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변화를 말할 때입니다.”
도약은 지금부터다. 김벽수 ㈜골드비에프 대표이사가 제15대 대한우슈협회장으로 당선된 지 어느덧 반년이 흘렀다. 체육계 외부에서 온 그는 취임 직후부터 줄곧 동분서주하고 있다.
새 수장의 목표는 체질 개선은 물론, 유소년 육성과 국제 경쟁력 강화, 종목 인지도 확대 등 협회의 뿌리부터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한국 우슈를 그 어느 종목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겠다는 각오로 출발했다.
대한우슈협회는 지난해 11월 김 회장 당선과 함께 내부 구조 개편 및 시스템 정비에 착수했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행 과제들을 하나씩 점검하고 있다. 그동안 소홀했던 부서별 업무 분장도 새롭게 정했다. 이는 조직에서 무언가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필수적으로 거치는 과정이다.
어느 한 명, 또는 특정 인력과 부서에만 기대는 일이 없도록 역할과 책임을 정리한 것. 요컨대 지속가능한 단체로 탈바꿈하는 데 공들였다. 김 회장은 “단순히 일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구성원이 저마다의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협회가 정체돼 있었다면, 이제는 안에서부터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야 한다”며 “실제 현장에서 우슈를 가르치고, 또 훈련하고, 땀 흘리는 분들과 보다 긴밀하게 호흡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임 후 가장 크게 느낀 점으로는 ‘책임감’의 무게를 꼽았다. 그는 “기업을 운영할 때와는 또 다른 결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종목의 미래와 선수들의 내일, 지도자들의 생계까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한층 무겁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슈에 애정을 가진 많은 분들의 열정과 헌신을 현장에서 가까이 마주했다. ‘잘 해내야겠다’는 다짐을 늘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우슈와의 인연은 지방 체육행정 참여를 계기로 시작됐다. 강원도우슈협회장직을 맡아 이 종목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처음엔 요청을 받고 도움을 준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아이들이 무술을 배우며 웃고 구르는 모습 등을 통해 우슈의 매력에 빠졌다”며 “내면의 절제와 예의, 정신 수양이 함께 깃든 무도라는 점에서 더욱 몰입하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앞서 14대 집행부에서 부회장를 맡기도 했다. 이 시기를 돌아본 김 회장은 “무엇보다 ‘체계’가 시급했다”며 “운영 시스템과 소통 구조가 비효율적이었고, 종목의 미래를 논의할 리더십도 부족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강원도에서 우슈 관련 행정을 맡으면서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처한 현실을 가까이서 보게 됐다”고 회상했다. “가능성과 열정은 분명했지만, 구조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군가는 이 판을 제대로 설계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는 목소리를 낸 까닭이다. 김 회장은 “고민 끝에 협회장직에 도전했고, 종목의 진정성을 알고 나서는 물러설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직 개편과 유소년 육성, 실질적 변화의 시작
수장에 오르자마자 집행부 구성에 큰 힘을 줬다. 김 회장은 “단순 인연이나 인맥에 기대는 건 한계가 있다”며 “종목에 대한 이해와 애정, 나아가 실질적 전문 역량을 갖춘 분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꾸렸다”며 “협회를 ‘일이 되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사진 영입은 쉽지 않았다. 때론 고개를 숙여가며 삼고초려도 불사했다. 그는 “각자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누가 어떤 역할을 맡으면 가장 시너지가 날지를 끝까지 고민했다”며 “자리를 채우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걸맞은 분을 모셔야 조직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른바 ‘마중물’ 역할을 기대한다. 이어 “인재를 한 번 모셔 오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진 않다. 적어도 2년마다 새로운 사람을 찾아뵙고, 우슈협회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 초빙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체계 정비를 위해 ‘미래전략위원회’를 신설하고 TF팀을 꾸린 점이 돋보인다. 주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구체화된 아이디어를 실행 가능하도록 이어가는 구조다. 김 회장은 “말뿐인 행정이 아니라, 실행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보고 체계부터 현장 대응과 민원 대응 프로세스 등의 매뉴얼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이 밖에도 협회의 당면과제는 많다. 유소년 정책 역시 그중 하나다. 김 회장은 “우슈가 도약하기 위해선 미래 유소년 선수들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며 “올해 8월 ‘유소년 우슈스쿨’을 기획해 약 일주일간 합숙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대표 선수들도 참여해 실전 위주로 후배들을 지도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충북 보은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37회 회장배 전국우슈 선수권대회서 유소년 선수들의 강렬한 열정을 몸소 확인한 그는 “우슈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고 함박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유소년 육성의 또 다른 축은 전국소년체육대회 종목 진입이다. 김 회장은 “소년체전에도 우슈가 정식 종목으로 편입돼야만 시도 간 경쟁 구도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저변 확대와 지원도 가능해진다”며 “대한체육회와의 협의에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유승민 체육회장과도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국제 경쟁력과 인지도 확대, 韓 우슈 새로운 도전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은 김 회장 취임 후 처음 맞이하는 메가 이벤트다. 그는 “단순히 메달에 목표가 두는 게 아니라, ‘한국 우슈는 다르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다”며 “체계적인 경기력 관리, 심리적 안정, 부상 예방 등을 종합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8월 전초전 격으로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17대 세계선수권대회와 각종 국제대회들도 철저한 사전 점검 기회로 삼고 있다. 우슈협회는 이를 거쳐 선수들의 국제 적응력, 지도자의 감각, 훈련 시스템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다.
나아갈 길이 멀다. 특히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으로는 데이터 기반 훈련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 김 회장은 “과거 감각에 의존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선수 맞춤형 훈련과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분석 장비와 전문 인력을 확보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코치 초빙과 유소년부터 성인까지 이어지는 육성 로드맵 수립을 과제로 삼고 있다.

인지도 확대와 종목 브랜딩도 중요한 과제다. 김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숏폼 콘텐츠, 선수 스토리 콘텐츠, 체험형 프로그램 확대 등을 통해 우슈가 어렵고 낯선 종목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자리잡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산타와 투로 등 우슈가 경기 방식이 다소 생소한 점을 감안해 “경기 규칙을 쉽게 설명하는 콘텐츠, 체험 부스 운영 등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협회 내 신설된 홍보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그는 “광고업계 실무 전문가들을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위촉했고, 이들과 함께 우슈 콘텐츠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며 “유튜브, 드라마 PPL, 방송 출연 등 다양한 전략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불도저식 행정은 지양한다. 수장의 철학은 현장의 목소리와 실행력의 조화에 있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그는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변화의 실행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우슈는 혼자서 완성할 수 없는 종목”이라며 “선수, 지도자, 학부모, 팬, 사무처 직원까지 모두가 함께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우슈, 지도자들이 자긍심을 느끼는 우슈, 나아가 모두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종목이 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