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드라마·웹툰·전시회… ‘펫로스’ 극복하는 특별한 방법

천국의 강아지가 되어 보호자를 만나러 가는 어드벤처 게임 ‘마이 리틀 퍼피’ 이미지. 크래프톤 제공

 

-강아지 천국의 봉구를 기리며… 게임 ‘마이리틀퍼피’

-다시 만난 반려묘 쏘냐…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너에게 약속한 해피엔딩의 여정… 웹툰 ‘펫로스클럽’

-골든리트리버 마누와 7년 추억… 사진전 ‘금빛동행’

 

펫로스증후군(Pet-loss Syndrome)은 반려동물의 죽음에 따른 슬픔과 괴로움을 계기로 일어나는 각종 질환과 심신 증세를 뜻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펨족이 늘어날수록 펫로스를 앓는 보호자의 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동물의 죽음이 아닌 가족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펫로스 극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해와 공감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펫로스를 앓는 이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콘텐츠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게임, 드라마, 웹툰, 전시회 등 장르도 다양하다.

 

◆ 강아지 천국의 봉구를 기리며… 게임 ‘마이리틀퍼피’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인 드림모션의 ‘마이 리틀 퍼피’는 유저가 천국의 강아지 봉구가 되어 바다, 사막, 설원을 모험하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최종 목표는 이제 막 저승길에 접어든 보호자를 만나는 것.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간 강아지가 마중을 나온다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이다.

 

마이 리틀 퍼피의 주인공 봉구는 이준영 드림모션 대표(가운데)의 반려견을 모델로 탄생했다. 크래프톤 제공

 

주인공 봉구는 이준영 드림모션 대표의 반려견이 모델이 됐다. 게임 개발 전, 봉구를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냈다는 이 대표는 “같은 마음을 갖고 계실 반려인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자 기획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마이 리틀 퍼피는 현재 개발 중인 작품으로, 지난 3월 체험판이 공개됐다. 봉구가 강아지 천국을 떠나 주인을 찾아 나서는 여정의 시작 부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드림모션은 최근 펫페어(메가주)에 참여해 반려인 방문객들의 이목을 사로잡기도 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체험판을 플레이한 이용자들이 ‘반려견을 추억하는 계기가 됐다’, ‘게임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는 반응을 보냈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반응이 매우 뜨겁다”고 밝혔다.

 

◆ 다시 만난 반려묘 쏘냐…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최근 종영한 JTBC 12부작 주말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연출 김석윤·극본 이남규, 김수진)’은 사후세계에서 벌어지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80세로 이승에서 눈을 감은 주인공 이해숙(김혜자)이 천국에 도착해 생전에 연을 맺은 여러 존재들과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는 반려묘 쏘냐도 있다. 쏘냐 외에도 개똥이, 짬뽕, 만두, 밍키 등 생전 누군가의 반려견이었거나 유기견이었던 이들이 등장한다.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등장하는 반려묘 쏘냐의 현생 모습과 저승 모습. JTBC드라마 인스타그램 갈무리

 

작품 스토리라인상 이승에서 동물이었던 존재는 저승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신체 능력이나 행동에서 동물의 흔적이 드러난다. 쏘냐의 천국에서 모습을 연기한 최희진 배우가 고양이처럼 무심하게 물병을 넘어뜨리는 모습이 대표적. 최희진 배우는 “고양이 관련 영상 등 자료를 찾아보고 실제로 고양이를 마주치면 따라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한 여러 장면 중 대표적인 것이 천국에 도착한 보호자들이 먼저 와있던 반려동물과 재회하는 장면이다. 해당 영상이 업로드 된 JTBC 인스타그램 댓글난에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시청자의 댓글이 가득하다. 각자 동물의 이름과 함께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내용들이다. 항상 간절하게 꿈꾸던 순간이 이뤄진 것 같다며 제작진에게 감사하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너에게 약속한 해피엔딩의 여정… 웹툰 ‘펫로스클럽’

 

정우열 작가(필명 올드독)는 지난달부터 인스타그램에서 웹툰 ‘펫로스클럽’을 연재 중이다. 그는 반려견 풋코가 15살일 때부터 202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약 5년간 느낀 기쁨과 슬픔, 불안함 등을 담은 웹툰 노견일기로 이름을 알린 작가다.

 

웹툰 ‘펫로스클럽’을 연재 중인 정우열 작가. 박재림 기자
정우열 작가가 포포즈-포인핸드가 주최한 강연에서 펫로스에 관해 말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노견일기 마지막 화에서 작가는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래서 결국 불행해졌다. 그렇게 끝나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럼 개를 사랑하지 말아야 하는 거니까. 개를 사랑했노라, 그러길 참 잘했노라. 내가 꼭 찾을게, 그런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을.’이라고 썼다.

 

현재 중인 펫로스클럽은 풋코에게 전한 그 약속, 반려동물과의 숙명적 작별 이후 어떻게든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을 찾는 여정을 담고 있다. 마냥 슬프고 우울하기만 한 길이 아니라 소소하게 웃기도 하고 다정한 일도 겪는 일상을 그리는 작품이다.

 

정 작가는 동명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도 진행한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끼리 슬픔과 그리움을 나누자는 취지의 방송으로, 각자 반려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공유하며 울고 웃는 시간이다. 그는 최근 반려동물 장례식장 브랜드 포포즈와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가 주최한 펫로스 강연에도 연사로 참여했다.

 

◆ 골든리트리버 마누와 7년 추억… 사진전 ‘금빛동행’

 

서울 강남구의 갤러리 룩인사이드에서 진행 중인 사진전 ‘금빛동행-나의 골든 리트리버 마누와의 행복한 순간들’은 김원범 작가가 아내인 문정희 배우와 반려견 마누를 모델로 찍은 작품 100여 장을 만날 수 있다. 7년간 부부와 함께한 마누는 올해 2월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반려견 마누와 추억을 담은 사진전 ‘금빛동행’ 포스터. 에이스팩토리 제공

 

2017년 마누를 입양한 부부는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반려견을 위해 자주 여행을 떠났고 이사까지 했다. 행복한 삶을 이어가던 가족에게 지난해 시련이 찾아왔다. 마누가 난치병 진단을 받은 것. 부부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며 병마와 싸웠지만 끝내 하늘의 별이 됐다.

 

김 작가는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과 일상의 사진을 자주 찍었다. 이를 SNS에 공유한 것이 인기를 끌며 사진전 제안도 받았다. 전시회를 준비하던 중 마누의 병을 알게 됐고 결국 마누를 기리고 추모하는 자리가 됐다.

 

문정희 배우는 “마누가 떠나고 3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슴이 너무 아프다. 동시에 이 슬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 직접 느껴보니 같은 아픔을 겪는 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번 전시회가 펫로스를 겪는 분들에게는 위로가, 반려견과 함께 방문하신 분들에겐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빛동행 사진전에 전시된 배우 문정희와 반려견 마누의 사진들. 박재림 기자  

 

이처럼 반려동물과 이별, 펫로스 극복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이 등장하고 화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우열 작가는 “여전히 펫로스가 얼마나 큰 슬픔인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유난’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은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아픔을 이해하는 작품을 통해 공감하면서 고립감이 해소되고 마음의 정화가 이뤄지는 게 아닐까. 나 역시 김금희 작가의 여러 소설 작품과 E.B. 바텔스 작가의 인문서 ‘아는 동물의 죽음(인간은 왜 기꺼이 동물과 만나고 또 이별하는가)’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