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 단순한 근육통이 아니라 척추 구조 자체의 문제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의 정렬이 틀어지며 뼈가 앞으로 밀려나 신경을 압박하는 구조적 질환으로, 증상이 경미해 방치되는 경우가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진행되고 일상생활을 크게 위협하게 된다.
배장호 서울바른세상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척추는 몸의 중심축으로 머리를 지지하고, 팔다리와 골반을 연결하며, 척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정교한 구조가 무너지면 통증뿐 아니라 보행 장애, 감각 이상, 심한 경우 마비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위 척추뼈가 아래 척추뼈보다 앞쪽으로 밀려나면서 척추 정렬이 어긋나고 신경이 자극되는 질환이다.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해지며,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다리 저림, 보폭 감소, 뒤뚱거리는 보행 등이 나타난다. 특히 환자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 자세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배 원장에 따르면 이 질환은 주로 중장년층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는 “근육량이 적고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로 인해 인대와 관절이 쉽게 느슨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척추분리증이 장기간 방치되어 전위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분리증은 척추 관절 돌기 사이가 벌어지면서 불안정해지는 상태로, 운동선수나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는 직업군, 잘못된 자세 습관이 원인이 된다.
척추전방전위증의 진단은 비교적 간단하다. X-ray를 통해 척추뼈의 밀림 정도를 확인할 수 있으며, 필요시 MRI를 통해 신경 압박 유무와 주변 조직 상태까지 정밀하게 확인한다. 다만 디스크 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과 증상이 비슷해 오진될 수 있어 경험 많은 전문의의 진단이 중요하다.

치료는 증상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초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 자세 교정, 허리 보조기 착용 등을 포함한 보존적 치료가 기본이 된다.
만약 비수술 치료에도 불구하고 보행 장애, 근력 저하, 마비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수술 방법은 양방향 척추내시경이다.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면서 병변 부위를 직접 확인해 신경을 압박하는 조직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배장호 원장은 “척추전방전위증은 단지 통증만의 문제가 아니라 척추 정렬이 무너지는 구조적 질환으로, 근본적인 원인 교정이 필요하다”며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 사이에서 정확한 진단과 단계적 치료 전략이 예후를 좌우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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