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먹통 행정’ KT, 시기도 과정도 찝찝…FA 회의하러 가서 해임 통보, 짐까지 뺐다

KT 송영진 감독 경질
이례적인 시기와 과정에 논란 일어
송영진 감독. 사진=KBL 제공

 KT에 유심칩이 빠졌다.

 

 감독은 경질됐고, 단장은 팀을 떠났다. 업무를 진행해야 할 리더들이 없다. 당장 자유계약선수(FA) 협상 등 새 시즌 준비에 나서야 할 시기에 업무 공백이 발생하면서 구단 운영 전반에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 시절 선임된 김영섭 KT 대표이사이자 프로농구 KT 구단주의 임기(2026년 3월까지)가 사실상 올해로 끝나면서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KT는 21일 “좋은 성적을 위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며 송영진 감독 경질 소식을 알렸다. 현재 단장 자리도 공석이다. 최현준 단장은 임기만료로 팀을 떠났다. 사무국장 자리도 변화가 있다. 직전 사무국장직을 맡았던 인사가 돌아왔다. 

KT 선수단. 사진=KBL 제공

 구단 운영에 왈가왈부할 순 없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경질이다. 송 감독은 2023년 2+1 계약으로 사령탑에 올랐다. 바로 성과를 냈다. 직전 시즌 8위에 머물렀던 팀을 재정비해 부임 첫 시즌이었던 2023∼2024시즌 정규리그 3위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챔피언결정전 진출까지 이뤄냈다. 이어 올 시즌에도 정규리그 4위,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성적표를 써냈다.

 

 KT의 챔프전 우승 기록은 ‘0’, 최고 성적은 챔프전 준우승이다. 2006~2007시즌 추일승 전 감독이 처음 기록했고, 2023∼2024시즌 송 감독이 일궈냈다. 그럼에도 KT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결정”이라며 송 감독을 해임했다. KT 관계자는 “송 감독이 계약 기간 연장 옵션 조건을 충족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과정은 최악이다. 송 감독은 FA 시장이 열리면서 이를 논의하기 위해 20일 구단 사무실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경질 소식을 들었다. 2005년 선수로 KT(당시 KTF) 유니폼을 입은 송 감독은 10년간 활약했으며, 프로 구단 코치 역시 KT에서만 활동했다. 십수 년 간 피와 땀을 흘려가며 팀을 위해 헌신한 농구에 대한 예우는 없었다. 통보 당일 송 감독은 감독실에서 짐을 빼야 했다.

KT 선수단. 사진=KBL 제공

 코칭스태프도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박지현 수석코치를 포함해 박종천, 김영환 코치의 계약 기간은 지난 4월말로 끝났다. 농구계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에서 지속해서 결재를 올렸지만, 승인이 나지 않았다. KT 측은 이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윗선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CEO 자리에 오른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구단주이며, 이호식 KT 스포츠 대표가 구단주 대행을 맡고 있다. 농구계 관계자는 “김 대표이사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구단의 행정을 사사건건 간섭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이호식 사장이 주도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대한체조협회 부회장, 태릉/진천선수촌 부촌장 등을 역임한 체육인이지만, 프로농구 쪽 관련 업무를 경험한 적은 없다. 2023년 12월 KT 스포츠 신임 사장에 취임했다.

KT 선수단. 사진=KBL 제공

 시기적으로 최악이다. 오프시즌 가장 중요한 시점에 결정권자가 없다. 현재 남자프로농구는 FA 시즌이다. FA 대상자는 지난 1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15일간 원소속 구단 포함 10개 구단과 자율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KT엔 대어 허훈을 포함한 7명(한희원, 이현석, 최창진, 최진광, 이호준, 이두호)이 FA 대상이다. 새 시즌 그림을 그릴 사람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사람도 없다. KT는 감독과 단장을 서둘러 선임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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