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합니다.”
프로야구 NC와 SSG의 시즌 첫 맞대결이 예고된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6회 말이었다. SSG가 0-2로 쫓아가는 가운데 내야수 최정이 타석에 섰다. 3볼-2스트라이크서 풀카운트서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타격하자마자 경기장이 환호로 가득 찼다. 힘차게 쭉쭉 뻗어나간 타구는 기어이 담장을 넘겼다. KBO리그 최초의 500홈런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최정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다이아몬드를 돌았고, 주장 김광현은 꽃다발을 건네며 대기록을 축하했다.
최정만큼 행복한 사나이가 있다. 인천 학익동에 거주하고 있는 조상현(31)씨다. 사회인 야구단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최정의 오랜 팬이기도 하다. 이날 역사적인 홈런 볼을 습득했다. 앞서 조상현씨는 11일 KIA와의 더블헤더를 모두 직관(직접 관람)한 것은 물론, NC와의 주중 3연전(13~15일)도 모두 예매했다. 최정의 홈런이 많이 나오는 좌측 외야에 자리 잡은 것은 물론,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글러브도 챙겼다. 하지만 자신이 잡을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짜릿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조상현씨는 “꿈만 같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줬다. (인천) 야구장을 찾은 사람들 중 가장 운이 좋은 듯하다. 행복하다”고 웃었다.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장면을 남겼다. 과정 또한 극적이었다. “처음 공이 날아올 땐 내가 앉은 위치와 많이 떨어져 보였다.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광고판을 맞고 공이 튀어 오르더라. 공과 내 눈이 마주치듯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왔다. 순간 몸이 경직됐다”고 설명했다.
최정의 500홈런을 앞두고 SSG는 통 큰 선물을 약속했다. 홈런 볼을 잡아 기증한 팬에게 17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키로 한 것. 이른바 ‘BEYOND 500’ 이벤트다. 조상현씨는 주저 없이 건네기로 했다.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정말 팬심으로 왔다. 당연히 최정 선수의 500 홈런 볼은 기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최정 선수의 홈런 볼을 잡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조상현씨에게 최정 그리고 인천 야구는 큰 의미를 지닌다. 처음 접한 것은 벌써 22년 전 일이다. “어렸을 때 잠깐 문학초등학교를 다녔다”고 운을 뗀 조상현씨는 “예전엔 8회 이후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친구들과 놀다가 잠깐 경기장에 들어와 야구를 봤다. 중학교 시절부터는 야구를 직접 해보고 싶더라. 친구들끼리 모여 동아리도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팬이 됐다”고 전했다. 최정을 향해 “앞으로 600홈런, 700홈런까지 쳤으면 좋겠다”는 응원도 잊지 않았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