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히 좋은 기류였다.”
남자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가드 허훈의 행선지가 정해졌다. KCC다. KCC는 28일 “허훈과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5년에 보수 총액 8억원(연봉 6억5000만원, 인센티브 1억5000만원) 규모다.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KCC는 ‘농구대통령’이자 허훈의 아버지인 허재 전 감독이 10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팀이다. 동시에 친형 허웅이 현재 뛰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우승에 대한 열망 그리고 형의 설득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전해진다.
프로 세계는 일종의 비즈니스다. 자신의 몸값을 올려 혹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곳으로 팀을 옮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원소속팀 KT가 공개적으로 서운함을 드러낸 배경은 무엇일까. KT는 허훈을 최우선으로 두고 논의해왔다. 긍정적 기류 또한 느꼈다. 문경은 KT 감독은 “허훈 측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구체적인 조건도 들었다. KT 구단서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고 했고, 최대한 조건에 맞춰주려 했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이날 KT와 허훈 측이 만나기로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만남이 이뤄지기 전 KCC 공식 발표가 먼저 나왔다. 문 감독은 “결국 통보를 받은 셈”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KT는 허훈 쟁탈전에서 패배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단장, 감독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혼란 속에 틈이 생겼을 수도 있다. 공은 다시 KT에게로 왔다. 선택의 시간이다. 전체 보수 서열 30위 이내 FA와 계약한 구단은 보상선수 1명과 FA 전 시즌 보수의 50% 또는 전 시즌 보수의 200%를 원소속 구단에 내줘야 한다. 허훈의 지난 시즌 보수는 총액 7억원으로, 30위 안이다.
최대어의 이동. 농구판이 술렁인다. 연쇄 이동이 시작됐다. KT는 빠르게 두 번째 시나리오를 가동했다. 공석이 된 주전 가드 자리를 김선형으로 채웠다. 계약기간 3년, 첫해 보수 총액 8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문 감독과는 데뷔시즌부터 10년과 스승과 제자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문 감독은 “허훈이 빠진 1번 자리를 메우는 의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하는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서 “은퇴하기 전 우승 한 번 더 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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