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속으로 몇 번을 꾹꾹 눌러 담았을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다. 마운드로 향하던 발걸음엔 그간의 시간이 조용히 얹혀 있었다. 마무리로 돌아온 김택연(두산) 얘기다. 선명한 성취는 아니었지만, 확실한 복귀의 한 걸음을 내디뎠다.
올 시즌 7번째 세이브는 지난 7일 잠실 LG전 이후 보름 만에 나왔다. 22일 SSG 타선에 맞서 2점 차(6-4) 리드를 지키기 위해 9회 초 잠실 야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1이닝 2피안타 1실점. 불안한 투구에도 무너지지 않고 팀의 승리를 지킨 건 분명 그의 손끝이었다. 프로야구 기록지서 투수 김택연 이름 앞에 ‘S(세이브)’가 간만에 새겨졌다.
프로 2년 차를 맞이한 김택연은 제법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흔히 말하는 ‘소포모어 징크스’에 가깝다. 개막 후 4월까지는 실점 없이 묵묵히 아웃카운트를 쌓아 올렸다. 부침이 온 건 5월부터다.
조금씩 리듬이 엇갈리기 시작한 것. 피안타와 볼넷이 늘었고, 예상치 못한 장타에 무너지는 날도 생겼다. 성적표는 솔직했다. 3, 4월 당시 평균자책점 2.38(11⅓이닝 3자책점)과 비교하면 한없이 치솟은 5월(4.26·12⅔이닝 6자책점)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마무리 보직을 잠시 내려놓았던 배경이다. 쉼표는 아니었다. 본연의 투구 밸런스를 찾기 위해 실전 등판에서 많은 공을 던지기도 했다. 22일 기준 리그 전체 불펜 투수들 가운데 5월 동안 가장 많은 소화 이닝(12⅔이닝)과 투구 수(242개), 타자 수(54명)를 기록 중이다.
마무리 복귀날이었던 22일 SSG전 역시 경기에 앞서 불펜 피칭을 진행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좋았던 감각을 되찾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기 후 더그아웃에선 포수 김기연과 짧게나마 복기의 시간을 가져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택연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더라. 잘 막았으니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한 김기연은 “지금 구위는 좋다. 다만 (마운드 위) 생각이 많아지는 듯싶다. 택연이의 공은 타자가 생각할 겨를 없이 빠르게 몰아칠 때 더 좋다. 그런데 최근엔 사인 교환이 길어지면서 타자에게 도리어 여유를 주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선수 본인의 고뇌는 그 누구보다 깊다. 김택연은 “팀이 5연패 중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승리를 간절하게 원했다. 특히 입단 동기인 (임)종성이가 빛난 경기였기 때문에 더 지키고 싶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근 마무리에서 잠시 내려왔었는데 다시 팀의 승리를 지킬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오늘(22일) 마운드에 올라갈 때 부담감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걱정이라기보다는 이번 경기를 잘 해내야지 다음이 있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늘 탄탄대로만 걸을 수는 없다. 때론 좁고 구불구불한 비탈길이 앞을 가로막기 마련이다. 주저앉기보단 무너졌던 날들을 교훈 삼아 스스로를 다시 세워 나갈 뿐이다. 물러섰던 걸음만큼, 앞으로 나아갈 힘도 생긴다.
김택연이 수없이 써 내려간 오답노트 속 단단해질 미래를 꿈꾼다. 그는 “최근 제구가 흔들리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구위나 제구가 많이 올라온 상태다. 최근에 팬분들께 걱정을 많이 끼쳐드렸는데 오늘 외야에 팬분들께서 제 등번호로 해주신 이벤트를 보고 많은 힘을 얻었다. 이제 두산은 올라갈 일만 남았다. 응원해 주신 만큼 더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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