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앞으로 다가온 ‘천군만마’의 복귀, 다만 사령탑은 조급함을 내려두고 인내심을 마음 속에 품는다.
올해 프로야구 NC의 신임 사령탑에 선임된 이호준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인 구창모와의 에피소드를 하나 전했다. 새해 인사를 나누기 위해 가진 통화에서 구창모는 이 감독에게 “저 오기 전까지 5위 유지하고 계시면 1위 만들어드리겠습니다”는 호쾌한 약속을 건넸다.
다섯 달이 지났다. 그리고 NC 동료들과 이호준 감독은 그 약속을 지켰다. 시즌 전 예측에서 고평가를 받지 못했던 NC지만, 탄탄한 투타 짜임새로 연일 반전을 써낸다. 시즌 초만 해도 9위까지 떨어지는 고난이 있었지만, 5월 월간 승률 1위(13승3무6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빚으면서 5할 승률 진입과 함께 중위권을 누빈다. 구창모가 언급한 5위권 언저리에서 피말리는 순위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제 구창모의 차례다. 다음달 17일이 전역일이다. 건강하게 돌아오기만 하면, NC는 어느 팀에 견주어도 손색 없는 선발 로테이션을 갖추게 된다. 구창모는 NC의 통합우승이 만들어진 2020시즌에 9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1.74로 에이스급 피칭을 펼치는 등, KBO리그 통산 174경기 47승37패 평균자책점 3.68(680⅓이닝 278자책점)에 빛나는 토종 에이스다. 2017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태극마크까지 짊어지며 구단을 넘어 나라를 대표하는 좌완으로 성장했을 정도다.
구창모만 가세한다면 NC는 로건 앨런-라일리톰슨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외인 원투펀치에 이어 구창모-신민혁이 버티는 탄탄한 토종 라인업까지 꾸릴 수 있다. 여기에 최성영·목지훈·김녹원 등 쏠쏠한 자원들이 5선발을 채울 수 있을 예정이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전역, NC도 구창모를 반갑게 맞을 준비에 나섰다. 다만 이호준 감독은 ‘천천히’를 되뇌인다. 사령탑은 “보고를 꾸준히 받고 있다. 아픈 곳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게임을 많이 안 나갔다는 점이다. 팀에 오더라도 C팀에서 빌드업하는 과정이 필요할 듯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구창모는 상무 소속으로 치른 퓨처스 경기가 통산 4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구원으로 2경기에 나서 2이닝(무실점)을 소화한 게 전부다. 올해는 선발 2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2.25(8이닝 2실점)만 남겼다. 지난 4월2일 퓨처스 삼성전에서 3이닝 1실점을 기록한 후, 등판이 없다. 이대로 추가 실전 없이 전역을 알릴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유는 있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왼쪽 어깨와 가슴 사이에 강습 타구를 맞으면서 강판됐기 때문. 천만다행으로 큰 부상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실전 투입을 미뤘다. 안 그래도 ‘유리몸’이라는 오명이 붙어있는 구창모다. 2019년 내복사근, 허리 부상을 시작으로 공을 던지는 왼팔에도 전완부 피로골절 등 부상이 넘쳐 흘렀다. 상무 입대 전에도 왼팔 척골 골절로 수술대에 올랐던 그다. NC 입장에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투수다.
이 감독은 “타구에 맞은 것 때문에 휴식 중이라고 들었다. 큰 문제는 없다. 이참에 조금 더 천천히 몸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역 후 곧장 1군 등판하는 일은 없을 예정이다. 사령탑은 “창모 전역 시점이 LG와의 잠실 3연전이다. 맞춰서 올라갈 수만 있었다면, 좌타자가 많은 LG 상대로 딱 좋았을 텐데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차근차근 잘 준비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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