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한 번도 리더보드 최상단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유해란이 잊지 못할 또 하나의 트로피를 추가했다.
유해란은 5일 미국 유타주 아이빈스의 블랙 데저트 리조트 골프코스(파72)에서 마무리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약 42억원)에서 최종 합계 26언더파 262타로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기간 나흘 내내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1라운드부터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몰아치며 선두로 치고 나섰다. 2라운드에서는 5타, 3라운드도 4타를 줄이며 꾸준하게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날 치러진 최종 4라운드에서도 꾸준함은 계속됐다. 또다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6개를 쓸어담으며 8언더파 64타 맹타를 휘두른 것. 이날만 페어웨이 안착률 100%(14/14), 그린 적중률 83.3%(15/18) 등 빈틈없는 활약을 보여줬다.
그 끝에 종합 21언더파 267타로 공동 2위에 오른 에스터 헨젤라이트(독일), 인뤄닝(중국)을 5타 차로 따돌리는 여유있는 우승을 빚어냈다.

유해란의 LPGA 투어 통산 3승이다. 2023년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지난해 9월 FM 챔피언십에 이어 약 8개월 만에 맛본 짜릿한 트로피다.
특히 이번에 유해란이 정상을 차지한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은 올해 신설된 투어 대회다. 대회 초대 챔피언이라는 영광을 얻은 그는 기분 좋은 우승 상금 45만달러(약 6억3000만원)까지 품에 안았다.
우승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해란은 “믿기 힘든 날”이라며 “개인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지금까지 최고 성적이 23언더파였는데 오늘 26언더파를 적었다. 사흘 연속 이글을 작성한 것도 기록이다. 정말 행복한 대회였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올 시즌 초반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최근 컨디션을 회복한 만큼 나 자신을 믿으며 경기를 이어간 덕분에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며 “(3승 중) 이번 우승이 최고”라고 돌아보기도 했다.

지긋지긋했던 뒷심 부족을 이겨냈다는 점도 뜻깊다. 지난해만 3개 대회서 3라운드까지 1위를 달리다가 최종 라운드에서 무너진 기억이 있다. 올해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로 질주해 첫 메이저 우승을 노렸지만, 막판에 다시 내리막을 걸어 최종 6위로 마감하기도 했다.
유해란은 “셰브론 챔피언십을 마치고 샷 감각이 떨어진 것 같아서 매일 한국에 있는 코치님에게 전화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매일 물었는데, 코치님께서 ‘문제없다. 계속 집중하고 침착하게 네 골프를 믿어라’는 조언을 해줬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마음을 다잡은 비결을 전했다.

유해란의 우승과 함께 LPGA 태극낭자들도 상승세를 이어간다. 올해 벌써 3번째 우승을 신고했다. 개막전이었던 2월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승리한 김아림, 3월 포드 챔피언십을 제패한 김효주에 이어 유해란이 바통을 이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이미향과 이소미, 전지원, 최혜진이 나란히 13언더파 275타, 공동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효주는 12언더파 276타로 임진희, 안나린 등과 공동 20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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