테 상기시켜주고 싶다는 것이다.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조만간 팬들도 포기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수들에게 좀 더 우리가 야구장에서 플레이에 진심을 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Q.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는 부담스러운 자리이기도 하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젊은 선수들이 나간다고 해서 져도 된다든지 이런 건 프로로서 용납이 안 된다. 이길 수 있는 찬스가 오면 당연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것이고 선수들에게도 이야기를 했다. ‘실수를 하는 건 좋다. 그런데 망설이다가 실수하지 말고 과감하게 플레이하자’고. 그리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자고 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준비된 선수는 쓸 것이다. 어설프게 야구하면 나도 어설프게 대하겠다는 얘기도 전달했다.”
Q. 2018년부터 오랜 시간 두산에 계셨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지금 성적이 안 좋으니까 여러가지가 다 문제로 보인다. 가장 문제는 코어가 좀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참 선수와 어린 선수의 중간 역할을 해야하는 선수들이 중심으로서 자리를 잡았다면 팀이 이렇게 크게 휘둘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Q. 성적을 내려면 결국 주축 선수들이 해줘야 할 텐데.
“그건 너무나 당연하다. 고참 선수들에게도 한 가지 얘기 했다. 야구장에서 인상 쓰지 말라고. 그래야 젊은 선수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법이다. 그 분위기를 제일 먼저 강조했다. 팀이 여러모로 안 좋으니까 말도 많이 나오고 불만도 나올 수 있는데, 야구장에서만큼은 티내지 말고 소통하는 기회를 갖자고 했다. 지금 우리 팀은 마운드가 어느 정도 안정됐는데, 타격이 도와주지 못하는 형국이다. 패기로 한번 밀어붙여보겠다.”
Q. 감독대행이 추구하는 야구 색깔은.
“당장 내 야구 색깔을 드러낼 정신이나 여유는 없다. 다만, ‘10개 구단 중 ‘허슬두’만큼 좋은 의미가 있는 단어가 있냐’는 이야기를 선수들과 했다. 허슬에는 많은 의미가 담겼다. 포기하지 말아야 하고, 끈끈해야 하고 우리끼리 하나가 돼 쉽게 볼 수 없는 팀이 돼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 의미를 모르면 두산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나도 전적으로 그 말에 동의하고, 팬들도 그 모습을 바랄 것이다. 만약 당장 이기기 힘들다고 하더라도 허슬두라는 모습만큼은 약속드리자는 말을 했다. 우리가 가진 보이지 않는 끈끈함이 나타났으면 한다.”
Q. 라인업은 어떤 기준으로 꾸렸나.
“상대 선발 양현종을 대비하기 보다는 기회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선수들 위주로 넣었다. 양의지가 허리가 불편하다고 해서 일단 제외했다.”
Q. 곽빈이 복귀전을 치른다.
“많은 공을 던지지는 못할 것 같다. 정해놓은 투구수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두 가지를 보려고 한다. 결과가 잘 나와서 본인이 욕심을 내는지, 아니면 힘이 빠지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때 교체 타이밍을 고려하겠다.”
Q. 내야진 이동이 잦다.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이승엽 감독님과 구상에서 강승호를 3루로 보낸 거는 2루에서 자리잡았으면 하는 선수들이 있었고, 그렇게 되면 팀이 탄탄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마음처럼 안 되면서 포지션 이동이 많았다. 그게 실수라면 인정을 한다. 포지션 정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할 중요한 일이다. 최대한 각 포지션에 적합한 선수를 세울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해보겠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