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자란 박지훈…“웃음 찾은 연시은, 너무 다행이죠”[스타★톡톡](종합)

‘약한영웅 Class 2’ 연시은 役 박지훈
지난 시즌 이어 극 이끄는 활약
“연시은, 내 필모 중 최애 캐릭터”

이제 ‘국민 저장남’이라는 수식어는 보내줘야 할 때가 왔다. 커다란 눈망울이 잔망스럽게만 느껴지던 지난날엔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배우 박지훈의 눈빛이다. ‘약한영웅’을 빼고는 말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필모그래피를 채운 박지훈. 아쉬움보단 기대감이 큰 배우로서의 도약이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약한영웅2는 친구를 위해 폭력에 맞섰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은장고로 전학 간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더 큰 폭력과 맞서면서 벌어지는 생존기다. 2022년 신예 감독과 배우들의 반란으로 기록된 시즌1에 이어 플랫폼을 옮겨 넷플릭스로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났다. 

 

3년의 기다림도 아깝지 않은 ‘약한영웅 Class 2(시즌2)’가 글로벌 흥행 파도를 탔다. 공개 3일 만에 610만 시청 수(시청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공개 직후부터 한국 톱10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63개국 톱10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시즌2가 넷플릭스로 플랫폼을 옮기며 앞서 공개된 시즌1 역시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8위에 오르며 넷플릭스 공개 후 5주 연속 글로벌 톱10 리스트에 진입했다.

 

지난달 28일 만난 박지훈은 “애정이 있고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시은이 결국 웃는 엔딩이라 다행이다 싶었다”고 시청 후기를 전했다. 친구들을 잃고 폭주하는 시즌1의 엔딩은 시청자에게도, 박지훈에게도 무거운 짐처럼 남았다. 그는 “시즌2를 보며 놓아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가 이런 모습을 보러 달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고 했다. 

 

시즌1의 흥행에 시즌2는 물 흐르듯 추진됐다. 박지훈은 “감독님이 시은이를 은장고에 보내버리고 끝을 내셨던 게 미안하셨나 보다. ‘다시 한 번 친구를 사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어떨까’ 말씀해 주셨다”고 돌아봤다. 박지훈 역시 자신의 필모그래피의 ‘최애 캐릭터’ 연시은을 바로 놓아줄 수 없었다. 흔쾌히 합류 의사를 밝혔다. 

 

“표출하지 않던 친구가 유리창을 부수면서 끝났죠. 시즌1에 모든 걸 잃고 나니 심적으로도 너무 힘들었어요. 촬영장 구석에 앉아서 훌쩍훌쩍 울었던 기억이 나요. 시은이가 너무 안쓰러웠어요. 그래서 시즌2가 웃으며 끝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시은을 향한 애정만큼 책임감도 강했다. 첫 리딩 때 유수민 감독이 ‘어떻게 시은이가 이렇게 바로 나오냐’며 감탄할 정도였다. 박지훈은 “애정이 있는 만큼 온오프가 잘 됐다”고 강조했다. 

 

시즌2를 준비하며 시즌1을 다시 찾아봤다. 시즌2 촬영을 끝내고 공개를 기다리는 기간에도 시즌1을 다시, 돌려봤다. 박지훈은 재차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는 캐릭터다. 완전히 떠나보내진 못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볼 때마다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는 “연시은 때문에 박지훈이 변화한 건 아니지만, 분명 영향은 있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아직 이유는 찾지 못했다”고 말을 아꼈다. 

돌아보면 자신과 닮은 모습이 많은 시은이었다.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시은의 혼자 있는 시간, 쓸쓸한 모습들이 닮아 있었다. 그는 “학창시절 환경 때문에 친구들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아니, 없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아역 생활을 하며 부모님께 의지하는 게 많아서 선뜻 손 내밀어 주는 친구가 없었다. 시은이의 쓸쓸한 모습이 이해가 갔다. 왜 혼자 있는 게 편한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없었으니 너라도 친구가 있어라’ 싶은 감정이었던 것 같다”고 의미를 찾았다. 

 

한준희 기획 총괄은 SNS에 “촬영 내 힘든 티, 어려운 척도 한번을 안 하던 그의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 4년간 정말 많이 고생했다. 우리들의 약한, 아니 진짜 최고로 강한 영웅”이라며 박지훈을 극찬했다. 안수호(최현욱)의 등장 신에 울컥 울음을 터트린 박지훈의 뒷모습을 함께 담았다. 

 

