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食) 예능, 문화가 되다] 스타들 해외 식당 열고 주방·냉장고 공개…사람 냄새 솔솔

'길바닥 밥장사', '대결! 팽봉팽봉' 포스터. JTBC 제공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요리는 셰프들의 전유물이거나 특정 계층의 취미 활동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요리가 단순한 먹방을 넘어 예능 프로그램의 중심 소재로 자리 잡으며 대중과 가까워졌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음식을 매개로 사람과 공간, 문화가 연결되는 ‘요리 예능’이 트렌드다.

 

연예인들이 직접 해외에 나가 현지 식당을 운영하며 좌충우돌 장사의 현실을 보여주거나 스타들의 주방이나 냉장고를 공개하고 요리를 선보여 출연진과 시청자의 입맛과 호기심을 돋우는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왜 요리하는지를 통해 인간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며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이끈다. 

 

◆스타들의 해외 식당 운영기

 

스타들이 해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콘셉트는 다양하게 방송돼 왔다. 가장 뜬 방송은 스타 PD 나영석의 tvN 윤식당 시리즈(2017∼2018), 윤스테이(2021), 서진이네 시리즈(2023∼2024)가 대표적이다. 배우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뷔 등 핫한 배우들이 발리, 스페인 가라치코, 멕시코 바칼라르, 아이슬란드 등 다양한 나라에서 식당을 차리고 한식이 통하는지를 살폈다.

 

나PD표 한식당 운영기는 해외여행기 느낌이 들면서도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스타들이 낯선 해외에서 식당을 여는 모습이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해 큰 인기를 끌었다. 윤식당의 스핀오프 작품인 서진이네는 10%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시즌제로 이어졌다. 이후 해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포맷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장사천재 백사장 시리즈(2023∼2025)도 같은 포맷이다.

 

올해는 JTBC의 길바닥 밥장사, 대결! 팽봉팽봉이 새롭게 시작했다. 길바닥 밥장사는 가게라는 공간을 여는 건 아니지만 해외에서 푸드 바이크를 몰며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는 콘셉트다. 류수영, 셰프 파브리를 비롯해 황광희, 신현지, 배인혁, 전소미가 스페인 카디스 곳곳을 누비며 자전거 식당을 운영한다. 자전거로 이동하기 때문에 매일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식재료로 새로운 메뉴를 선보인다.

 

대결! 팽봉팽봉은 요식업에 종사 중인 코미디언 이봉원과 팽현숙이 해외 작은 섬에서 나란히 두 개의 식당을 내고 영업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각각 짬뽕집과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현지에서도 각자 자신 있는 짬뽕과 국밥을 주메뉴로 선보인다. 외국인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서로 다른 영업 전략과 서비스를 펼친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자아낸다. 사장들의 보조로 참여하는 코미디언이자 팽현숙의 남편 최양락, 배우 유승호, 곽동연, 코미디언 이은지의 케미가 방송 후 화제가 되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 스틸컷. JTBC 제공

◆주방·냉장고 속 재료로 뭐 만들까

 

스타들의 주방이나 냉장고를 공개하고 새로운 레시피를 선보이는 예능도 있다. 평소 팬심이 있거나 궁금했던 연예인들의 개인적인 음식 취향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2014∼2019년까지 진행했다가 올해 5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 JTBC 냉장고를 부탁해, 2019년부터 꾸준히 방송 중인 신상출시 편스토랑이 대표적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스타의 냉장고를 스튜디오에 그대로 가져와 유명 셰프들이 냉장고 속 재료로 15분 만에 요리를 만들어 대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부터 2049 남녀 타깃 시청률 2.9%를 기록하며 2021년 이후 방송된 모든 JTBC 예능 프로그램 첫 회 시청률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후로도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

 

핫한 셰프들의 출연과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이 꿀잼을 이어가는 비결이다. 이연복, 최현석, 김풍, 정호영, 최강록, 이미영, 박은영, 샘킴, 에드워드 리, 권성준, 윤남노 등 셰프들이 팽팽한 맛 승부를 펼친다. 흑백요리사가 배출한 스타들이 출연하면서 이들이 어떤 요리를 선보일지 매회 궁금증을 높인다. 아이브 장원영, 배우 송중기, 손석구 등 장르 불문한 다양한 게스트가 출연하는 점도 인기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장원영 편은 업로드 3일 만에 96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6년간 방송 중인 신상출시 편스토랑은 미식가 스타들의 주방을 관찰하고, 이들의 레시피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과 스타들은 방송에서 공개된 요리법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은 메뉴를 곧바로 밀키트 제품으로 출시해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윤병일 PD는 최근 “방송을 꾸준히 선보일 수 있는 비결은 새로운 인물을 꾸준히 발굴해서 소개한 덕분이다. 배우 이정현, 가수 김재중씨 등이 일상을 공개하면서 좋은 반응을 받았다”며 “앞으로는 집에서 즐기기 쉬운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더욱 기반을 넓혀보려 한다”고 변화를 짚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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