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시즌을 맞은 우완 유망주, 이로운(SSG)의 잠재력이 만개하려 한다.

 

이로운은 2023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SSG 유니폼을 입고 인천에 상륙했다. 대구고 시절 시속 150㎞를 손쉽게 넘나드는 묵직한 패스트볼을 뿌리는 그를 SSG가 놓치지 않았던 것. 영글기 위한 기다림은 필요했다. 데뷔를 알린 2023시즌과 지난해 모두 평균자책점 5점대(5.62-5.95)에 머물렀다. 성적표의 숫자는 다소 아쉬웠지만, 그래도 꾸준히 1군 엔트리를 지켰다는 것만으로 젊은 투수에게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그렇게 찾아온 3년 차 시즌, 기량이 만개하고 있다. 시즌 27경기에 나서 2승1패 6홀드를 수확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평균자책점이다. 0.67(27이닝 2자책점)의 환상적인 수치를 찍어내고 있다. 20경기 이상 치른 불펜 투수 가운데 김서현(한화)과 공동 1위를 질주한다. 연이은 호투 퍼레이드로 팀 내 위상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이숭용 SSG 감독이 “(이)로운이는 보란 듯이 필승조 역할을 수행해주고 있다. 주자 쌓였을 때, 제일 믿고 쓸 수 있는 카드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활용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건넬 정도다.

 

쏟아지는 호평, 본인은 손사래를 친다. 이로운은 “성적을 챙겨 보긴 한다. 뿌듯하기도 하고 나름의 자부심도 느끼지만, 아직 운이 좋았을 뿐이다. 0점대, 1점대 평균자책점 찍고 있으면 의식이 많이 된다고 하던데, 난 별로 그렇지 않다. 어차피 이렇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선배들이 장난식으로 ‘연봉 많이 오르겠는데’라는 말은 해주신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상승세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지금까지는 패스트볼 투수, 여기에 체인지업 정도 섞는 투피치 투수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다양한 구종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 공들이 존에 잘 들어가면서 카운트 싸움이 잘 되는 게 크다. 커브로 스트라이크 하나를 먹고 들어간다거나,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남겨놓고 슬라이더로 빌드업 한다거나 하는 노하우들도 생기면서 자신감도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의 슬라이더에는 특별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캡틴’ 김광현에게 맞춤 교육을 받으며 갈고 닦은 구종이다. 이로운은 “원래는 각이 더 크고 130㎞대 나오는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선배님과 함께 각을 더 줄이고 구속을 높이는 쪽으로 수정했다. 직구와 같은 피칭 터널에서 꺾일 수 있도록 만들어봤다”며 “그립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과거에는 이걸 손목을 더 틀어서 던졌다면, 지금은 직구처럼 조금 더 위에서 아래로 채는 느낌으로 던지는 게 차이”라는 비법을 공개했다. “그게 추가되면서 피칭 디자인이 다양해졌고 성적도 잘 나온다. 광현 선배님이 요즘 잘 풀리니까 장난으로 맨날 외제차 하나 뽑아달라고 하신다. 6년만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렸다”는 유쾌한 에피소드도 함께 덧붙였다.

 

달라진 건 또 있다. 올해부터 이로운은 직접 사인을 낸다. 그는 “포수 자리에 어떤 선배님이 앉으시더라도 내가 피치컴 버튼을 누른다. 포수 사인에 맞춰 던지다가 맞거나 하면, 남탓을 하게 되는 느낌이 스스로 있었다. 그런 감정을 지우고 내 투구에 책임감을 갖기 위해 올해부터 시도하고 있다”며 “포수 선배들께서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완전 프리하게 해주신다. (이)지영 선배님도 먼저 네가 냈으면 좋겠다고 해주시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예년에 비해 경기 전 유독 분주해진 이유다. 그는 “할 일이 많다. 전력분석팀과 엄청 디테일하게 준비한다. 일일이 기억할 순 없어서 항상 노트를 들고 다닌다. 그렇게 준비해도 사인 내다보면 막힐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이걸 던지면 맞아도 후회 안 할 것 같다’ 싶은 구종을 선택한다. 또 너무 아닌 것 같을 때는 포수 선배들께서 다시 사인을 수정해주시기도 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풀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끝없는 노력이 만들어낸 성장 스토리인 셈. 그는 “내가 봐도 하나하나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프로 오고 처음 느끼는 감정이다. 이제서야 마운드에서 나 자신이 아닌 타자와 싸우는 느낌이다. 구속, 구종, 제구 이런 것 말고 경기 운영법도 조금씩 알 것 같다. 전체적으로 수월해진 기분”이라고 흡족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성적 관련해서 목표가 무엇인지 질문을 많이 받는데, 딱히 그걸 정하지는 않았다. 그런 기록들은 상황이 마련되고 운이 좋아야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 그냥 팀이 작년에 못 갔던 포스트시즌에 꼭 갔으면 좋겠다”는 당찬 바람을 띄워 보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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