박지훈에게 그날의 감정을 묻자 “어떤 감정이라고 정의하기 힘들다.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시즌1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면서 수호에게는 ‘나 친구들이 생겼어’하고 눈으로 말했다. 안도감일 수도, ‘너 없이도 나 잘 지냈어’라는 마음이었을 지도 모른다. 시은의 웃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호와의 재회신은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글썽이며 웃음을 지었다. “편안하게 놔 준다는 느낌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병실을 지킨 안수호는 시즌2 내내 시은의 눈물 버튼이 됐다. 오범석(홍경)도 시은의 무의식 속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두 배우의 우정 출연에 시즌 간의 연결고리는 더 탄탄해졌다. 박지훈은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엄숙했다. 너무 중요한 신이어서 집중해준 배우들에게도 너무 감사했다”며 “시은이에게도 좋은 기억이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들에게도 시은은 특별한 존재이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시즌2 연시은은 ‘유치한 짓 좀 그만하자, 이제 싸우고 싶지도 않아’라는 감정을 눈에 담았다. 시즌을 넘어오면서 가장 고민한 건 어떻게 다시 친구를 사귀고 사건을 풀어나갈지다. 연시은을 다시 웃게 한 건 박후민(려운), 박준태(최민영), 고현탁(이민재)이었다. 작품을 마친 박지훈은 “(친해지기 위한) 과정을 만든다기보다 이미 친해지고 있는 과정이었다. 준태를 구해주기 위해 몸이 먼저 나선 것처럼 말이다. 알게 모르게 ‘너는 나처럼 되지 마’라는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닐까. 이렇게 하면 친해지겠지 보다는 그 과정들 자체가 이미 친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박지훈은 새로운 친구들에게 마음을 연 시은을 보듬었다. 지난 기억을 트라우마로 남겨 아예 벽을 지고 살아가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시은을 칭찬하고 싶어했다. “박후민을 보며 수호를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 생각들이 모여 마음이 가고, 어쩔 수 없게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시은이가 주변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바꾸는 힘이 있나? 하는 생각도 했다”는 인물 해석을 내놨다. 

 

“어린 친구들의 성장통, 화끈한 액션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요. ‘약한영웅’이 가진 무기는 무엇보다 브로맨스 케미스트리라고 생각해요.  수호와 시은의 관계도 그렇고 시은이와 준태의 모습, 성제와 시은의 적대적인 모습들을 흥미롭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고, 시즌1이 재조명받아서 좋아요.”

 

시즌2가 공개되고 의외의 인기 포인트는 연시은과 금성제의 공존 불가한 브로맨스였다. 연합의 우두머리 중 하나로 결국 은장고 4인방을 도와주고, 다음 시즌을 향한 가능성마저 남긴 반전의 금성제다. 준태를 향한 “낭만 합격!”이라는 짧지만 강렬한 대사는 시청자의 뇌리에 바로 꽂혔다. 

 

박지훈 역시 이준영의 연기를 보며 감탄했다고. 그는 “그 짧은 대사안에 금성제라는 인물이 보이는 것 같다.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흥미롭네?’하며 바라보는 재미에 사는 사람, 싸우고 싶어하는 캐릭터다.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보다가 그 대사에 입을 틀어막았다. 너무 멋있더라. 우리와는 다른 멋집을 가지고 있다는 게 멋졌다”고 했다. 

 

공통점이 많은 이준영과는 절친한 사이가 됐다. 이준영 또한 2014년 가수로 데뷔해 배우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박지훈은 “음악방송에서 만나면 눈도 못 마주치는 대선배님”이라고 웃으며 “형이 흔쾌히 먼저 다가와 주셔서 친해졌다. 서로 알아가다 보니 취미도 맞는 부분이 많고 춤을 좋아해서 영상도 찍고 모니터링도 하곤 했다. 그런 편안함이 너무 좋더라”고 애정을 보였다. 그러면서 “시은과 성제가 붙는 신들을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 고양이와 호랑이 같은 면을 좋아하시는 건가.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취재진을 향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연합의 대표 나백진(배나라)도 무너트리는 약한영웅 연시은. 그의 최대 무기는 똑똑한 두뇌였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상대의 약한 면을 노렸다. 비겁하다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연약해 보이는 연시은이 악으로 깡으로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했다. 박지훈은 “시즌2가 되어 시은이의 맷집이 강해지기도 했고, 피할 수 없는 싸움들을 하면서 싸움의 방식이나 노하우가 성장했을 거라 생각한다. 액션으로도 인물들의 성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시즌1의 주연 배우진 중 유일하게 시즌2를 넘어왔다. 책임감도 있었지만 시은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과묵한 연시은은 눈빛으로 감정을 전했다. 새로운 친구가 생겨 마음을 놓았을 때는 눈으로 웃었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질 때는 처절하게 불타올랐다. 그의 눈빛 연기에 감탄한 취재진의 칭찬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눈을 피한 박지훈은 “눈빛 연기의 비법은 없었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도, 공부도 많이 했지만 결론은 ‘상황에 몰입하자’였다. 박지훈은 “표현하려고 하면 오버액션이 되는 것 같았다. 표현하려 하지 말고 상황에 몰입고 ‘시은이라면 어떨까’ 생각했다. 순간적인 1차원적 감정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푸석한 얼굴에 이글거리다가도 이내 슬픔에 가득 찬 눈. 교복이 바뀌었을 뿐 연시은의 외면은 그대로였다. 비주얼적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배우 박지훈이 연시은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그 부분이 주목되길 바랐다. “얼굴을 신경 쓰면서 연기하는 자체가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외적인 걸 신경 쓰는 자체가 배우로서 부끄러운 모습이라 생각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제 인생의 좋은 부분으로 남길 바라요. 다른 작품 제안을 받을 때도 ‘(연시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캐스팅했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요. 캐릭터와 현장 분위기가 작품 선택의 이유이기도 했죠. 제겐 너무 감정이 깊은 작품이에요.”

 

아역부터 시작해 배우 경력만 따지면 대선배님이다. 대한민국을 들썩인 그룹 워너원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해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연애혁명’,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등에 출연했지만, 대표작은 누가 뭐래도 ‘약한영웅’이다. 대표작에 갇혀 향후 활동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지 묻자 그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눈빛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대사도 많이 없는데 많은 분이 공감해주신다는 건, 표현이 잘 됐다는 의미라 생각한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있기 때문에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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