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칼바람①] ‘파리 목숨’ 사령탑…서늘한 냉기에 절반이 바뀌었다

사진=KBL 제공

“냉혹한 칼바람이 분다. 여차하면, 바뀐다.”

 

남자프로농구가 7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에어컨 리그’에 접어들었다. 성적표에 따라 날카로운 평가를 받는 시기다. 냉기가 돈다. 사령탑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 했던가. 전체 10개 구단 중 절반에 해당하는 5개 팀 감독이 바뀐다. 심지어 시즌 종류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불과 1년 전 2023~2024시즌 종료 직후 단 한 명의 감독도 바뀌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인내 없이 성과를 바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계약만료로 인한 교체가 3건, 나머지 2건은 구단 내부 사정에 의한 결정이다. 정관장, KCC, 현대모비스는 각각 김상식, 전창진, 조동현 감독과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유도훈, 이상민, 양동근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들었다. 소노는 시즌 중반 김태술 감독을 선임했다.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즌 종료 후 경질, 손창환 전력분석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됐다. 송영진 KT 감독은 2년 만에 물러난다. 최초 계약 당시 2+1년 계약을 맺었고, 계약서상 +1년을 충족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선지 지난 20일 경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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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은 감독 몫이다. 다만, 그 기준이 명확치 않다. 교체된 5명의 감독 가운데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PO) 진출을 이끈 수장만 3명이다. 김상식 감독(6강), 조동현 감독, 송영진 감독(이상 4강)이다. 심지어 송영진 감독은 부임 첫 해인 2023~2024시즌 챔피언결정전(준우승)까지 올랐다. 구단 역대 최고 성적에 달하는 성과(타이기록)를 냈음에도 구단의 눈높이는 더 높았던 듯하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결정”이라며 최현준 단장과 동반 해임됐다.

 

자리는 제한적인데, 원하는 이들은 많다. 자연스레 구단의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리스크를 줄인다는 이유로 점점 더 구단 쪽으로 치우친 계약이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현 리그는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충분하지 않은 환경이라고 꼬집는다. 기본적으로 계약기간이 2~3년으로 짧다. 그마저도 온전히 보장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보통 팀을 만드는 데 1~2년이 소요된다. 감독의 색을 입히고, 나아가 성적으로 연결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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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현일 tvN SPORTS 해설위원은 감독 교체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과 관련해 “KBL리그서 특히 더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면서 “최소 3년 이상은 보장돼야 선수도 육성하고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문경은 tvN SPORTS 해설위원의 시각도 비슷했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데, 기간이 너무 짧은 듯하다. 적어도 팀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은 줘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감독 인사권은 구단이 가지고 있다. 그 속엔 여러 이해관계가 있을 터. 외부에 노출되는 부분은 극히 일부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선수, 나아가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수장은 한 구단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방향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매번 임원진 입맛대로 바뀌는 사령탑의 모습을 보며 그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감독을 교체하는 데 있어 좀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00%까진 아니더라도, 명분과 이유가 좀 더 명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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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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