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40경기 27승 1위 질주, 33년 만에 12연승 고공비행 중
-선발 에이스 놀리는 동료부터 감독에 어리광 부릴 수 있는 팀 분위기 최고조
“선수들 다 같이 포효하는 모습 봤나?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독수리가 고공비행한다. 한화는 12일 현재 40경기서 27승(13패)을 마크하며 1위에 올라있다. 33년 만의 12연승을 내달리며 패배를 지웠다. 한화의 종전 12연승은 전신인 빙그레 시절이던 1992년 5월23일 기록했고, 당시 2경기를 더 이겨 팀 최다 기록인 14연승까지 마크했다. 내친김에 새 역사까지 쓰겠다는 각오다.
독수리의 비행엔 이유가 있다. 실력은 물론 남다른 팀 케미스트리를 자랑한다. 한화의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는 “기초적인 공격, 수비, 주루 조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며 “특히 5명의 선발진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한화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지난 11일 키움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선 와이스는 8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을 내주면서 키움 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1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투구 수 역시 93개밖에 되지 않아 완봉승을 노려볼 만했다. 그러나 9회엔 김종수가 등장했다. 여기에 에피소드가 숨어있다. 8회 직후 다른 한화 선발 투수들이 1이닝을 더 던지지 않는 와이스를 신 나게 놀렸다. 이에 와이스가 김경문 한화 감독을 찾아 더 던지겠다고 요청했고, 이 모습은 중계 화면에 잡혀 송출됐다.
와이스는 “당시 장면은 코디 폰세, 엄상백, 류현진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웃으면서 “다른 선발 투수들이 ‘93개밖에 던지지 않았는데 왜 1이닝 더 던지지 않느냐’고 놀렸다. 그래서 감독님께 가서 ‘1이닝 더 나서고 싶습니다. 저를 놀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감독님께선 ‘여기까지가 좋은 것 같다’고 하셨다. 나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와이스는 지난 시즌 도중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화에 합류했고, 기량을 인정받아 정식 계약을 따냈다. 그러나 팀은 갈대처럼 흔들렸다. 가을 야구 무대도 밟지 못하고 8이 쓰인 성적표에 고개를 숙였다. 올해는 다르다고 고개를 젓는다. 와이스는 “지난해 분위기와 확실하게 다르다. 지난해는 많이 이기지 못했다. 악수, 주먹 인사 정도를 나눴다”면서 “올해는 이기는 경우가 많다. 서로 응원하는 모습이 생긴 것 같다. 문동주가 퀄리티 스타트(QS·6이닝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한 당시 포효했던 모습을 봤을 것이다. 모든 선발진이 같이 포효했다”고 설명했다.
연승 행진에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동료를, 자신을 믿는다. 와이스는 “다음 경기엔 류현진이 선발로 나올 예정인데 기대된다. 말하지 않아도 그가 훌륭한 선수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다음 선발들도 힘을 받을 것”이라면서 “큰 연승 기록이 달린 경기에 선발 등판하게 된다고 해도 긴장은 안 된다. 나는 큰 경기를 즐기는 선수”라고 미소 지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