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도 MZ스럽게] 주 4.5일제·국민연금 개혁... ‘스윙보터’ MZ세대가 주목한 공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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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한국외대 등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 대학생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민연금 개혁 대응 전국 대학 총학생회 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030세대는 역대 선거마다 판세를 좌우해왔다. 다른 세대와 비교해 특정 진영에 대한 편향성이 적은 스윙보터 성향을 보여서다. 2030세대의 표심이 사실상 선거 향방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2030세대 표심이 주목받고 있다.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인명부에 따르면 이번 6·3 대선의 2030세대 유권자는 1336만명(18~19세 90만명, 20대 583만명, 30대 663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30.1%에 달한다. 그런데 2030세대는 아직 부동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 후보를 묻는 말에 ‘의견유보’라고 답한 30세 미만(18~29세) 응답자의 비율은 21%, 30대는 11%에 달했다. 이는 40대(6%)와 50대(5%), 60대(2%), 70대 이상(9%) 등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20대와 30대의 무당층 비율도 각각 30%와 18%로 전체 무당층 비율 13%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30세대는 탈이념∙탈진영 성향이 강하다. 특히 MZ세대로 불리는 이번 대선 2030 유권자들은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 실생활과 직결되고 피부에 와 닿는 공약에 큰 관심을 보인다. 

 부동산은 2030세대의 대표 관심 공약이다. 집값 상승으로 내집마련의 꿈이 아득한 현실에서 최근 전세사기 문제까지 가중돼 청년 주거 불안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곧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아무래도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신혼부부이다 보니 각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관심이 많다. 누가 당선돼도 집값을 잡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청년 공공분양 및 월세지원 확대 등 주거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결혼하면 3년, 첫 아이를 낳으면 3년, 둘째 아이 때는 3년 등으로 총 9년간 주거비를 지원하는 ‘3·3·3 청년주택 공급’과 반값월세존 조성을 공약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생애주기를 세분화해 생애최초 주택으로 전용면적 59㎡ 주택형을 집중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 개혁 관련 공약에 관심을 갖는 2030 유권자도 많다. 2030세대 사이에선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2030세대의 불만을 의식한 듯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국민연금의 추가 개편을 공약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당장의 개편보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군복무 크레디트(가입기간 추가 인정) 확대를 내세웠다. 30대 직장인 홍모 씨는 “매달 국민연금을 내면서도 과연 30년 뒤에 우리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온전히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크다”며 “역피라미드 인구구조 속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정하는 데 있어 청년층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어가야만 한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국민연금 공약을 보면 아쉬움이 크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2030 유권자들은 주 4.5일제 도입 공약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임금감소 없는 주 4.5일 도입 및 확산을 통한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노동시간 감축을 제시했다. 김 후보는 유연근무 조정을 통한 주 4.5일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30세대가 주 4.5일제 도입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국내 Z세대 구직자 1630명을 대상으로 주 4.5일제에 관해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83%가 주 4.5일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고, 주 4.5일제가 입사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한 비율도 84%를 기록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62%가 ‘연봉 삭감 없는 운영’을 향후 주 4.5일제 성공 여부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여긴다고 답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확실히 MZ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급여도 중시하지만 워라밸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주 4일제뿐만 아니라 직장 문화가 꼰대스럽진 않은지, 소통이 잘되는지를 주로 본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2030세대는 저출생, 일자리 등 실생활과 직결된 공약에 관심이 크다. 20대 취업준비생 이모 씨는 ”공약의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원조달이나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공약들이 많이 보인다. 청년들의 목소리도 생각보다 많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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